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연내 첫 EV 출시 공언
EV ‘득’ 될까 ‘독’ 될까

쌍용차가 올해 안에 자사의 첫 전기차 ‘E100’을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4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돌입하며 주식 거래마저 정지됐지만 전기차 출시를 향한 쌍용차의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하지만 일부에선 쌍용차가 전기차 출시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을 수 있다면서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존폐 위기에 놓여 있는 지금, 전기차는 쌍용차에 기회일까 위험일까. 

쌍용차가 올해 안에 첫 전기차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사진=연합뉴스]
쌍용차가 올해 안에 첫 전기차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사진=연합뉴스]

쌍용차가 자사 첫 전기차인 ‘E100(가칭 코란도 e-모션)’을 올해 안에 출시하겠다고 또다시 공언했다. 정용원 쌍용차 법정관리인은 지난 4월 20일 협력사 대표들에게 보낸 호소문에서 “전기차 출시가 임박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상반기 내 E100을 출시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은 두번째 의지 표현이다. 모기업인 인도 완성차 업체 마힌드라 역시 지난 7일 외신을 통해 전기차 개발 지원만은 이어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극복하기 위한 비책秘策으로 ‘전기차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그렇다면 쌍용차는 E100을 통해 반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까. 미디어에서는 쌍용차가 전기차 E100을 통해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쌍용차가 친환경차로 영역을 확장해 ‘탈脫디젤’에 성공한다면 충분히 시장 경쟁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란 해석에서다. 

전문가들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한국전기자동차협회장)는 “쌍용차가 경영난과 자금난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신차 개발에 투자할 만한 여력이 얼마나 있는지 알 수 없다”면서 “연구ㆍ개발(R&D)의 한계로 원천기술이 취약할 가능성이 높아 시장에 나와도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기차의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E100의 출시가 쌍용차에 도움을 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자동차학) 교수는 “전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4%에 불과하다”면서 말을 이었다. “그마저도 국내 시장에선 지난 3월 기준 5000대가량이 팔렸을 뿐이다. 전기차가 기대할 만큼의 수익성을 내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쌍용차가 서둘러 E100을 출시하면 초기비용만 드는 ‘제 살 깎아먹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쌍용차의 전기차 출시는 독毒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쌍용차가 E100으로 승부를 걸려면 정비 인력을 확보하고, 서비스센터를 확충하는 등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데,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다면 월급까지 삭감한 쌍용차에 부담만 가중할 수 있다는 거다. 이 교수는 “소비자 반응마저 냉담하다면 그 손해는 고스란히 쌍용차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문제는 쌍용차가 뻔히 보이는 리스크에도 ‘연내 출시’를 고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쌍용차 E100은 디젤 엔진 차량인 코란도의 플랫폼을 활용한 스포츠유틸리티(SUV) 모델로 알려져 있다. 출시만 한다면 국내 전기차 시장 최초의 준중형 SUV 모델이 된다. E100이 시장을 선점한다는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5월 말 진행될 예정인 공개매각절차 등에 휩쓸려 출시가 미뤄진다면 국내 최초 준중형 SUV 전기차란 타이틀마저 잃을지 모른다. 현대차와 기아도 내년 SUV 모델을 출시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 교수는 “쌍용차 입장에서는 올해가 전기차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면서 “쌍용차로선 올해를 놓치면 사실상 승산이 없다고 봤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과연 쌍용차는 ‘출시해도 걱정, 안 해도 걱정’인 전기차 딜레마를 현명하게 풀어낼 수 있을까.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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