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ny Insight | 제주항공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조건부 승인
운수권·슬롯 재배분 대비하는 LCC들
중·단거리 집중 제주항공 뚝심 통할까

국내 LCC 업계가 대형기를 이용한 장거리 운항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기업결합 심사를 조건부 승인하면서, 두 회사의 노선 일부가 국내 LCC에 재분배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내 최대 LCC인 제주항공은 대형기 도입과 장거리 노선 취항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어찌 된 영문일까.

LCC 업계에 장거리 열풍이 불고 있지만 제주항공은 기존의 중·단거리 운항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사진=제주항공 제공]
LCC 업계에 장거리 열풍이 불고 있지만 제주항공은 기존의 중·단거리 운항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사진=제주항공 제공]

“하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국내 대표 저비용항공사(LCC) 중 하나인 제주항공이 갈림길에 섰다. 장거리 노선에 취항하느냐 마느냐를 두고서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지난 2월 22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인수 · 합병(M&A)을 조건부 승인하면서, 두 회사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운수권과 슬롯(SLOT) 중 일부를 국내 LCC와 외국 항공사에 재분배해야 한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특정 노선에서 공정한 시장 경쟁을 저해할 만큼 독점적인 지배력을 가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참고: 운수권은 정해진 노선을 운항할 수 있는 권리를, 슬롯은 이착륙을 위해 공항을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을 뜻한다.] 실제로 공정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통합항공사가 출범하면 총 40개 노선(국제선 26개 · 국내선 14개)에서 독과점으로 인해 경쟁을 제한할 것으로 판단했다.

이중엔 여객 수요가 많아 ‘알짜노선’으로 불리는 인천~뉴욕, 인천~바르셀로나, 인천~시드니 등 장거리 노선이 포함돼 있다. 국내 LCC인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가 대형기 도입과 함께 장거리 노선 취항을 준비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경쟁사와 달리 기존 중 · 단거리 노선 운항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고집하고 있다. 단일 기종으로 항공기 운용비용을 낮추고 이를 통해 여객운임을 최소화하는 LCC의 본질을 잃지 않겠다는 거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사업의 확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원래 잘하던 것에 집중해 (사업을) 안정화하는 것이 우선”이라면서 “현재로선 대형기 도입을 따로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제주항공의 뚝심이 언제까지 통할 수 있느냐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박상범 한국항공대(경영학) 교수는 “장거리 운항을 하려면 대형기에 적합한 인력 · 정비 · 서비스 · 안전 등의 운용 환경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면서 “대형기 한두대를 투입해 운항하는 정도로는 수익보다 고정비 지출이 더 클 것”이라며 제주항공의 원칙론을 뒷받침했다.

반면 박진서 한국교통연구원 항공교통연구 본부장은 “장거리 노선은 단거리 노선과 비교해 수익성이 더 높은 만큼 (향후 운수권 · 슬롯 재배분이) LCC에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 “선제적으로 대형기를 도입한 LCC는 이후 4~5년에 걸쳐 기재를 점차 늘리면 되지만, 뒤늦게 장거리 노선에 뛰어든 LCC는 운항 준비에만 최소 1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타이밍을 놓치면 자칫 시장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변화의 파도 속에서 제주항공은 과연 흔들림 없이 비상할 수 있을까.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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