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시장 개선 공약

동학개미 1000만 시대에 이른 만큼 개인투자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투자시장 정책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동학개미 1000만 시대에 이른 만큼 개인투자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투자시장 정책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 ‘K-증시’에서 공매도는 늘 뜨거운 이슈다. 외국인ㆍ기관투자자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공매도가 기업의 주가를 손쉽게 좌우할 수 있는 도구로 남용되고 있어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동학개미(국내 개인투자자)의 몫이다. 

# 동학개미를 울게 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월 27일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은 기업 분할을 향한 개미들의 공분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물적분할로 인해 신산업의 장래성에 투자했던 소액투자자들의 주주가치가 훼손됐기 때문이다.

# 지난해 국내 주식인구가 1000만명을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1000만 개미들의 피해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정부와 금융당국은 투자시장을 바로잡아야 할 의무가 있다. 20대 대통령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투자시장을 개선하겠다고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후보들은 얼마나 합리적이고 실질적인 공약을 내놨을까.


[※참고: 더스쿠프(The SCOOP)는 공약을 점검할 대선후보군을 이재명(더불어민주당), 윤석열(국민의힘), 심상정(정의당), 안철수(국민의당) 후보로 정했다. 군소후보의 공약은 별도로 짚어 볼 계획이다. 배열 순서는 원내 의석수를 기준으로 했다. 시리즈를 마칠 때까지 이 순서를 유지할 계획이다.] 

[이재명 투자시장 개선 공약]
법 개정 없인
헛공약일텐데… 


‘공정한 경제 생태계 조성’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내세우는 대명제다. 이 후보는 이런 대명제를 금융투자시장 개선 공약에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개인투자자, 그중에서도 소액투자자들의 관점에서 불공정성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우선 공매도 시스템을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개인과 외국인ㆍ기관의 공매도 환경이 크게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외국인ㆍ기관은 공매도 차입기간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개인투자자는 90일 제한).

대주ㆍ대차 담보 비율도 개인투자자보다 훨씬 낮다. 이 후보는 외국인ㆍ기관의 차입기간을 제한하고, 대주ㆍ대차 담보 비율은 높여 개인투자자와 동일한 조건을 만들 계획이다. 대주주와 소액주주 간 기울어진 운동장도 손보겠다고 밝혔다. ‘기업이 물적분할 후 재상장하는 걸 막아야 한다’는 의견은 이 후보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단면이다. 

실제로 ▲특별사법경찰관 역할 확대 ▲금감원의 단속 역량 강화 ▲적극적인 스튜어드십 코드 활용을 위한 제도 개선 ▲기업의 집중투표제 도입 의무화 ▲신규 상장기업 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 기간 제한(카카오페이 스톡옵션 사태 대응책) 등 ‘기운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 만한 공약이 많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투자시장 개선 공약은 개인·소액투자자에 초점을 맞췄다.[사진=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투자시장 개선 공약은 개인·소액투자자에 초점을 맞췄다.[사진=뉴시스] 

다만, 이 후보는 찬반 양론이 격돌하고 있는 ‘주식양도세 폐지’는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주식양도세를 폐지하면 개인투자자들도 이득을 보겠지만, 대주주가 더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부자 감세’ 아니냐는 거다. 이 때문에 일정 규모 이하로만 비과세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이 후보 공약의 초점은 ‘개인ㆍ소액투자자’에 맞춰져 있다. 관건은 실천 가능성인데,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이 후보가 공약을 지키기 위해선 바꿔야 할 법이 많아서다. 공매도 조건을 개선하려면 자본시장법을, 물적분할에 손을 대려면 상법을, 집중투표제를 현실화하려면 상법과 금융그룹감독법까지 손봐야 한다. 국회의 도움 없인 어렵다는 거다.

