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 8명 중 3명 “L자형 침체 가능성 높다”
경제학자 8명 중 3명 “L자형 침체 가능성 높다”
  • 강서구 기자
  • 호수 381
  • 승인 2020.03.23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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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경제적 파급효과

코로나19의 파급 효과가 심상치 않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19일 1400포인트대로 주저앉으며 11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소비심리는 꽁꽁 얼어붙었고, 문을 닫는 소상공인도 급증하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 경제가 얼마나 빨리 제자리를 찾을 수 있느냐다. 국내 경제학자 8명의 의견은 엇갈렸지만 ‘한국경제가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는 이견을 내지 않았다. 한국 경제가 L자형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내다본 전문가는 8명 중 3명이나 됐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경제학자 8인에게 ‘코로나19 이후 한국경제’를 물어봤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경제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사진=뉴시스]

52일. 코로나19의 공포가 전 세계를 집어삼키는 데 걸린 시간이다.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武漢에서 원인 불명의 폐렴으로 알려진 코로나19는 무섭게 확산했다. 공식 집계가 시작된 1월 20일 205명이었던 전 세계 확진자 수는 지난 18일 18만5976명으로 900배 이상 증가했다. 4곳(한국·중국·일본·태국)에 불과했던 발생 국가 수도 141개국으로 늘어났다. 공식 집계 시작 52일 만인 지난 11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Pande mic)을 선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 멈춰 섰고, 글로벌 교역도 직격탄을 맞았다. 2월 한국의 하루 평균 수출액(18억3000만 달러)이 전년 동기 대비 11.7% 감소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 때문인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7일 국무회의에서 “지금의 상황은 금융 분야의 위기에서 비롯했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양상이 더욱 심각하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와 한국은행 등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은 각각 1.0%, 0.5%의 빅컷(큰 폭의 금리인하·Big Cut)을 단행하며 경기방어에 나섰다. 정부가 11조7000억원의 코로나19 추경을 편성한데 이어, 지난 19일 중소상공인·중소기업의 유동성 공급을 위해 50조원 규모의 ‘비상 금융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코로나19 종식 이후 침체에 빠졌던 경제가 제자리를 찾을 수 있느냐다. 일반적으로 대형 악재 탓에 급격히 악화한 경기는 악재가 사라지면 빠르게 반등하는 V자형 흐름을 띤다. 2015년 전국민을 공포의 도가니에 몰아넣은 메르스(중동호흡기중후군·MERS)가 내수시장을 망쳤을 때도 그랬다.

통계청에 따르면 메르스의 영향으로 그해 5월과 6월 각각 0.1%, 3.7% 감소했던 국내 소매판매는 메르스가 진정세에 들어간 7월 1.9%, 8월 1.9%로 빠르게 반등했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침체 이후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국내 경제학자 8인에게 한국경제의 전망을 물었다.

■V자형 반등은 없다 = 국내 경제학자들의 전망은 밝지 않았다. 8명의 경제학자 중 한국 경제가 V자 반등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 경제학자는 한명도 없었다. 코로나19가 얼마나 확산하고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상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박상인 서울대(행정대학원)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코로나19가 두려운 이유는 불확실성이 크다는 데 있다. 치료제가 얼마나 빨리 만들어질지 확신하기 어렵다. 유럽·미국 등의 확진자 수가 얼마만큼 늘어나느냐에 따라 충격의 강도가 달라질 것이다.” 코로나19가 부른 위기의 기간과 강도가 모두 불확실하다는 얘기다.

