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Q-bhc, 둘은 왜 닭 대신 서로를 물어뜯나
BBQ-bhc, 둘은 왜 닭 대신 서로를 물어뜯나
  • 김다린 기자
  • 호수 411
  • 승인 2020.10.20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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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없는 닭싸움

BBQ(비비큐)와 bhc의 진흙탕 싸움이 개막했다. 생존전략을 꾀하는 과정에서 부딪힌 게 아니다. BBQ 오너 일가의 배임 이슈가 불거지는 데 bhc가 일조했다는 의혹이다. 양사의 과열된 다툼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여러 차례 소송전을 벌였고, 상대를 헐뜯으며 흠집을 내왔다. 안타까운 건 이런 갈등 속에 소비자가 없다는 점이다. 이런 회사들이 ‘국민 소울푸드’ 치킨을 만든다는 건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소비자는 안중에도 없는 BBQ와 bhc의 싸움을 취재했다. 

BBQ와 bhc는 소비자 만족도가 높은 브랜드가 아니다. 그럼에도 둘은 소비자 없는 싸움을 거듭하고 있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포토]
BBQ와 bhc는 소비자 만족도가 높은 브랜드가 아니다. 그럼에도 둘은 소비자 없는 싸움을 거듭하고 있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포토]

BBQ와 bhc가 또 붙었다. 전직 직원의 ‘입’에서 시작된 다툼이다. 짧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이 자녀들의 유학비용을 회삿돈으로 썼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 의혹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데에 bhc가 도왔다는 정황이 있다.” 소비자와 무관한 진흙탕 싸움이다. 사실 두 회사가 이렇게 치고받은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원래 한 식구(bhc가 제너시스BBQ의 100% 자회사)였던 두 회사는 2013년 bhc가 사모펀드에 팔리면서 관계가 틀어졌다. 

매장 수를 부풀려 매각했다는 이유로 국제소송을 벌이기도 했고, 함께 쓰던 물류센터 이용계약을 둘러싼 법정공방도 벌였다.두 회사는 2013년 갈라선 이후 10여건의 소송을 주고받을 만큼 앙숙이 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서로를 비방하고 깎아내리면서 여러 구설을 낳아왔다. 

문제는 두 치킨업체가 누구를 위해 싸우느냐를 알 수 없다는 점이다. 한 외식 프랜차이즈 CEO의 말을 들어보자. “지금은 코로나19로 프랜차이즈 업계가 궤멸적인 타격을 입은 뒤 서서히 회복하는 국면이다. 대표적인 치킨 브랜드인 양사의 공방으로 프랜차이즈를 향한 인식이 더 나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BBQ와 bhc는 치킨업계 ‘톱3’로 분류된다. 매출기준으로 따지면 1위 교촌치킨(3800억원ㆍ2019년 기준)에 이어 bhc(3186억원), BBQ(2464억원)순이다.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점 전체(11만6378개) 중 치킨집이 차지하는 비중이 21.1%(2만4602개)에 달한다는 점에선 양사의 존재감은 뚜렷하다. 

그래서 두 업체의 싸움을 마뜩지 않게 바라보는 이들은 숱하다. 또 다른 치킨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사건의 진실을 둘러싼 치열한 법정 공방이 끝나고 나면 한쪽은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라면서 “서로 다른 경영전략이 건전하게 충돌하는 게 아니라 생사를 건 싸움을 벌이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익명을 원한 프랜차이즈 CEO의 말을 들어보자. “이들이 사사건건 맞붙는 이슈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너 일가와 경영진의 심기를 건드는 이슈다. 품질이나 가격과 관련된 건전한 경쟁이 아니란 얘기다. 그나마 두 회사가 경영 요소에서 치열하게 다투는 영역이 하나 있는데, 그게 광고다. 톱모델을 활용해 제품을 미디어에 노출하는 데에는 BBQ와 bhc만큼 잘하는 회사가 없다. 다만 마케팅에 들어간 비용만큼 제품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닭값 내려도 치킨값 오르네 = 외식업계의 기본적인 경쟁 수단은 가격과 품질이다. 특히 서민음식의 대표 격인 치킨의 경우, 가격은 민감한 요소다. 가격을 함부로 올렸다간 불매운동의 역풍을 맞는다.

