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쓸 바이러스는 ‘경제 밑단’부터 흔들었다
몹쓸 바이러스는 ‘경제 밑단’부터 흔들었다
  • 김정덕 기자
  • 호수 417
  • 승인 2020.12.03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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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살림연구소 공동기획
코로나19와 경제적 불평등

자! 이야기를 쉽게 풀어보자.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활성화했다. 그러다보니, 재택근무를 사실상 할 수 없는 현장 노동자들은 일감을 잃어버렸다. 무시무시한 코로나19가 당분간 계속된다면 재택근무는 더욱 빠르게 활성화할 것이고, 현장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그만큼 줄어들 게다. 코로나19가 경제적 불평등을 부채질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도 그런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코로나19 확산은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의 경제적 불평등 개선 효과를 반감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코로나19 확산은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의 경제적 불평등 개선 효과를 반감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 10월 29일 국제통화기금(IMF)은 ‘코로나19는 어떻게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에서 불평등을 확대하고 있는가(How COVID-19 Will Increase Inequality in Emerging Markets and Developing Economies)’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결론부터 말하면 코로나19가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에서의 불평등을 키운다는 주장이다. 근거는 뭘까. 

IMF에 따르면 지난 20여년간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은 경제적으로 꽤 성장했다. 평균 실질 경제성장률(GDP)은 4.1%였다.[※참고 : 아래에 나오는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에 관한 지표는 동일한 모집단을 근거로 작성된 건 아니다. IMF는 지표 산정을 위해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했는데, 수치가 없는 경우도 있어서다. 신흥국은 40곳, 개발도상국은 20곳 정도다.] 

4%가 넘는 연간 성장률을 기록한 이들 국가는 재분배정책과 복지정책들을 실시했고, 경제적 불평등도 어느 정도 개선해냈다. 2002~2019년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이 GDP 대비 약 6%의 복지성장을 이룬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비슷한 내용을 시사하는 통계도 많다.

IMF가 지니계수를 활용해 백분율로 나타낸 ‘소득불평등(Income Inequalityㆍ수치가 낮을수록 평등)’ 비율 역시 2002년부터 2018년까지 신흥국은 45.07%에서 40.84%, 개발도상국은 41.42%에서 40.89%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하루 1.9달러로 하루를 사는 인구의 비율’은 신흥국은 13.53%에서 4.46%, 개발도상국은 44. 56%에서 24.49%로 가파르게 떨어졌다.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이 경제성장을 통해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는 거다. 

문제는 어렵게 개선해온 경제적 불평등 수준이 코로나19 국면에서 다시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우선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의 실질 GDP 전망치가 좋지 않다. IMF는 올해 이들 국가의 실질 GDP가 전년 대비 3.3%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복지 관련 재정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IMF는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신흥국과 개발도상국 복지재정이 전년 대비 8%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참고 : 물론 이 추정치엔 코로나19 이후 국가들의 소득재분배 조치가 반영돼 있지 않다.]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의 경제적 불평등을 악화할 만한 변수는 또 있다. 재택근무 능력치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재택근무가 필요해졌는데, 저소득 노동자일수록 재택근무가 쉽지 않아서다. IMF는 신흥국이든 선진국이든 소득이 낮을수록 ‘재택근무 능력치’도 낮다는 점에 주목했다. 반면 소득이 높을수록 재택근무 능력치는 높았다.

소득 낮을수록 대응력 약해

그뿐만이 아니다. 재택근무를 하기 어려운 일자리는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집에서 일할 가능성이 적은 저소득 노동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도 높다는 얘기다. 당연히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노동자의 비중이 낮은 국가일수록 소득분배 상황도 나빠질 수밖에 없다.

IMF 보고서는 “코로나19가 소득 분배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의 다른 전염병보다도 클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의 소득불평등 비율 개선세도 꺾여 소득불평등 비율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인 42.7%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신흥국과 개발도상국 중에는 청년실업이나 교육 불평등, 성 불평등이 만연한 곳들도 많아 코로나19가 이런 불평등까지 더 부채질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1.9달러(약 2000원)도 안 되는 돈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9000만여명의 빈곤층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노동자의 재택근무 능력치는 소득 수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사진=뉴시스]
노동자의 재택근무 능력치는 소득 수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사진=뉴시스]

중요한 건 IMF의 이런 전망이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에 국한된 것이냐는 점이다.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도 코로나19 국면에서 경제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내년엔 GDP가 2%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긴 하지만 코로나19가 수그러들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장담할 수 없다. 선진국 역시 위험지대에 놓여 있긴 마찬가지다. IMF가 지적한 재택근무 능력치가 소득 구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는 건 선진국도 다를 바없다.

불평등 줄이는 재정정책 더 필요해

이런 상황에서 무얼 할 수 있을까. IMF는 “불평등 격차가 더 벌어지는 걸 막을 수 있는 조치들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우선 코로나19의 타격을 입을 직업군엔 재교육 프로그램이 활성화할 수 있도록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재택근무가 쉽지 않은 다양한 업무들을 ‘디지털화’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또한 실업보험 가입자격 기준 완화, 유급 돌봄 휴직, 병가 연장책 등 사회적 안전망도 강화해야 한다. 저소득 가구를 위한 영양ㆍ의료 보조비 등 사회적 지원책도 유지하거나 더 늘려야 한다. 경제적 불평등을 막고 싶다면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IMF 보고서는 “지난 수십년간 어렵게 이뤄낸 것들을 잃지 않고, 공정한 틀에서 번영하려면 재정정책이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 역시 “재정적인 여력이 있는 나라들은 추가 지원책을 내놓고, 재정 여력이 제한적인 나라들은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지출 우선순위를 정하고 재분배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송윤정 나라살림연구소 선임연구원
7566767@gmail.com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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