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살림연구소 살림비평서
서울시 취득세 과소추계 심각
2020년에는 2조원 남아
지방재정법 지켰는지 의문

수입을 예상할 수 없다면 지출계획을 세우기 어렵다. 꼭 필요한 곳에 제때 지출하지 못하면 손해를 입을 수도 있다. 이는 공공영역에서 더 중요한 과제다. 지출계획을 제대로 짤 수 없다면 제때에 공공서비스를 받아야 할 시민이 불편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그렇다면 지자체는 수입을 제대로 예상해 계획을 짜고 있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서울시 역시 다르지 않다. 나라살림연구소와 더스쿠프(The SCOOP)가 서울시장 후보가 알아야 할 서울시 취득세의 비밀을 취재했다. 

지자체 중 가장 큰 서울시조차 예산액을 제대로 예상하지 못해 매년 조단위의 세수(취득세)를 남기고 있다.[사진=뉴시스]
지자체 중 가장 큰 서울시조차 예산액을 제대로 예상하지 못해 매년 조단위의 세수(취득세)를 남기고 있다.[사진=뉴시스]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여야 후보들은 다양한 공약을 내걸고 표심잡기에 한창이다. 하지만 이런 공약公約은 늘 공약空約이란 오명을 뒤집어써왔다. 세금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선심성 공약을 내놓는 경우도 숱했다.

사실 공약을 발표하기 전에 여야 후보진영에서 해야 할 일이 있다. 출마하는 곳(국가ㆍ지자체)의 곳간부터 확인하는 거다. 세입 규모와 재정 여력을 먼저 파악해야 합당한 세출 규모를 예상할 수 있고, 그래야 어떤 사업을 할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어서다.

특히 지자체에 출마하는 후보는 곳간 사정을 철저하게 파악해야 한다. 지자체는 그 재정을 수지균형의 원칙에 따라 건전하게 운영해야 한다. 지방자치법(제122조 ‘건전재정의 운영’)에 명시된 사항이어서 중앙정부처럼 경제 상황에 따라 적자재정을 꾸리거나 흑자재정을 꾸릴 수 없다. 

그렇다면 서울 보궐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곳간 사정을 정확하게 알고 있을까. 별다른 이유 없이 남아도는 돈이 있다면 이를 중요한 사업에 투입할 수 있는 눈을 갖고 있을까. 현재로선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 국내에서 가장 큰 지자체인 서울시조차 ‘세입 규모’를 제대로 예상하지 못해서다. 서울시의 예산과 결산의 오차가 지나치게 크다는 점은 이를 잘 보여주는 예다. 

지난 5년간(2016~2020년) 서울시의 취득세 예산액을 살펴보자. 2016년 서울시 예산서에 적힌 취득세 예산액은 3조3021억원이었다. 하지만 서울시가 실제로 거둬들인 취득세 수납액은 4조8921억원에 달했다. 1조5899억원이나 더 걷힌 셈이다. 2017년 1조2881억원, 2018년 7971억원, 2019년 1조3170억원, 2020년엔 2조8377억원의 취득세가 각각 더 걷혔다. 

이렇게 취득세가 예상보다 과하게 징수된 이유는 무엇이고, 문제는 또 뭘까. 서울시 전체 예산액은 약 40조원(2020년 일반회계 기준)이다. 이 예산액의 절반가량은 지방세로 충당하는데, 지방세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게 바로 취득세다. 

말하자면 서울시 예산서에서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취득세의 실제 징수 규모가 예상과 달라 2조8377억원(2020년 기준)의 차이를 냈다는 얘기다. 초과 세입에 따른 평균 오차율(예산과 결산의 차이)은 38.1%에 달한다. 예산서를 주먹구구식으로 짜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매년 돈 남기는 서울시

물론 취득세는 부동산 거래량에 따라 규모가 달라지기 때문에 예측이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일부러 과소추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서울시가 세입예산서에서 취득세 규모를 전년도 세입결산서의 취득세 규모보다도 낮게 책정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2017년 취득세 예산액은 전년 세입결산서보다 8851억원 적었다. 2018년은 9006억원, 2019년은 9179억원, 2020년은 9579억원 적었다. 매년 1조원가량 적게 추계한 셈이다. 올해 취득세 예산액은 전년도 세입결산서보다 2조4118억원이나 적다. 이쯤 되면 과소추계가 일상화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상보다 돈을 더 거뒀으니 재정은 더 탄탄해지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지자체는 수익을 남겨야 하는 기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서울시가 의도적으로 과소추계를 했다면 이는 지방자치법의 원칙을 위배한 것이나 다름없다. 

앞서 말한 것처럼 지자체는 지방자치법에 따라 흑자재정을 선택적으로 할 수 없다. ‘수지균형의 원칙’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세금을 더 거뒀으면 시민들을 위해 더 적극적인 사업을 펼쳐 돌려주라는 취지인데, 예산을 너무 적게 잡아 돈이 남았다면 명백히 법 원칙을 위배한 것이다. 

예산을 너무 적게 추계했다고 하더라도 추가적인 세출사업을 편성해서 예산을 썼다면 문제 될 게 없다. 특히 수시로 추경을 편성하는 서울시는 취득세 세수 진도율을 감안해 새로운 세출사업을 만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서울시는 추경을 편성하면서도 취득세 증액경정 추경은 하지 않았다. 예상 가능한 초과세수를 추경에 반영하지 않은 셈이다. 이는 예측 실패가 아니라 대응의 실패다. 

지자체가 초과세수를 줄여야 시민의 공공서비스도 늘어난다.[사진=뉴시스]
지자체가 초과세수를 줄여야 시민의 공공서비스도 늘어난다.[사진=뉴시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취득세를 과다징수했다면 그 규모가 얼마인지 시민들이 쉽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하는데, 취득세 초과세수 현황을 파악할 방법이 없다. 지방재정법에 이를 공지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음에도 서울시는 취득세 초과세수 현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방재정법부터 지켜야

취득세 초과세수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건데, 이는 지방재정법을 어기는 행위다.[※참고: 지방재정법 제60조 제5항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제1항에 따른 공시와는 별도로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세입ㆍ세출예산 운용상황을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매일 주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이 경우 주민이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세입ㆍ세출예산 운용상황을 세부사업별로 조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서울시가 지방자치법과 지방재정법을 어기면 손해를 보는 건 서울 시민이다. 돈이 있음에도 세출사업을 늘리지 않는다면 시민으로선 공공서비스를 더 못 받는 격이어서다. 게다가 적은 금액도 아니다. 서울시가 취득세 과소추계 문제점을 해결해야 하는 이유다. 

해결 방법은 명확하다. 우선 지방재정법 의무규정에 따라 일일 세입현황을 공개하고, 세수진도율을 반영해 초과세수가 있을 것 같으면 추경에 세입증감을 반영해야 한다. 오는 4월 7일이면 새 서울시장이 시정市政을 펼친다. 여야 후보 중 누가 당선되든 이 정도 문제쯤은 알고 있었으면 한다. 이게 시민을 위한 행정의 첫걸음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rsmtax@gmail.com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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