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Talk Car
불공평한 기본요금제
충전기 소유권도 없고
충전사업자 이득 없어

전기차 전용 생산 플랫폼을 이용한 전기차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과거에 비하면 성능도 월등히 좋아졌다. 그럼 전기차만 좋아진다고 전기차 시대가 도래할까. 그렇지 않다. 충전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듯하다.

전기차 충전기 사업자들도 이득을 볼 수 있어야 전기차 시대를 맞을 수 있다.[사진=뉴시스]
전기차 충전기 사업자들도 이득을 볼 수 있어야 전기차 시대를 맞을 수 있다.[사진=뉴시스]

필자는 전기차 시대를 맞으려면 충전 인프라가 중요하다는 걸 강조해왔다. 특히 아파트 단지 내 충전 인프라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기본 거주 형태가 아파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파트 내 충전 인프라 활성화를 가로막는 요소들이 적지 않다. 이는 충전 사업자들의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문제
 기본요금 논란 = 우선 충전기에 기본요금을 부과하는 문제부터 되짚어봐야 한다. 지난해 말 충전기에 부과하는 기본요금을 면제해주는 제도가 일몰됐다. 이제는 충전기를 사용하든 사용하지 않든 모든 충전기에 기본요금(월)이 부과된다. 

이에 따라 충전기 보급사업 초기에 중소기업들이 전국 곳곳에 설치했던 충전기들은 손익분기점도 넘지 못한 채 애물단지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일부 중소기업은 매달 1억원에 가까운 기본요금을 지급한다. 중소기업이 환경부의 독려로 충전기를 설치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기본요금 부과의 문제점은 또 있다.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환경부가 운영하는 충전기의 기본요금은 국민의 세금으로 납부한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충전기 사업을 펼치고 있는 한전은 기본요금을 내긴 내지만 그들이 기본요금 부과의 당사자란 점에서 ‘내지 않는 것’과 다름없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중소기업이 설치한 충전기에만 기본요금을 부과하는 셈이다. 이는 형평성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충전기 보급 활성화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기본요금 부과는 이중과세의 문제로도 이어진다. 아파트에 설치된 충전기를 예로 들어보자. 아파트에 메인 충전기가 달려 있다. 한전에서 공급하는 전기다. 이를 편의상 전력분배기를 통해 A동 주차장, B동 주차장에 각각 나눠 설치했다. 메인 충전기의 전기가 ‘전력분배기’를 통해 두곳으로 배치된 셈이다. 그럼 A동 주차장의 충전기를 이용하든 B동 주차장의 것을 사용하든 ‘메인 충전기’를 이용하는 것과 같다. 

그런데 현 요금구조에 따르면 메인 충전기에도 기본요금이 부과되고, AㆍB동 주차장의 충전기에도 기본요금이 부과된다. 이는 이중과세로 합당하지 않다. 

기본요금을 굳이 부과해야 한다면 충전기를 사용한 만큼만 부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필자가 지난 수년간 이 문제를 지적해왔음에도 공공기관들은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는다. 과연 정부가 진심으로 전기차 보급을 확대할 생각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문제 소유권 논란 = 충전기 보급사업 관련해선 생각해 볼 문제가 하나 더 있다. 충전기 사업자들이 자신들이 설치한 충전기의 소유권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거다. 예컨대 아파트 단지 내에 사업자들이 설치한 충전기의 소유권은 아파트에 있다. 충전기 사업자들은 관리만 담당한다. 

사업자 입장에선 일정 부분 돈을 들여 충전기를 놓는 것인데도 소유권이 없으니 답답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 많은 충전기를 설치하는 등 충전 인프라를 늘리는 일에 소극적인 업체가 많다. 일부 충전기 사업자는 충전기 확충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가기보단 정부의 보조금만 노리기도 한다. 

이런 일을 막으려면 설치한 충전기를 잘 관리만 해도 사업이 확장된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충전기 소유권까지는 아니더라도 충전기를 해당 사업자가 설치했다는 게 증명되면 이를 담보로 대출이 가능하도록 해주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좋은 전기차가 나온다고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충전기 인프라가 전기차 시대를 앞당기는 요인일지 모른다. 수소충전소가 없어서 수소전기차가 답보 상태에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소관 부처가 전기차 충전 사업 환경 개선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글 =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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