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분노는 길을 만든다」
침묵 강요받아온 여성의 분노 재평가

저자는 “성별에 따라 감정을 나누는 편견은 어린 시절부터 학습된 것”이라고 말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저자는 “성별에 따라 감정을 나누는 편견은 어린 시절부터 학습된 것”이라고 말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데이트폭력을 당하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연일 뉴스에 등장한다. 악의적인 댓글로 막다른 길에 내몰린 여성들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미디어와 사람들의 관심은 피해자에게 쏠리고 그들이 왜 그런 일을 당했는지, 원인을 제공하진 않았는지 의심하기에 바쁘다.

여성들은 통상 남성 동료보다 더 낮은 임금을 받으며 일하고, 가정에서는 더 많은 가사와 돌봄노동에 시달린다. 여성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고 여성을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 듯한 정책들은 쉽사리 개선되지 않고 있다. 

여성으로서 하루도 화를 내지 않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오늘날 현실이다. 하지만 여성들은 쉽게 분노할 수 없다. 여성들은 “조금만 단호하거나 공격적 태도를 보여도 비난의 표적이 되기 쉽고, 명백한 분노 유발 상황임에도 그것을 다른 감정으로 전환해 넘어가야 한다는 무언의 압력을 받는다”고 하소연한다. 

「우리의 분노는 길을 만든다」는 이제껏 침묵하길 강요받았던 여성의 분노를 재평가하고 분노할 의무와 분노할 권리를 이야기한다. 전 생애에 걸쳐 삶의 모든 영역에서 여성이 마주하는 부당한 현실을 분석하고, 그로 인한 분노를 ‘변화를 위한 촉매제’로 이용할 것을 제안한다. 

페미니스트 활동가이자 비평가인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유년기에서 성년기까지 가정, 학교, 일터에서 여성이 분노를 경험할 수밖에 없는 삶의 조건과 그 분노를 부인하고 감추도록 압력받는 모순적 현실을 망라해 다룬다. 

“분노에 대한 스스로의 반응과 주변의 수용이 성별에 따라 엄연히 다르며, 여성의 분노에는 더 많은 불이익이 따른다.” 저자는 성별에 따라 감정을 나누는 편견은 어린 시절부터 학습된 것이라고 말한다. 많은 부모가 자녀의 성별과 상관없이 가르친다고 생각하지만, 젠더 고정관념은 “분노라는 감정은 남성의 영역이며 여성은 천성적으로 화를 잘 내지 않는다”는 믿음을 통해 대부분 가정에서 학습된다고 설명한다. 

남성이 분노를 자신의 권위와 발언권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이용하는 반면 여성이 분노라는 감정을 무력함, 슬픔 혹은 좌절감으로 표현하거나 침묵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상술한다. 저자는 “‘화난 여자’란 감정과잉에 비이성적인 데다 객관성이 떨어지는 사람으로 치부되기 때문”이라며, 이로 인해 많은 여성이 분노를 부인하거나 축소하는 쪽을 택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처리되지 않은 분노는 몸과 마음을 갉아먹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한다.

이 책은 분노에 깃든 변화의 힘에 주목한다. 저자는 “분노란 주도적으로 변화를 만들고 도전을 마주하는 수단이며, 변화를 부르고 우리를 세상에 발붙이게 하는 희망과 진취의 감정”이라고 말한다. 분노는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아닌 바로 우리의 길이므로, 분노를 온전히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아울러 여성의 분노는 폭력, 모욕, 침입, 무질서에 보내는 본능적 경고신호이자 억압과 통제에 대한 반박임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여성의 분노에 귀 기울이지 않을 때, 그것을 존중하지 않을 때, 우리는 인류 절반의 목소리를 잃게 된다. “화를 내라. 목소리를 높여라. 분노는 당신이 된다”는 저자의 말을 제대로 곱씹어봐야 할 때다. 

세 가지 스토리 

「타인이라는 가능성」
윌 버킹엄 지음|어크로스 펴냄 


‘낯선 사람’이 ‘나쁜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낯선 사람을 마주치면 으레 움츠러든다. 언젠가부터 타인을 환영하기보다 의심하고, 안전을 위해 단절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고립과 두려움을 넘어 연대와 신뢰감을 되살릴 수는 없을까. 철학자이자 여행자인 저자는 타인을 맞이하고 받아들일 때의 위험과 가능성을 탐구한다. 고대 대서사시 ‘오디세이아’에 등장하는 낯선 만남에서 시작한다. 

「룰 북」
요스트 판 드뢰넌 지음|북스톤 펴냄 


게임이 아이들 장난감으로 여겨지던 시대는 지났다.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투자하는 분야도 바로 게임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일찌감치 게임 콘솔 ‘엑스박스’를 선보였고, 구글은 2019년 ‘스테디아’라는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을 론칭했다. 20여년간 게임 업계에서 활동한 저자는 게임 산업이 어떻게 혁신을 거듭해 미래 산업의 중추로 부상했는지 실증적으로 분석한다. 우리가 지금 왜 게임 비즈니스를 이해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탁석산의 공부 수업」
탁석산 지음|열린책들 펴냄 


‘매일 공부하는 철학자’ 탁석산이 공부의 기술을 정리했다. 그에 따르면 공부는 머리(지능)로 하는 것도, 엉덩이(인내)로 하는 것도 아니다. 적절한 뇌 과학 원리를 습관으로 만들면 훨씬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 이 책은 전문가들이 밝혀낸 공부의 비밀과 저자의 공부 경험을 버무렸다. ‘시차 두기’ ‘섞어서 하기’ ‘다양하게 하기’ ‘잠을 이용한 방법’ 등 독특한 공부 기술을 제시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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