경제위기 부른 코로나19

코로나19의 충격이 큰 만큼 회복에도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소영 서울대(경제학) 교수는 “코로나19가 얼마나 빨리 종식되느냐에 따라 경제가 받는 충격이 달라질 수 있다”며 “사태가 장기화해 도산하는 기업이 발생하고 고용에 문제가 생기면 원래대로 돌아가는 데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시장에서 시작하는 경제위기와 달리 코로나19는 실물경제가 먼저 타격을 입었다는 것도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홍기석 이화여대(경제학) 교수는 “경제위기는 금융시장을 통해 나타나는 게 일반적이다”며 “코로나19 사태는 실물 쪽에서 위험 징후가 나타난 경우”라고 말했다. 그는 “실물경제의 충격이 금융시장으로 번지는 것을 막아야 경제위기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며 “경기침체 상황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고 설명했다.

11조7000억원의 추경은 코로나19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막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주장이 나온다.[사진=뉴시스]
11조7000억원의 추경은 코로나19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막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주장이 나온다.[사진=뉴시스]

■U자형 반등 가능성 = 경제학자 8명 중 2명은 코로나19가 국내 경제에 남길 상처가 아무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첫째 이유는 국내 상황이 안정되더라도 세계 각국이 상당 기간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주요 소비국인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으면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홍석철 서울대(경제학)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는 우리나라만 잘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한 뒤 말을 이었다. “글로벌 경제는 서로 연결돼 있다. 더구나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은 계속해서 제기된 문제다. 경기침체의 방아쇠를 당긴 것이 코로나19다. 다른 나라가 힘들어지면 우리나라에서 경기부양책을 사용해도 효과가 반감될 것이다. 당연히 회복에도 시간이 걸릴 공산이 크다.”

둘째 이유는 자산시장의 회복이 더딜 수 있다는 점이다. 한상일 한국기술교육대(산업경영학) 교수는 “시장에선 올해 2월 19일 3386포인트를 웃돌며 최고치를 경신했던 S&P500지수가 60% 가까이 폭락한 2000포인트대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며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요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낮췄지만 주가는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며 “이렇게 중앙은행의 정책이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급격한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L자형 침체 시작될까 = 8명 중 3명의 경제학자는 L자형 침체 가능성을 우려했다. 코로나19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저점 상태에서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타격을 입을 공산이 크지만 정부의 대책은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재정 확장카드를 꺼내들었다. 한은은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1.25%→0.75%) 낮추며 사상 처음 0%대 금리시대에 돌입했다. 하지만 금리인하가 어떤 효과를 낼지는 예측하기 힘들다.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는 전문가도 많다.

김상봉 한성대(경제학) 교수는 “이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나 낮출 필요는 없었다”면서 이렇게 꼬집었다. “시장에 기준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시그널을 주거나 0.25%포인트 인하하는 것으로 충분했을 것이다. 유동성은 풍부하기 때문에 돈을 더 푸는 금융정책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금리를 더 인하할 폭이 좁아졌다는 것도 문제다.” 

김상봉 교수는 11조7000억원의 코로나19 추경을 편성한 정부의 정책에도 쓴소리를 뱉었다. 재난소득·소비쿠폰 지급 등 소득을 보장해 주는 정책을 쓰면 진짜 위기가 닥쳤을 때 쓸 수 있는 카드가 사라진다는 이유에서다. 김상봉 교수는 “일시적으로 소득을 높여주는 정책이 소비증가로 이어질지 의문”이라며 “임시소득과 소비와는 상관관계가 매우 낮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건 평생 벌 수 있는 돈인 평생소득”이라며 “정부가 투입한 재정지출 대비 효과를 나타내는 정부지출 승수는 0.1 수준으로 매우 낮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참고 : 정부지출이 1단위 늘어날 때 유발하는 국내총생산(GDP) 증가분이다. 정부지출 승수가 0.1이면 정부지출이 1조원 증가했을 때 발생하는 GDP가 1000억원이라는 의미다.] 