BBQ가 그랬다. 2017년 5월 가격 인상을 선언하고 소비자 반발에 시달리다 인상 결정을 철회했다. 더구나 치킨은 가격 인상요인이 적다. 주재료인 생닭 가격의 변동폭이 크지 않아서다. 올해 들어서도 생계 1㎏당 평균가격은 6.9%(1월 1529원→10월 1423원)나 떨어졌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다. 치킨은 이제 ‘서민음식’이란 말이 무색해질 정도로 값이 올랐다. 티격태격하는 업계의 선두격인 두 회사가 가격을 올릴 때만큼은 ‘손’을 맞잡기 때문이다. 최근의 치킨 가격 상승을 주도한 건 BBQ다. 소비자 반발을 딛고 2018년 하반기 대표 메뉴인 황금올리브 치킨을 1만6000원에서 1만8000원으로 인상했다. 

이때 몇몇 업체도 따라 올렸다. 치킨업계 관계자는 “무리한 가격인상을 시도하면 고객의 외면을 받아야 하지만 치킨 시장은 그렇지 않다”면서 “대형 브랜드가 가격을 올리면 나머지 업체가 따라 올리는 일종의 ‘가격 카르텔’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에선 bhc는 가격 인상에 동참하지 않았다면서 방어한다. 

실제로 bhc는 대표 메뉴인 해바라기 후라이드치킨의 값을 1만5000원으로 유지하면서 인상 행렬에 동참하지 않은 듯 보였다. 하지만 양념이나 순살, 소스를 곁들인 신제품의 가격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가령, bhc 주력메뉴인 뿌링클 라인 중 뿌링클HOT순살의 값은 1만9900원으로 2만원에 육박한다. 게다가 배달 수수료 유료화 여부를 점주에게 맡기고 있다. 고객 입장에선 배달비 부담까지 더해진 셈이다.

치솟은 치킨값은 통계청이 조사한 치킨의 소비자물가지수에서 드러난다. 올해 9월 기준 치킨의 물가지수는 110.95포인트다. 기준점인 2015년 100포인트 이후 꾸준히 상승했다. 조사대상인 39개 품목 중 상승률로 따지면 죽과 김밥에 이어 3번째로 높았다. 

치킨업계 관계자는 “중소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중에선 원재료 가격 인하와 서민들의 지갑 부담을 덜겠다는 명목으로 주요 제품의 가격 인하를 결정한 곳도 있다”면서 “BBQ나 bhc 같은 대형 업체는 그런 선도적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톱모델엔 목매달면서… = 이런 두 회사가 유독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분야가 있다. 바로 몸값 비싼 유명 연예인을 앞세운 광고에 열을 올리는 거다. 현재 BBQ의 광고모델은 한류스타 배우 이민호다. 영화배우 하정우, 글로벌 스타로 떠오른 BTS도 BBQ 치킨을 홍보했다. bhc는 2014년부터 전지현을 전속 계약을 맺고 있다. 이들 모두 십수억원의 비용을 써야 섭외가 가능한 톱모델들이다. 

윤홍근 회장의 자녀 유학비 횡령 의혹이 엉뚱한 여론전으로 비화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홍근 회장의 자녀 유학비 횡령 의혹이 엉뚱한 여론전으로 비화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실제로 두 회사의 지난해 마케팅 비용(광고선전비+판매촉진비)은 모두 전년 대비 증가했다. BBQ가 29.9%(135억6819만원→176억3181만원), bhc가 6.7%(77억3999만원→82억6336만원) 치솟았다. 업계 1위 교촌치킨이 마케팅 비용을 31.2%(111억5250만원→76억6207만원) 줄인 것과 상반되는 행보다. 

전직 BBQ 직원은 “광고모델 계약을 제대로 연장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회사가 뒤집어진 적이 있었다”면서 “막대한 비용을 들여 톱모델을 활용하는 건 두 회사에 그만큼 중요한 경영 요소”라고 토로했다. 이 비용도 결국 치킨 가격에 반영되고, 가격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 악순환이다.

본사 경영진의 지저분한 갈등으로 브랜드 이미지가 깎이면 그 피해는 영세 자영업자인 가맹점주가 고스란히 떠안는다는 점도 문제다. 더욱이 지금은 코로나19로 경영환경이 급격히 악화하는 민감한 시점이다. 오너 리스크로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게 좋을 리 없다. 애초에 점주의 노력과 소비자의 호응이 없었다면 업계 수위를 다투는 오늘날의 BBQㆍbhc도 없었다. 둘의 갈등이 쓸모없는 닭싸움에 불과한 이유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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