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사이버폭력, 그 무서운 세계

학교폭력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 학생들이 학교에 모이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학교폭력이 사이버 공간으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다. SNS나 텔레그램 대화방뿐만 아니라 중고거래 사이트까지 사이버폭력이 파고들고 있다. 문제는 가해자가 피해자의 ‘비밀번호’를 습득하는 방법이 너무도 쉽다는 점이다. 

비대면 수업이 증가하면서 학교폭력은 다소 감소한 반면 사이버폭력은 더 늘어났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비대면 수업이 증가하면서 학교폭력은 다소 감소한 반면 사이버폭력은 더 늘어났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하면서 학교에선 ‘온라인 학기’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학생들이 서로 만날 기회가 줄어들면서 학교폭력도 다소 주춤한 모습이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그 틈을 타 사이버폭력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사이버폭력이 어른들은 잘 모르는 새로운 형태로 진화해 학생들을 노린다는 점이다. 

필자는 진화하고 있는 ‘신종’ 사이버폭력의 사례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사이버폭력의 유형과 실태를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예방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확산하고 있는 사이버폭력 중 하나가 SNS 계정을 해킹·도용해 피해자를 괴롭히는 경우다. 가해자들이 피해자의 계정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방법은 다양하다.

먼저 피해자가 PC방이나 학교 공용 PC에서 SNS에 로그인한 경우를 노린다. 자동로그인이 설정돼 있거나, 비밀번호가 저장돼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혹은 피해자의 스마트폰을 빌려 SNS에 몰래 접속한 후 비밀번호를 알아낸다. 친한 친구들끼리 비밀번호를 공유했다가 사이가 틀어져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 


가해자는 이렇게 알아낸 비밀번호로 피해자의 SNS에 접속한 후 각종 글과 사진 등을 게시한다. 게시물은 대부분 우스꽝스럽거나 음란한 내용으로 피해자를 난처하게 할 수 있는 것들이다. 가해자들의 괴롭힘은 게시물을 올리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피해자인 척 주변 친구들에게 대화를 걸어 이간질을 하거나 성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방식이다. 피해자의 다른 교우관계까지 악화시키는 셈이다. 

실제 사례를 살펴보면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지난 6월 여중생이 동급생의 노출사진과 영상을 유포한 사례다. 당초 가해자와 피해자는 서로 SNS 계정 비밀번호를 공유할 만큼 친한 사이였다. 하지만 말다툼이 생긴 후 둘 사이는 멀어졌다. 이후 가해자가 앙심을 품고 피해자의 SNS에 몰래 접속해 비공개 게시물을 친구들에게 유포했다. 

해당 게시물은 피해자가 다이어트 전후 자신의 나체사진을 촬영해 비공개로 올린 사진들이었다. 사진은 2~3차로 유포돼 다른 학교로 퍼져나갔다. 계정 해킹ㆍ도용 등 사이버폭력을 간과해선 안 되는 이유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한 신종 사이버폭력까지 등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근거리 지역 기반’ 중고거래 사이트를 악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가해자들은 중고거래를 명목으로 대화를 시도해 피해자의 학교와 사는 곳 등을 알아낸다. 이후 직거래를 유도해 피해자를 집 근처로 불러낸다. 피해자가 장소에 나오면 거래할 물건을 빼앗고 때리거나 겁을 준다. 

괴롭힘은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가해자들이 속한 모바일 대화방에 피해자를 초대한 뒤 자신들이 시키는 대로 하도록 협박한다. 돈을 요구하거나 게임 아이템을 만들도록 한다거나 친구들을 동원해 자신의 SNS 게시글에 ‘좋아요’를 누르게 하는 것 등 지시사항도 가지각색이다. 

성범죄자 등의 신상을 공개하는 텔레그램 대화방 ‘디지털 교도소’ ‘텔레그램 자경단’ 등도 신종 사이버폭력의 온상이 되고 있다. 가해자들은 자신들이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자들을 교육하고, 사회로부터 격리한다’는 명목으로 텔레그램 대화방을 운영한다.  

빠른 신고가 가장 빠른 해결책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가해자들은 이곳에 접속하는 학생들을 ‘노예화’해 괴롭힘을 가하고 있다. 이들은 SNS를 통해 피해자들에게 ‘딥페이크(deepfakeㆍ지인의 사진을 음란물과 합성한 영상물)’를 무료로 해주겠다며 접근한다. 일종의 ‘함정’인 셈이다.

피해자들은 순간의 호기심에 빠져 별다른 의심 없이 지인의 사진을 제공한다. 이미 피해자의 신상 정보를 파악한 가해자들은 딥페이크 관련 대화 내용을 ‘박제’한 후 피해자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이른바 ‘성범죄자를 교육한다’는 명목으로 피해자들에게 시키는 대로 할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사실상 이들의 목적은 교육이 아닌 가학행위다. 식용유를 마시게 하거나, 피해자의 컴퓨터에 간장을 들이붓게 하거나, 길 한복판에서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고 이를 동영상으로 촬영해 올리게 하는 식이다. 거부할 경우 박제한 딥페이크 관련 대화 내용을 주위에 알리겠다고 협박해 피해자로선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결국 함정에 빠진 피해자들을 보면서 가해자들은 일종의 권력욕을 느끼며 즐기는 상황이 펼쳐진다. 더 큰 문제는 피해자들이 섣불리 신고하지도 못한다는 점이다. 딥페이크를 시도했다는 이유로 자신이 처벌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신종 사이버폭력의 사례를 알아두면 피해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신종 사이버폭력의 사례를 알아두면 피해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럼에도 필자는 최대한 빨리 신고할 것을 권한다. 가해자들의 요구에 응하면 응할수록 더한 폭력에 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사이버폭력은 피해자 혼자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는 거대 범죄다. 무엇보다 신고할 경우 충분한 처벌도 가능하다.

예컨대 SNS 등 계정을 허락 없이 해킹ㆍ접속한 경우 정보통신망법위반죄에 해당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금품 갈취ㆍ강요 등의 지시는 공갈죄(형법 제350조), 강요죄(형법 제324조)에 해당돼 각각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 최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물론 사이버범죄는 ‘익명성’ 뒤에 숨어서 이뤄지기 때문에 가해자를 특정하기 어렵고 검거도 쉽지 않다. 하지만 2~3차 피해로 확산하지 않기 위해선 최대한 빨리 신고해 수사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더욱더 교묘해지는 신종 사이버범죄를 끊어낼 골든타임이 지금인 셈이다.

노윤호 법률사무소 사월 변호사
yhnoh@aprillaw.co.kr | 더스쿠프


정리=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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