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ㆍ2차 추경 24조+3차 추경 40조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집권 여당은 그런 환경을 만들 수 있는 입법적 지원을 충실히 해야 한다. 돈만 풀었다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도하기 어렵다.[사진=연합뉴스]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집권 여당은 그런 환경을 만들 수 있는 입법적 지원을 충실히 해야 한다. 돈만 풀었다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도하기 어렵다.[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경제 충격파를 완화하기 위한 통화ㆍ재정정책이 총동원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5월 28일 기준금리를 연 0.5%로 낮췄다. 기준금리는 3월 ‘빅컷(1.25%→0.75%)’을 포함하면 두달 새  0.75%포인트 인하됐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에 그치지 않고 환매조건부채권 무제한 매입 등 ‘한국판 양적완화’에도 나섰다. 저신용 등급을 포함한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사들이는 기구에 8조원을 대출하기로 했다. 코로나 사태 극복과 경기 활성화를 위해 중앙은행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한다는 자세다.

정부는 곧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발표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재정이 코로나 치료제이자 백신이라며 ‘전시戰時재정’을 주문했다. 집행 중인 1차 추경(11조7000억원), 2차 추경(12조2000억원)이 24조원이다. 3차 추경은 40조원 이상 규모로 거론된다. 

재정과 통화 양 측면에서 가능한 정책수단이 융단폭격처럼 투하되고 있다. 실업대란과 수출급감, 생산위축 등 코로나 후폭풍이 심각한 당장은 과감한 재정투입과 통화정책 완화가 긴요하고, 경기회복의 마중물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확장재정과 양적완화는 위급 상황에서 꺼내드는 단기 응급처방이지 장기간 지속할 국가정책은 못 된다. 경기침체로 세금은 덜 걷히는데 재정지출이 확대되자 국가채무가 급속도로 불어났다. 지난해 38.1%였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3차례 추경으로 45%에 육박할 전망이다.

아직은 국가채무 비율이 다른 나라보다 낮다지만, 증가세가 너무 가파르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경기가 나빠지면 나라곳간을 또 풀겠다고 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내년 본예산을 신속ㆍ과감ㆍ세밀 3가지 원칙으로 편성하겠다”며 두자릿수 증가율 울트라 예산을 예고했다. 

재정이든 통화든 갖은 정책을 다 꺼내도 민간 기업활동을 촉진하지 않으면 경기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은 기대 난망이다. 코로나 사태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ㆍ통화 정책이 효과를 보려면 규제완화나 세제개편 등 제도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할 텐데 현실은 딴판이다. 

총선에서 177석 절대 다수를 차지한 여당 당선자 워크숍에선 우리가 지금 코로나 터널 속에 있는지 의심하게 하는 정책들이 집중 거론됐다.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가 골자인 공정거래법과 다중대표소송제 등이 담긴 상법개정안 등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는 법안들이 입법추진 과제에 담겼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필요하다던 원격의료와 관련해 영리화ㆍ산업화와 관련 없다고 선을 그음으로써 비대면 신산업에 대한 규제개혁 기대를 냉각시켰다. 서비스산업발전법 등 내수를 키울 법안들을 통과시키려는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 

여기서 유럽연합(EU)의 모범국가인 독일 집권여당의 코로나 위기 대처법을 보자. 기독민주ㆍ기독사회연합은 ‘경제 재시동을 위한 10가지 과제’에서 내년 최저시급 인하 또는 동결, 소득세ㆍ법인세에 부가하는 통일연대세 폐지, 일일 최대 근로시간 제한 폐지 등 근로시간 법 개정 등을 제안했다. 기업의 경영위기 탈출을 돕기 위해 인건비ㆍ세금 부담을 덜어주고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행정부의 채택 여부와 별개로 여당이 최저임금 인하 등 인기 없는 정책을 들고 나왔다.

프랑스도 친기업정책으로 위기 돌파에 나섰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80억 유로(10조8000억원 상당) 규모의 자동차산업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현행 33%인 법인세를 2022년 25%까지 낮추는 방안도 추진한다. 정부 여당은 기업에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주문하기 앞서 독일ㆍ프랑스의 기업 살리기 노력을 배워야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5월 10일 취임 3주년 연설에서 ‘선도형 경제’를 제시했다. 한국판 뉴딜정책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리쇼어링(해외로 나간 기업의 모국 복귀)으로 한국을 세계 첨단산업 공장화하며, 고용위기에 대응해 전국민 고용보험 가입 추진이 핵심이다. 

하지만 정부가 리쇼어링 추가 지원 방안을 발표한 이튿날 LG전자는 구미공장 TV 생산라인 일부의 인도네시아 이전을 결정했다. 세계가 칭송하는 ‘K-방역’에 기대를 걸어 구호를 외친다고 국내 기업 공장이 돌아오고 외국 기업이 안전한 나라라며 한국을 찾을까.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기업은 탈세하지 않는 등 준법경영을 해야 한다. 정책이나 제도는 코로나 사태 이전과 같은데 돈만 풀어댔다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도하기는커녕 낙오자가 될 수 있다.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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