아울러 금감원의 단속 역량 강화나 연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제도 개선 등은 기존에 있는 시스템을 ‘강화하겠다’는 선언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에선 공매도를 잡겠다면서 외국인을 규제하면 외국의 투자자금 유입을 막을 거라는 우려도 있다. 이 후보는 과연 자신의 공약을 추진했을 때 나올 현실의 장벽들을 모두 고려한 걸까.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윤석열 투자시장 개선 공약]
개미 위한다면서
개미 잡을 수도


주식시장은 경기상황과 정책에 민감하다. 잘못된 시그널은 시장에 혼란을 주게 마련이다. 20대 대통령선거에 나선 후보들의 금융ㆍ투자 관련 공약을 살펴봐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금융ㆍ투자 시장 개선을 위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공약은 무엇일까. 

윤 후보의 공약은 크게 자본시장 선진화 부문과 가상자산 안심투자 부문으로 나뉜다. 먼저,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방안으로는 ▲주식양도세 폐지 및 증권거래세 유지 ▲기업 분할 상장 시 투자자 보호 ▲ 공매도 서킷브레이크 도입 ▲ 공매도 감시 전담 조작 설치 등을 제시했다. 가상자산 안심투자 부문의 공약으로는 ▲코인 투자 비과세 적용 ▲디지털산업진흥청 설립 등을 내세웠다.

이중 주식양도세와 증권거래세 공약을 둘러싼 여론은 회의적이다. 주식양도세를 폐지해도 소액투자자들에게는 별다른 메리트가 없을뿐더러 증권거래세가 되레 투자자들의 부담을 가중한다는 거다. 근거는 명확하다. 주식양도세는 내년부터 과세 대상이 확대(대주주→모든 투자자)되는데,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실제 이를 납부하는 건 전체 주식투자자의 2%(9만명)에 불과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발표한 증권거래세 폐지 공약을 두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사진=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발표한 증권거래세 폐지 공약을 두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사진=뉴시스]

주식양도세 폐지가 되레 대주주나 소수의 ‘슈퍼개미’를 위한 정책이 될 수 있는 거다. 반면 증권거래세는 주가가 하락해도 내야 하는 손실과세라는 점에서 미국ㆍ일본처럼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윤 후보의 다른 공약을 봐도 체계적인 구상이 부족하거나 기존 제도의 반복에 머물러 있다. 가령,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기업들의 분할 상장을 규제하는 대안으로 물적분할 시 신주인수권을 부여한다는데 인적분할과 어떤 차이를 둘 것인지, 분할을 통해 투자금을 마련하는 기업에 어떤 기준을 적용할지 제시하지 않았다. 

공매도 이상종목을 감시하는 전담 조직은 현재 한국거래소가 운영 중인 ‘공매도 특별감리단’ ‘공매도 모니터링 종합상황실’과 기능이 중첩될 수 있다. 주가의 과도한 하락 시 공매도를 자동으로 금지하는 서킷브레이크 제도 역시 기존의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와 중복된다. 

코인 비과세(공제한도 5000만원)는 세제 특혜의 명분, 해외주식 투자자들과의 형평성을 두고 논란이 숱하다. 디지털자산의 개념 정의와 법제 마련도 이제 학계와 국회에서 논의를 시작한 단계다. 이런 상황에서 윤 후보는 자신의 공약을 통해 개미를 보호할 수 있을까.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심상정 투자시장 개선 공약]
공약 없는 발언 
공허한 메아리 


빚투ㆍ영끌ㆍ존버…. 젊은층 사이에서 유행하는 금융 관련 용어들이다. 그만큼 이들의 관심사가 주식ㆍ가상자산 등 투자에 쏠려 있다는 얘기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투자 열풍이 ‘경제적 불평등’ 구조에서 기인한다고 보고 있다.

심 후보가 ‘청년기초자산제’ ‘비정규직 평등수당’ ‘최소노동시간 보장제’ 등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한 공약을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심 후보는 지난 11일 10가지 주요 공약을 모은 공약집을 발표했지만, 여기에 투자시장 개선 관련 공약은 담지 않았다. 다만 공식 석상이나 인터뷰 등에서의 발언을 통해 금융ㆍ투자시장에 관한 심 후보의 생각과 방향성을 파악할 수 있다. 

