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회사원의 재무설계

저축만으론 원하는 재무목표를 이루기 힘든 경우가 많다. 그럴 땐 적정비율로 투자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저축액이 부족하다면 소비를 줄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저축과 투자, 절약도 여의치 않을 땐 아예 원점으로 돌아가 목표 자체를 조정해야 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30대 직장인 김세희(가명·37)씨가 바로 소비를 줄이고 목표를 조정해야 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저축액을 늘리기 어렵다면 소비를 줄이면 된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저축액을 늘리기 어렵다면 소비를 줄이면 된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재무관리의 시작은 목표 설정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현실에 맞게 목표를 설정하는 거다. 그러기 위해선 기간과 금액을 목표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선 현실 불가능한 목표를 과감하게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

30대 직장인인 김세희(가명·37)씨에겐 세가지 목표가 있다. ‘2년 안에 1000만원 더 모아서 이사하기’ ‘5년 안에 자동차(3000만원) 바꾸기’ ‘10년 안에 내집 마련 비용(1억5000만원) 모으기’ ‘20년 안에 노후 대비용 부동산(1억5000만원) 구입’으로 시기와 금액도 구체적이다. 이 목표를 모두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Q1 지출구조

먼저 김씨의 지출구조부터 살펴보자. 김씨는 한달에 200만원을 번다. 그중 통신비로 4만원, 관리비·공과금으로 8만원을 쓴다. 식비로 쓰는 돈은 한달 평균 30만원이며, 유류비를 포함한 교통비도 25만원씩 쓰고 있다. 각종 모임 회비와 기부금으로 15만원, 건강보험료도 한달에 7만원씩 납부한다.

연간 비정기적으로 쓰는 돈은 1030만원으로 만만찮다. 자동차보험과 세금으로 160만원, 부모님 용돈 드리는 데 60만원, 의류비·병원비·경조사비로 각각 40만원·25만원·30만원을 쓴다. 명절과 휴가 때 쓰는 돈도 각각 10만원, 70만원이다. 미용실 가는 비용도 35만원씩 든다. 나머지 600만원은 교육비인데, 사진과 미술 등 예술에 관심이 많은 김씨가 대학원 평생교육원에서 관련 프로그램 강의를 듣는 데 지불하는 비용이다. 이를 한달 평균으로 계산하면 약 86만원이다.

전세보증금 마련을 위해 약간의 대출을 받아 대출상환도 한달에 8만원씩 하고 있다. 한달에 200만원을 벌고 183만원을 쓰는 셈이다. 그러고 나면 통장에 남는 돈은 17만원뿐이다. 1년에 한번, 200만원의 상여금을 받을 때만 잠깐 여유로워지는 김씨의 가계부, 무엇이 문제일까. 

Q2 문제점

김씨는 현재 임대주택에 전세(보증금 3700만원)로 살고 있다. 좋은 조건이지만 한계도 있다. 소득이나 자산이 일정 기준을 초과하면 안 되기 때문에 소득을 함부로 늘리거나 큰 소비를 할 수도 없다. 김씨가 고민 끝에 임대주택을 나오기로 결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부터라도 소득과 자산을 늘려보기 위해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당장 나오긴 어렵다. 전세자금이 부족하다. 보증금 3700만원으로는 어림도 없어서 2년 안에 1000만원을 더 모으고 여기에 추가 대출을 받아볼 생각이다. 그러려면 한달에 42만원씩은 모아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 김씨의 목표는 이사 외에도 많다. 자동차를 바꾸고, 집을 사고, 노후를 준비하고 싶어한다. 이번엔 자동차 교체비용을 따져보자. 5년 안에 3000만원짜리 자동차를 구입하려면 월 50만원씩 차곡차곡 통장에 쌓아야 한다. 내집 마련을 위해 얼마를 모아야 할까.

10년짜리 적금을 부으면 월 복리를 10%로 후하게 계산해도 한달에 73만원씩 납입해야 한다. 이것만 해도 벌써 167만원인데 아직 노후를 위한 부동산 준비가 남았다. 이를 같은 조건(월 복리 10%)으로 따져 봐도 월 20만원씩을 적립해야 한다. 최소 2년 동안은 월 187만원씩 모아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한달에 183만원 쓰고, 17만원이 남는 김씨에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다. 어떻게 해야 할까.

Q3 해결점

자동차 얘기를 먼저 해보자.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는 김씨가 유류비와 자동차 세금 등으로 한해에 쓰는 돈은 460만원(월 유류비 25만원×12+보험·세금 160만원)이다. 김씨는 “한달에 두번 부모님을 모시고 병원을 다니기 위해 필요하다” “대중교통비나 유류비나 비슷하다”고 말하지만 집과 회사, 병원 모두 먼 거리가 아니기 때문에 굳이 자동차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

하루 교통비를 5000원으로 잡고, 한달에 두번 택시(3만원×2)를 이용해 병원을 오간다고 해도 한달에 21만원(연간 252만원)이면 족하다. 1년 동안 208만원을 절약할 수 있는 셈이고, 10년이면 2080만원을 모을 수 있다. 이런 계산을 통해 김씨에게 자동차를 처분해야 한다고 조언했고, 김씨 역시 장기목표를 위해 그러겠다고 답했다.

김씨가 목돈을 모을 수 있는 곳은 또 있다. 평생교육원에 신청했던 교육이 올해까지라서 지출 600만원이 곧 사라진다. 자동차를 팔기로 했으니, 교통비 항목에서 줄인 208만원까지 더하면 연간 808만원의 여유가 생긴 거다. 한달 평균 67만원이다. 여기에 매달 남던 17만원까지 보태 84만원으로 미래를 준비하기로 했다.

내집 마련 계획이 있기 때문에 가장 먼저 주택청약(2만원)부터 들었다. 전세금 마련을 위해 적금(40만원)도 들고, 부족한 부분은 투자 개념으로 단기 펀드(5만원)와 중장기연금형펀드(20만원)를 새롭게 구성했다. 통장에 그냥 방치하던 17만원은 비정기통장을 따로 만들어 관리하기로 했다. 마냥 비현실적이기만 하던 김씨 가계부에 드디어 현실적인 미래가 보이기 시작했다.
천눈이 한국경제교육원㈜ PB 팀장 | 더스쿠프 전문기자
crimsonnun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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