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소상공인 대출, 돈 푸는 데 급급해 ‘디테일’ 놓쳤다
코로나 소상공인 대출, 돈 푸는 데 급급해 ‘디테일’ 놓쳤다
  • 강서구 기자
  • 호수 383
  • 승인 2020.04.06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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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소상공인 대출의 허점

664만5000명.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수(올해 2월 기준)다. 취업자의 4분의 1이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을 위한 금융지원에 나선 이유다. 문제는 정부의 금전 지원 정책에도 어려움을 호소하는 소상공인이 많다는 점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소상공인 금융지원 정책의 허점을 살펴봤다.

정부가 소상공인을 돕기 위한 대출에 나섰지만 돈을 빌리는 건 여전히 쉽지 않아 보인다.[사진=뉴시스] 

# 대구에서 피아노 학원을 운영 중인 박효주(49세·가명)씨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다. 2월 18일 대구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감염자 수가 들불처럼 번진 탓이었다. 박씨는 휴원 권고에 따라 그달 20일부터 학원 문을 닫았다. 학부모들의 요구에 미리 받았던 3월 수업료를 모두 돌려줬지만 그때만 해도 코로나19 사태가 이렇게 길게 이어질지 몰랐다. 하지만 학원 문을 닫은 지 한달가량 흐르자 경영난이 시작됐다. 임대료·세금·생활비 등 돈 나갈 구멍이 한두 곳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박씨가 기댈 곳은 정부의 소상공인 대출밖에 없었다. 박씨가 대출에 나선 건 3월 18일. 하지만 대출을 신청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새벽부터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지역센터를 찾아갔지만 박씨가 뽑아든 대기번호는 89번. 돈이 필요한 소상공인이 몰린 탓에 대출 상담을 받는 데만 꼬박 반나절이 걸렸다.

대출에 필요한 서류를 미리 준비해 간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러나 박씨는 대출을 받는 데 실패했다. 2월 연체한 도시가스비 8만9000원이 화근이었다. 박씨는 “대학교에 다니는 아들의 등록금을 마련하느라 돈이 부족해 세금을 신경 쓰지 못했다”며 “세금을 한달 연체한 것으로 대출이 거절될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 경기도 파주에 사는 이현민(40세·가명)씨는 지난해 3월 각종 학술대회와 기업행사에 필요한 컴퓨터·영상장비 등을 제공하는 작은 회사를 창업했다. 지난해 매출은 나쁘지 않았다. 일처리가 깔끔한 이씨를 찾는 기업이 늘면서 가을에는 직원을 2명이나 채용했다. 하지만 올해 매출은 1월 초에 올린 80만원이 전부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예정돼 있던 학술대회와 콘퍼런스 등 행사가 줄줄이 취소됐기 때문이다. 이씨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애써 뽑은 직원을 모두 내보내야 했다. 회사 운영은커녕 생계까지 막막해진 이씨가 문을 두드린 곳도 정부의 금융지원이었다.

3월 25일 은행을 찾은 이씨는 상담만 받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은행에서 대출 승인이 어려울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기 때문이다. 사업을 준비하면서 늘어난 대출로 신용등급이 2등급에서 4등급으로 떨어진 데다 신청자가 몰려 심사에서 밀릴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씨는 지난 1일 시행한 ‘소상공인 초저금리 대출’을 이용해 돈을 빌릴 예정이다. 하지만 대출에 성공해도 근심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이씨가 해당하는 신용등급 4등급 이하 자영업자는 빌릴 수 있는 돈이 10 00만원에 불과해서다. 그는 “코로나19가 가을까지 이어지면 사실상 올해 장사를 접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며 “1000만원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의 도산을 막기 위해 풀기로 한 돈은 12조원이다. 기존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의 규모가 2조2500억원이었던 걸 감안하면 6배가량 증가했다. 여기에 기술보증기금·신용보증기금의 특례보증 5조500억원, 소액자금 전액보증 3조원을 더하면 20조여원의 금융지원이 이뤄지는 셈이다. 그럼에도 돈이 필요한 소상공인 사이에선 돈을 빌리는 게 어렵다는 불만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돈 빌리기 어렵다는 소상공인들

이유는 간단하다. 소상공인이 넘기엔 대출 문턱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대출정책이 보증부 대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매출 규모가 적고 신용도가 낮은 소상공인의 특성을 반영해 신용보증이란 안전장치를 만들었지만 정작 신용보증재단의 보증을 받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신용보증재단의 보증대출 이력이 있거나 신용등급이 낮은 경우 세금 등의 연체가 있는 경우엔 대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체적인 대출 규모만 증가했을 뿐 까다로운 대출심사는 여전하다는 얘기다.

소상공인의 경영난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심각한 문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1일 발표한 ‘골목상권 경기현황 및 내년도 최저임금 의견’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요 골목상권 24곳의 올해 2~3월 평균 매출과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2.8%, 44.8% 감소했다. 특히 전체 골목상권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님 중 63.4%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이 지속될 경우 6개월 이내 문을 닫을 수 있다고 답했다. 대출의 안정성보다는 소상공인의 붕괴를 막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소상공인을 위한 코로나19 대출의 또다른 문제는 대출병목 현상을 미리 막지 못했다는 점이다. 2월 소상공인 대출이 시행된 이후 지역 신용보증재단에는 대출 보증을 받기 위한 소상공인들이 연일 장사진을 펼치고 있다. 대출 상담을 받으려는 상인들이 새벽부터 번호표를 뽑고 줄을 서는 통에 길게는 8~9시간을 기다려야 했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신보관계자는 “시중은행에 보증심사 업무를 위탁해 대출 시행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고 있지만 한달 이상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상공인 긴급자금 지원이라는 말이 무색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신보와 은행도 죽을 맛이다. 소상공인 대출업무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지만 늘어난 대출 상담을 수용하는 덴 한계가 있어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지역 신보에 은행 직원을 투입하는 등 소상공인 심사·심사 속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도 “선착순 대출로 수요가 몰려 처리에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신보와 은행도 ‘죽을 맛’

이를 두고 정부의 소상공인 대출 정책이 세밀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돈을 푸는 데 급급해 원활하게 공급하는 방안은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정부는 지난 1일 ‘소상공인 초저금리 대출’을 시행하면서 신용등급별로 신청 창구를 구분하는 등 개선안 마련에 나섰다.[※ 참고 : 정부는 소상공인 대출 병목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대출신청 창구를 신용등급 1~3등급 시중은행, 1~6등급 기업은행, 4등급 이하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으로 구분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정부의 소상공인 대출정책이 효과를 낼지는 의문이다. 대출을 기다리는 소상공인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신보에 따르면 3월 31일 기준 접수된 소상공인 대출 보증 건수는 15만5345건이다. 하지만 그중 대출이 실행된 보증은 3만6728건에 불과하다. 대출을 신청한 소상공인 10명 중 8명은 아직 돈을 빌리지 못했다는 얘기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소상공인을 위한 전방위적인 금융지원은 필요한 일”이라면서도 “처음부터 매출액 기준으로 신청 기간을 정하는 등 세밀한 정책이 부족했던 건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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