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팩트체크
현대차-LG엔솔 3대 7 합의
전기차 화재사건 책임소재 결정됐나
3대 7 숫자는 리콜 비용 분담비율
화재사건 날 때마다 다시 조정해야

화재사고로 논란을 빚었던 코나EV가 드디어 리콜된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비용 분담비율에 합의해서다. 그런데 이상하다. 비용 분담비율이 각각 3대 7이라는데 충당금 비율로 환산해보면 4.3대 5.7에 가깝다. 그렇다면 두 회사가 밝힌 분담비율 3대 7의 의미는 뭘까. 전기차 화재사고의 책임 소재가 밝혀지긴 한 걸까. 더스쿠프(The SCOOP)가 현대차와 LG엔솔 사이에 합의된 3대 7의 의미를 분석해 봤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리콜 비용 분담비율에 합의했지만, 책임 소재는 불분명한 상황이다.[사진=뉴시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리콜 비용 분담비율에 합의했지만, 책임 소재는 불분명한 상황이다.[사진=뉴시스]

최근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전기차 리콜 비용의 분담비율에 합의했다. 공식 분담비율은 현대차가 30%, LG에너지솔루션이 70%다. 지난 4일 양사는 충당금을 반영하기 위해 지난해 4분기 경영실적도 정정했다.

리콜 대상은 2017년 11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생산된 코나EV, 아이오닉EV, 일렉시티 버스 등 8만1701대(수출물량 포함)다. 이들 차종의 배터리를 전량 교체하는 리콜은 예정대로라면 29일 시작한다. 

시장에선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양사가 소비자의 피해 보상에 중점을 두고 빠르게 리콜 비용 분담에 합의했다” “선제적인 리콜을 통해 소비자 신뢰를 회복할 수 있게 됐다” “비용이 확정돼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했다” 등이다. 

그렇다면 두 회사의 합의로 전기차 화재사고의 원인과 책임 소재가 분명해졌을까. 그렇지 않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양사는 문제 해결(리콜)에 초점을 맞추고 합의했다. 그래서 분담 비율이 3대 7이라고 해서 배터리 쪽에 문제가 더 있었음을 인정한 건 아니다. 그럴 수도 없다. 국토부가 화재 원인을 확정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코나EV의 화재사고를 조사한 국토부는 배터리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만 내비쳤을 뿐 책임 소재를 가리지 않았다. 사진은 변창흠 국토부장관.[사진=뉴시스]
코나EV의 화재사고를 조사한 국토부는 배터리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만 내비쳤을 뿐 책임 소재를 가리지 않았다. 사진은 변창흠 국토부장관.[사진=뉴시스]

쉽게 말해서 이번 합의를 통해 리콜 비용은 (국토부 결과에 따라) 좀 더 부담하겠지만 화재사고의 책임까지 짊어지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참고 : 지난 2월 국토부는 “배터리 셀 내부의 정렬 불량(음극탭 접힘)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을 확인했다”면서 “현재 화재 재현실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현대차의 주장도 비슷하다. “지난 2월 국토부가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로 인해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을 얘기했다. 이 가능성으로 인해 리콜이 진행되는 거다. 양사는 신속한 리콜을 위해 이번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 사실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렇다면 3대 7은 대체 뭘까. 상징적인 숫자에 불과할까. 여기 흥미로운 결과가 있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리콜 충당금을 비율로 환산하면 4.3대 5.7이란 숫자가 나온다. 3대 7이란 분담비율에 별 의미가 없음을 잘 보여주는 수치다.

현대차가 실적정정을 통해 반영한 충당금은 4255억원(기존 충당금 포함)이다. LG화학(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별도 제무재표가 없음)이 실적정정을 통해 줄인 영업이익은 5550억원이다. 

줄어든 LG화학의 영업이익을 모두 충당금이라고 가정하면 분담금 비율은 현대차가 43.4%, LG에너지솔루션이 56.6%다.[※참고 : 현대차는 배터리 구매가격을 기준으로 충당금을 산정했고, LG에너지솔루션은 원가를 기준으로 충당금을 산정했기 때문에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양사의 입장을 종합하면 유추할 수 있는 결론은 하나다. 분담 비율을 3대 7이라고 했지만, 양사는 적절한 비율(비용 측면에서)로 합의를 도출했다. 그 후 이를 기준으로 화재사고의 책임 논란에서 한발자국씩 피하는 데 성공했다. 

책임 소재 여전히 불투명

어쩌면 예고된 결과였을지 모른다. 현대차도 LG에너지솔루션도 책임을 인정하는 순간 전기차 시장에서의 입지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아서다. 문제는 이대로 리콜이 마무리된다면 이후에도 ‘책임소재 논란’이 반복될 것이란 점이다. 이는 가정이 아니라 현실이다. 

“전기차에서 또 화재가 발생하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두 회사는 이렇게 답했다.  “국토부의 발표처럼 재현실험에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배터리를 화재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 중국 공장에서의 문제는 양산 초기에 나타난 것으로 이미 개선사항이 적용됐다. 따라서 이후에 같은 화재사고가 발생한다면 그건 별개로 또 조사를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 

“LG에너지솔루션에서 문제를 개선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후에 화재사고가 또 일어난다면 별개로 다시 조사를 해봐야 한다(현대차 관계자).”

화재사고의 책임이 있는 두 기업 관계자의 대답이 똑같다. 비슷한 화재사고가 발생해도 사고가 날 때마다 조사를 할 거라는 얘기다. 왜 이런 상황이 생기는 걸까. 책임은 국토부에 있다. 사고가 발생한 지 수개월이 흘렀음에도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밝혀내지 못한 탓이다. 

김필수 대림대(자동차학) 교수는 “두 기업이 자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고려해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만, 책임 소재가 분명하지 않아 맹점이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 “코나 화재사고는 ESS 화재사고 때와 비슷한 상황이고 새로 출시된 아이오닉에서도 같은 화재가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으니 소비자로선 답답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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