김정식 연세대(경제학부) 명예교수의 의견도 비슷했다. 김 교수는 “국민이 소비하지 않는 건 코로나19의 불안감 때문”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금리를 낮춰 돈을 풀어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상공인과 기업의 대출이 부실화하면서 발생한 실물경제의 위기가 금융위기로 전이될 수도 있다”며 “수출에까지 문제가 생기면 올해 경제성장률은 1%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대책❶ 소비쿠폰 지급 = 그렇다면 코로나19 사태에서 기인한 위기를 극복할 대책은 무엇일까. 경기회복 전망이 엇갈린 것처럼 코로나19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해법도 다양했다. 2명의 경제학자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침체에 빠진 소비를 끌어올리기 위해 소비쿠폰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홍석철 교수는 “자금력이 충분한 대기업은 위기상황을 버틸 수 있지만 소상공인은 쉽게 무너진다”며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방안이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재난소득을 현금으로 지급하면 소비에 쓰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소비에 사용할 수밖에 없는 쿠폰을 지급해 소비를 늘리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한상일 교수는 소비쿠폰이 소상공인의 자금난 해소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상일 교수는 “무조건 쿠폰을 지급하는 것에서 그치면 안 된다”며 “소비쿠폰이 소비→소상공인 부채 탕감→소상공인 금융지원→소비로 이어질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도산 위기에 놓인 소상공인에게 제한된 금액을 지원하는 건 언 발에 오줌 누기와 같다”며 “지금과 같은 비상사태에서는 필요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 붕괴 막을 해법 찾아야 

하지만 소비쿠폰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경제학자도 많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필요한 상황에서 소비쿠폰을 지급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거다. 소비를 살리기는커녕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해소하기에도 규모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상인 교수는 “4월에 총선이 있어 2차 추경은 일러야 5월은 돼야 할 것”이라고 전망한 뒤 말을 이었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도산하는 극단적인 상황을 막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이번 추경으로 3개월을 버텨야 한다. 하지만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보릿고개를 넘길 만큼 돈이 풀렸는지는 의문이다. 소상공인을 지원하기에는 금액이 적고 대출을 적극적으로 늘릴 유인책도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 참고: 이 지점에서 성태윤 연세대 교수의 주장은 귀담아들을 만하다. 그는 코로나19로 타격을 입는 서비스업의 특성상 회복이 어렵다는 점을 전제로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비스업은 회복이 더딜 수밖에 없다. 지금 못 산 물건은 나중에 사거나 더 살 수 있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이용하지 않는 서비스를 더 늘리기는 쉽지 않다. 코로나19로 음식·숙박·관광 등의 서비스업이 큰 타격을 입었다는 걸 감안하면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다.”]


■대책❷ 세제혜택 = 몇몇 전문가들은 세제감면·세제혜택을 늘리는 정책을 내놔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김상봉 교수는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원인은 모두 외부에 있었다”며 “실물경제에서 경제위기 가능성이 제기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과거의 법칙을 적용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해결책도 달라야 한다”며 “감세카드가 훨씬 효율적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세금을 감면하면 가처분소득이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나 소비와 투자가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소상공인이 직격탄을 맞았다. 소상공인의 도산을 막는 정책이 시급한 이유다.[사진=연합뉴스] 

■대책❸ 자금지원 = 하지만 다수의 경제학자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분야를 선별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자금지원 카드를 사용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홍기석 교수는 “재난기본소득으로 생계비 등을 지원하는 것은 복지 차원에서 논의해야 할 일”이라며 “지금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특정 분야에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처분소득 늘리는 감세카드 고려할 만

박상인 교수는 “지금은 경기부양이 아닌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붕괴를 막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가계도 소득이 적은 곳이 아니라 일자리가 사라져 생계를 위협받는 계층의 붕괴를 막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국민을 설득해 꼭 필요한 곳에 자금이 지원될 수 있도록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가계와 소상공인, 기업이 연쇄적으로 무너지는 걸 막는 데 최우선 목표를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제학자 8명은 코로나19 경제위기와 관련해 엇갈린 진단을 내놨다. 다만, 한국경제가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는 한목소리를 냈다. 실제로 소상공인과 자산시장은 붕괴 조짐을 보인다. 코로나19 경제위기 가능성이 임박했다는 의미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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