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 통합항공사 엇갈리는 시각 ❷
통합항공사 운수권 재배분 가시화
“외국 항공사에 빼앗긴다” 우려도
외항사의 운수권 확보 가능한 걸까

“공정위의 제재로 통합항공사가 중복 노선의 운수권을 반납하면, 결국 외국항공사에만 좋은 것 아닌가요?” 지난 2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내린 규제를 두고 이런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과연 독과점을 막기 위한 공정위의 조치로 우리나라의 운수권을 외국에 내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은 사실일까요? 더스쿠프가 사실관계를 확인해봤습니다. 통합항공사 엇갈린 시각, 두번째 편입니다. 

지난 2월 공정위는 통합항공사의 운수권 일부를 반납하라는 조치를 내렸다.[사진=뉴시스]
지난 2월 공정위는 통합항공사의 운수권 일부를 반납하라는 조치를 내렸다.[사진=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가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이제 결과를 수용하고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에 최선을 다할 시점이다.”

지난 3월 2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창립 53주년 기념사를 통해 밝힌 소감입니다. 그러면서 조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을 성공적으로 인수해 글로벌 항공업계의 품격 있는 리더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는데요.  


업계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 결과를 순순히 받아들이는 대한항공을 두고 예상 밖이라는 반응을 내비칩니다. 한때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인수 · 합병(M&A)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었기 때문이죠. 

사실 대한항공의 포기설이 나온 이유는 간단합니다. 공정위 조치에 따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양사가 중복 운항 중인 노선의 운수권 일부를 반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엔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 호주 시드니 등 수익성이 좋은 장거리 노선도 포함돼 있습니다. 대한항공으로선 M&A를 위해 ‘황금노선’의 일부를 포기하느냐, 차라리 지금처럼 시장을 과점하는 게 낫느냐를 두고 저울질했을 겁니다. 

어쨌거나 대한항공은 M&A를 밀어붙이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지만, 통합항공사의 경쟁력을 향한 회의적인 시선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규모의 경제’를 노렸던 통합항공사의 시너지 효과가 ‘중복 노선의 운수권 반납’ 탓에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한편에선 다음과 같은 주장을 펼치기도 합니다. “통합항공사가 운수권을 반납하면 결국 외국항공사만 이득 아닌가.” 이 주장은 사실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답은 ‘거짓’입니다. 규정상 우리나라 국토교통부에서 부여하는 국제선 운수권은 국내 항공사들만 받을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관련법을 자세하게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국제항공 운수권 배분규칙 제2조에 따르면 ‘국토부 장관의 면허를 받은 국제항공운송사업자’만 국제선 운수권을 받을 수 있도록 명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외국항공사가 국내에서 국제항공운송사업 면허를 취득할 순 없습니다. 

외국인 사업자 제한하는 국내법 

해외 자본이 국내 항공 산업을 지배하고 잠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나라 정부에서 외국항공사의 시장 참여를 법적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참고: 국제항공 운수권 배분규칙의 공식 명칭은 ‘국제항공운수권 및 영공통과 이용권 배분 등에 관한 규칙’입니다.]

관련 법규를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항공사업법 제9조 1항에서는 다음과 같은 경우 국제항공운송사업을 위한 면허를 불허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사람 ▲외국 정부 또는 외국의 공공단체 ▲외국의 법인 또는 단체 ▲외국인이 주식이나 지분의 2분의 1 이상을 소유하거나 그 사업을 사실상 지배하는 법인 ▲외국인이 법인의 대표자이거나 법인의 등기상 임원 중 외국인의 수가 2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 등 5가지입니다. 사실상 ‘외국인’을 면허 취득의 결격 사유로 못 박았다는 겁니다.

종합하면 결론은 명확합니다. 첫째, 사업의 주체가 외국인인 해외 항공사는 우리나라 국토부의 면허를 받을 수 없습니다. 둘째, 국토부의 면허를 받을 수 있는 곳은 국적항공사, 이를테면 우리나라 항공사뿐입니다. 셋째, 따라서 국토부의 면허를 받은 자에게만 부여하는 운수권은 우리나라 항공사들만 받을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운수권 반납이란 공정위의 제재 조치 때문에 외국항공사에 운수권을 빼앗긴다”는 주장은 거짓입니다.

자국 정부가 부여하는 운수권  

그럼에도 혹자는 이런 의문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면허도 없는 외국항공사가 어떻게 국내 항공시장에서 영업을 할 수 있는 것인가?” 답은 명쾌합니다. 항공사업법 제54조에 따라 외국항공사는 정해진 항공기로 정해진 횟수만 한국 노선을 운항할 수 있습니다.


이들이 어떤 항공기로, 주당 몇번을 오갈지는 우리나라 국토부와 외국 정부의 항공회담을 통해 정합니다(항공사업법 제16조). 항공회담에서 정해진 약속에 따라 외국 정부는 자국의 항공사에 한국 노선의 운수권을 할당합니다. 달리 말해, 외국항공사가 한국 노선을 운항하고 싶다면 자국 정부에 운수권을 신청하면 되는 거죠. 

결국 운수권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우리나라 항공사는 우리나라 정부에, 외국 항공사는 외국 정부에 신청해서 배분받는 것’입니다. 향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항공사가 운수권을 반납한다고 해도, 그 몫은 외국항공사가 아닌 국내 다른 항공사들에 주어진다는 얘기입니다. ‘외국항공사에 빼앗기는 운수권’이 존재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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