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광석 가격 변동이 관건

대형 철강사들의 올해 실적 하락폭이 중견 철강사들의 실적 하락폭보다 높을 것으로 보인다.[사진=뉴시스]
대형 철강사들의 올해 실적 하락폭이 중견 철강사들의 실적 하락폭보다 높을 것으로 보인다.[사진=뉴시스]

“생존을 걱정해야 할 그런 상황이었다.” 올해를 돌이켜 본 한 철강업계 관계자의 소회다. 주요 철강 수요처인 자동차와 조선, 건설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침체를 맞으면서 철강업계가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 물론 지금은 완만한 회복세로 접어들었지만 안심할 순 없다. 큰 타격을 입은 만큼 반등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늘이 무너졌으니 솟아날 구멍도 작다는 거다.

대표적인 후방산업인 철강산업의 전반적인 올해 업황 추이는 상저하고上底下高였다. 그런데 단순히 ‘저低’라고 하기엔 상반기 분위기는 상당히 심각했고, ‘고高’라고 하기엔 현재의 상황이 그렇게 밝지만은 않다. 

상반기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전방산업이 타격을 입으면서 그 여파가 고스란히 철강업계에 전해졌다. 자동차와 조선이 타격을 입으면 판재류(후판)의 수요가, 건설이 타격을 받으면 봉형강(철근과 형강) 수요가 감소했다. 일례로 지난 6월 포스코는 일부 생산설비의 가동을 중단했다. 설비는 정비에 들어갔고, 유휴인력엔 유급휴업을 실시했다. 7월엔 광양제철소 내 하이밀(철 스크랩을 녹여 판재류를 생산하는 전기로)을 비롯해 후공정 설비를 매각했다. 

현대제철도 비슷한 수순을 밟았다. 6월엔 당진제철소 전기로 열연공장의 가동을 멈췄다. 수주가 뚝 끊겨서다. 가동을 시작한 지 15년 만의 일이었다. 현대제철 역시 열연설비 매각 방침을 밝혔다. 당시 철강업계에선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고로(용광로) 가동을 중단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하반기 이후 전방산업이 조금씩 되살아나면서 철강업계도 한숨 돌리고 있다. 하지만 발목을 잡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먼저 주요 공급처인 자동차ㆍ조선ㆍ건설 등의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지 않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철광석 가격도 악재로 작용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올해 실적 전망치가 좋지 않은 이유다. 증권업계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10.3%, 12.6%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대형 철강사들에 비해 중견 철강사들의 실적 감소는 크지 않다는 점이다. 동국제강의 매출 전망치는 전년 대비 7.6% 줄어든 5조2257억원이다. KG동부제철의 매출은 전년과 비슷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나 현대제철은 주로 철광석을 이용하지만 동국제강 등은 주로 고철을 사용한다”면서 “그런 차이가 실적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럼 2021년 철강산업의 전망은 어떨까. 일단 전방산업이 회복세를 보인다는 게 긍정적이다. 치솟던 철광석 가격은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고, 제품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다만 철광석 가격 변동성이 커졌다는 점은 부정적 변수다. 철광석 가격이 크게 오르내린 건 중국과 호주의 무역분쟁 탓이 크다. 결국 대외 변수가 안정적이어야 철강업계의 반등도 노려볼 수 있다는 얘기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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