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늘고, 대출질 나빠지고 … 저소득 자영업자가 위험하다
대출 늘고, 대출질 나빠지고 … 저소득 자영업자가 위험하다
  • 김정덕 기자
  • 호수 381
  • 승인 2020.03.26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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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 자영업자 통계 따로 분석해보니…

“대출이 능사가 아니다.” 정부가 코로나19에 따른 자영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면서 각종 대출정책을 내놓자 나오는 비판이다. 자영업계의 대출은 매년 증가하고 있고, 그 대출 관련 리스크가 언제 터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저소득 자영업자가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자영업계 리스크를 관리할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저소득 자영업자의 통계를 따로 분석해봤다. 

자영업계가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위기에 봉착했다.[사진=연합뉴스]
자영업계가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위기에 봉착했다.[사진=연합뉴스]

2조원.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가 침체하자 자영업자를 지원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에 포함한 정책금융 규모다. 추경안은 지난 1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곧 저금리 대출ㆍ보증, 대출 만기연장, 원금상환 유예, 매출채권보험 인수규모 확대와 보험료 인하 등이 실시될 예정이다. 소비침체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자영업자에게 단비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일부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출정책만으로는 자영업계 위기를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경제학) 교수는 “국내 자영업계는 이미 침체를 겪고 있었고, 대출도 지속적으로 늘었다”면서 “이런 와중에 코로나19 사태가 터졌고, 소비가 더욱 줄어들면서 자영업계의 위기도 가속화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성 교수는 “가뜩이나 빚으로 버티는 자영업자들이 많은 상황에서 향후 경기 회복 속도가 더디거나 지금보다 더 나빠진다면 그 충격파는 지금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괜한 우려가 아니다. 통계가 이 주장을 뒷받침한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6개월마다 갱신)에 따르면 2019년 9월말 기준 국내 자영업자(2월 기준 644만5000명)의 대출액은 670조7000억원에 이른다. 2015년 422조5000억원에서 연평균 증가율이 14.7%에 이른다. 2019년 연간 통계가 다 나오지 않았다는 걸 감안해 2019년을 제외하면 연평균 증가율은 15.9%로 더 높아진다. 


 

문제는 저소득 자영업자 대출액이 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소득 자영업자 대출은 2015년 27조8000억원에서 2018년 47조4000억원으로 19조6000억원 늘었다. 연평균 증가율은 23.5%로 전체 자영업자 평균치보다 7.6%포인트나 높다. [※참고 : 한국은행은 저소득 자영업자의 기준을 연소득 3000만원 이하로 잡고 있다. 대출금액이 5억원을 초과해 실물자산이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 자영업자도 대상이 아니다.] 대출액만이 아니다. 저소득 자영업자의 대출 비중도 2015년 6.6%에서 2019년 7.7%로 1.1%포인트 상승했다. 

대출의 질도 걱정스럽다. 저소득 자영업자 중 저신용자 비중은 6.8%에 이른다. 일반 자영업자의 저신용자 비중 3.5%보다 2배가량 높다. 고금리대출 비중 역시 일반 자영업자는 4.7%인데 반해 저소득 자영업자는 12.4%다. 연체율 역시 일반 자영업자는 2.2%지만 저소득 자영업자는 4.1%다. 저소득 자영업자의 대출 건전성이 좋지 않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업종이 저소득 자영업자와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업종별 저소득 자영업자 대출 비중을 살펴보면, 음식점업(16.0%)ㆍ소매업(13.2%)ㆍ도매업(8.7%) 순으로, 코로나19 탓에 어려움을 겪는 업종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영업계가 무너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실물경제 위기가 그대로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대출을 해준 금융권이 흔들릴 게 뻔해서다. 더구나 저소득 자영업자는 사업자 대출 비중(12.8%ㆍ2019년 3분기 기준)과 가계대출 비중(11.5%)이 비슷하다. 일반적인 자영업자의 경우, 사업자대출 비중(11.5%)이 가계대출 비중(6.8%)보다 높은 것과 대조적이다.

이 통계는 저소득 자영업자들이 빚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현실화한다면 그 여파가 자영업계 구조조정으로만 끝나지는 않을 것을 시사한다. 저소득 자영업자가 ‘담보대출’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가능해서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자영업계의 부채가 심각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 성태윤 교수는 “지금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난 후 뭔가를 해볼 수 있다”면서 우선 당장 해야 할 것부터 제시했다. 성 교수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정부가 정책금융을 지원하는 건 매우 당연한 결정”이라면서 “다만 대출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효과를 보겠다면 매우 신속하고 원활한 지원이 뒷받침돼야 하고, 대출뿐만이 아니라 저소득 자영업자를 위한 현금성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 필요한 건 없을까. 김세종 아셈중소기업친환경혁신센터(ASEIC) 사무총장은 “자영업자의 경영 여건이 좋지 않으면 고용시장이나 금융권 대출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자영업자의 경영안정을 위한 선제적 대책이 요구된다”면서 이렇게 조언했다.

“자영업자의 과당경쟁을 초래할 수 있는 과잉 창업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 폐업률을 낮추기 위한 유지전략도 필요하고, 순조로운 퇴출도 유도해야 한다. 입구전략에서부터 출구전략까지 전주기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자영업계 구조조정의 연착륙을 위해서 특정 업종의 대출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한 금융권의 자정 노력도 필요하다. 저소득 자영업자를 위한 채무조정이나 저금리 상품 갈아타기 등 미시적인 정책도 요구된다.” 

대출, 채무조정 등 정책적 지원만큼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데도 힘을 쏟으란 얘기다. 무너진 자영업계의 둑방을 금전적 정책만으로 막기엔 그 구멍이 너무 크다는 일침이기도 하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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