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극 발가락 육상천재

국립극단의 ‘12살 프로젝트’ 두번째 작품 ‘발가락 육상천재’가 무대에 오른다. [사진=국립극단 제공]
국립극단의 ‘12살 프로젝트’ 두번째 작품 ‘발가락 육상천재’가 무대에 오른다. [사진=국립극단 제공]

평온한 바닷가 마을. 자갈초등학교 육상부 내 순위는 견고하다. 언제나 1등을 하는 ‘호준’, 아슬아슬하게 2등만 하는 ‘상우’, 만년 꼴찌 ‘은수’. 이들 앞에 막강한 존재가 나타났다. 준수한 외모에 타고난 신체조건, 거기다 스포츠맨 정신까지 갖춘 ‘사기캐’ 정민이 전학을 온 거다. 학교 신기록을 세운 정민은 새로운 1등으로 부상하며 평화롭던 육상부를 흔든다. 꼼짝없이 1등을 뺏긴 호준은 ‘인어’가 자신의 발가락을 먹었다며 더 이상 달리지 않는다. 소년들은 인어를 잡으러 호기롭게 바다로 나선다. 

국립극단이 새롭게 선보이는 청소년극 ‘발가락 육상천재’는 지난 상반기 작품 ‘영지’에 이은 ‘12살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12살 프로젝트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경계에 있는 12세 청소년을 조명하는 작품이다. 이번 작품은 인어라는 환상의 존재를 통해 12세 소년의 열등감을 재기발랄하게 표현한다. 

극은 1등에서 밀려난 호준의 열등감을 축으로 펼쳐지지만, 쉽게 마음 놓을 수 없는 세상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겉모습을 부풀렸던 어른도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다. 티격태격하던 아이들 앞에 정말로 나타난 인어는 알고 보니 머리는 물고기, 몸통은 사람인 또래 소년이다. 인어는 환상성을 높이는 동시에 자존심을 지키고자 숨겨왔던 소년들의 속내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연출은 청소년극 대표 레퍼토리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 ‘레슬링 시즌’ 등을 연출했던 서충식이 맡았다. 랩·춤·각종 놀이로 구성한 흥겨운 무대는 10대 초반 소년이 가진 남모를 고민을 친숙하게 풀어낸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감각적인 대본은 김연주 작가가 작성했다. 김 작가는 “작품은 뭐라도 잡기 위해 한 움큼 쥐어보는 12살의 꼼지락거림을 담은 이야기”라며 “그 꼼지락거림은 평생 하게 될 사투로, 시작에 12살 소년이 서 있다”고 말했다. 

자갈초 육상부 4인방 중 자갈초 전前 1등 변호준 역은 임모윤이 맡았다. 새로운 1등으로 부상한 전학생 박정민 역은 홍사빈이 캐스팅됐다. 3등이 된 2등 김상우 역은 류석호가, 1등 하고 싶은 꼴찌 이은수 역은 김기헌이 맡았다. 소년의 몸을 가진 인어 역은 박창욱이 맡아 열연한다. 11월 22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한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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