먼저 심 후보는 가상자산을 ‘투기성 자산’으로 규정하고, 이에 걸맞은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가상자산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세조종, 사기행위, 해킹 등 불법행위를 막을 수 있는 규정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가상자산에 과세를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은 굽히지 않았다. 심 후보는 “가상자산의 과세만 유예하는 것은 과세형평성을 크게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청년 투기 광풍의 원인으로 불공평한 경제 구조를 꼽았다.[사진=뉴시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청년 투기 광풍의 원인으로 불공평한 경제 구조를 꼽았다.[사진=뉴시스]

주식시장 관련해선,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ㆍMorg 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 선진국지수 편입을 추진하는 건 찬성했다. 다만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조건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졸속협상은 안 된다는 게 심 후보의 생각이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공매도’는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무차입 공매도에는 강경한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심 후보는 이전부터 무차입 공매도를 막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참고: 무차입 공매도는 빌리지 않고 매도부터 먼저 하는 공매도 방식으로, 국내에선 불법이다.]

이처럼 심 후보의 관점은 ‘투자 불평등 해소’에 맞춰져 있다. 임금 양극화, 부동산 폭등 등 사회구조로 인해 경제적 부를 얻을 수 없는 젊은층이 ‘투자’에 눈을 돌리고 있는 만큼,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거다.

하지만 아쉬운 면도 있다. 심 후보는 현재까지도 직접적으로 관련 공약을 내놓지 않았다. 국회의원 시절 금융 관련 상임위원회를 활동하며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한 일이다.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외침은 메아리에 불과하다. 심 후보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 수 있을까.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안철수 투자시장 개선 공약]
흑백논리식 약속 
명쾌하긴 하지만


“공매도 시장은 사실상 개인이 참여하기 힘든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그동안 ‘공매도’와 관련해 수시로 의견을 피력해왔다. 그가 문제로 꼽는 건 ‘정보의 비대칭성’과 ‘무차입 공매도’다.

안 후보는 “일부 외국계 증권사 주도로 대량의 공매도 거래가 진행되고, 그 과정에서 특정 테마주와 기업의 잘못된 정보가 결합돼 시장을 왜곡하고 시세를 조종할 우려가 있다”며 “이런 경우 개인 투자자들이 심각한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안 후보는 불법 공매도를 제도적으로 방지하고 감시하는 시스템이 없어서 무차입 공매도가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안 후보가 공매도의 문제점을 해결하겠다고 내놓은 해답은 공매도를 철저히 전산ㆍ시스템화해 모든 공매도를 감독하고, 불법 공매도 적발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는 거다. 불법 공매도를 근본적으로 막겠다는 얘기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투자시장을 개선하려면 공매도와 기업분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뉴시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투자시장을 개선하려면 공매도와 기업분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뉴시스]

안 후보는 또 “연기금이 보유한 주식을 공매도용으로 대여하는 것을 전면 금지하겠다”며 “공매도로 인한 개인투자자의 피해를 막아 공정한 주식시장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최근엔 “분할 상장을 금지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면서 주식시장을 크게 흔들었던 LG에너지솔루션을 예로 들었다.

지난 8일 안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LG화학의 알짜배기 사업이 분리돼 상장되면서 LG화학에 투자했던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발생했다”면서 “반면 대주주와 오너들은 물적분할 후 상장을 해서 더 많은 투자금을 확보하면서도 여전히 자회사에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글을 남겼다.

안 후보는 ‘주식 먹튀’ 논란을 일으켰던 카카오페이 역시 기존 주주의 이익을 침해한 사례라며 투자자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알파벳이 구글을 비상장 자회사로 물적분할한 것처럼 물적분할한 자회사를 아예 상장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것이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는 가장 정직하고 공정한 방법이라는 거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자칫 상장이 절실한 기업까지 압박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보다 앞서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기존 주주의 권리를 보호하는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해야 하는데, 안 후보의 공약엔 그런 세심함이 없다. 다른 분야의 공약처럼 안 후보의 전략은 괜찮지만, 전술은 아쉬운 부분이 많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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