2008~2019년 서울 아파트 가격 분석해보니 …
공급량 늘어도 가격 추이 엇갈려
부동산은 복잡한 시장
단순논리로 해결 못해

시장주의자들은 공급을 늘려야 가격문제가 해결된다고 주장한다.
시장주의자들은 공급을 늘려야 가격문제가 해결된다고 주장한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좀처럼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책 초기엔 부동산 가격이 잠시 눌렸다가 약발이 다하면 다시 치솟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는 더 강한 대책으로 가격을 누르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지만 한쪽에선 ‘공급을 늘리면 되는데 다른 짓을 하고 있다’며 깎아내리기 바쁘다. 그 근거로 아파트 공급정책을 썼던 이명박 정부의 사례를 제시하는 이도 있다. 과연 부동산 공급대책이 상책인 걸까. 더스쿠프(The SCOOP)가 2008~2019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과 인허가 물량ㆍ준공물량의 상관관계를 분석해봤다.


2019년 12월 16일 또다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다. 1216 대책으로 ‘시세 15억원’ 이상의 아파트는 대출이 불가능하게 됐다. 2020년 1월엔 정부가 ‘추가대책’을 언제든지 내놓을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시장 규제책을 계속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셈이다.

강한 정책과 강한 발언이 잇따라 나오자, 반론이 제기된다. “시장이 자유롭게 공급하도록 내버려 둬야 한다”는 것이다. 간단한 논리다. 공급이 늘면 가격이 하락하니, 부동산 정책도 그렇게 하면 된다는 거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추이 = 그럼 이 간단한 논리를 문재인 정부가 몰라서 강한 정책을 꺼내든 걸까. 먼저 추세를 살펴보자.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이 내려갔던 순간은 2008년 하반기와 2010년 하반기, 그리고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세차례다.

KB부동산 리브온의 주택가격동향을 보면 2008년 10월 84.0(2019년 1월 100 기준)을 기록했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2009년 3월 81.18까지 급격하게 떨어졌다. 첫번째 하락이다. 두번째 하락은 2010년에 찾아왔다. 그해 3월 85.2를 기록했던 매매가격지수는 2010년 11월까지 83.7로 하락했다. 마지막 하락기는 2011년 6월(84.4)부터 2014년 1월(80.6)까지 길게 이어졌다.

 

■서울 아파트 공급량 추이 = 서울 아파트 가격이 하락할 때 서울 내 공급은 어땠을까. 일단 세차례의 하락기를 다시 살펴보자. 이명박(MB) 전 대통령은 시장을 최대한 활성화하는 정책을 선택했다. 2008년 3월 취임 시점부터 MB정부는 “2007년 중 안정세였던 집값이 2008년 이사수요 등 복합 요인으로 상승했다”며 “강북인천 등 국지적 상승세가 심화했다”면서 시장 상황을 평가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목표는 연간 50만호 주택 공급이었다. 그렇다면 MB정부 시절 매년 공급된 주택량은 어느 정도였을까. [※ 참고 : 더스쿠프는 주택공급량을 인허가 물량과 준공 물량으로 판단했다. 인허가 물량은 앞으로 공급될 주택량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준공 물량은 당장 사람이 들어가 살 수 있는 새롭게 만들어진 주택의 양을 확인할 수 있다.]

2008년 서울 내 인허가 물량은 37만128 5호였고 준공된 물량은 5만4248호였다. 첫번째 하락기(2008년 10월~2009년 3월)와 연결되는 2009년엔 각각 38만1787호, 2만8524호를 기록했다.

두번째 하락기(2010년 3월~2010년 11월)에 공급된 서울 아파트는 2009년과 비교해 7000가구 수준 늘었다. 인허가 물량은 38만6542호였고 준공 물량은 4만1937호였다. 마지막 하락기(2011년 6월~2014년 1월)에 공급된 서울 아파트는 한해 평균 52만711호(인허가 물량), 6만1072호(준공 물량)에 달했다.
 

■가격 하락기와 아파트 공급물량 = 그렇다면 인허가 물량과 준공 물량이 많아서 세번의 하락기가 도래했던 걸까. 그렇지 않다. 2008년부터 2019년까지 인허가 물량 가장 많았던 때는 2015년 76만5328호였다. 하지만 그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세는 꺾이지 않았다.

준공 물량 역시 마찬가지다. 2008~2019년 11년간 준공 물량이 가장 많았던 때는 2018년(7만4667호)이지만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그해 1월 91.1에서 2019년 12월 100.0으로 상승했다. 부동산 매매가를 쥐략펴락하는 건 주택공급계획이나 실제로 준공된 물량이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 통계다.

주택물량이 늘어도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지 않다. 부동산 매매가격을 좌우하는 변수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다만, 추측할 수 있는 이유는 있다. 주택물량이 많았던 시기에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사람들의 비중이 줄었기 때문이다.

자! 지금부턴 주택보급률을 살펴보자. 2005년부터 단순 주택보급률은 상승했다. 서울에 사는 가구와 서울에 있는 주택을 1대1로 단순하게 맞춰봤을 때는 주택 물량이 늘어났다는 거다. 2005년 93.7%였던 서울 주택 보급률은 94.4%(2010년), 96. 0%(2015년)로 차츰 높아졌다. 산술적으로는 주택 공급이 늘어난 셈이다. 


문제는 이 기간에 주택자가점유(주택을 소유한사람)의 비율이 하락했다는 점이다. 서울을 기준으로 2005년 44.0%였던 자가점유율은 2010년 41.0%로 떨어졌고 2015년 약간 회복해 42.1%를 기록했다. 주택 물량은 증가세였지만 ‘내가 사는 집’은 줄어든 셈이다. 이는 주택공급량이 늘었을 때 투기수요가 가격을 떠받쳤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다시 경제학 이론으로 돌아가보자. ‘공급이 늘면 가격이 내려간다’는 명제의 전제는 누구나 같은 정보를 가지고 같은 돈을 이용해 동일한 품질의 물건을 구매할 수 있을 때다. 부동산은 다르다. 대량 생산이 어렵고 가격정보를 매수자가 완벽하게 알기도 어렵다. 게다가 부동산 시장은 같은 매물을 두고 다같이 경쟁하는 시장이 아니다. 은평구에 있는 집을 사야 하는 사람은 중랑구에 있는 집에는 관심이 없다.

무엇보다 하나의 주택은 각각 하나의 시장을 만든다. 경쟁자가 물건을 찍어낼 수 있는 시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급 계획이 늘거나 실제 공급량이 증가해도 가격 흐름이 엇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급만으로 해결이 되기엔 부동산은 이미 복잡한 시장이 돼버렸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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