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600억원대 횡령 발생
조주완 LG전자 사장 |회사 내 소통 문화를 개선

한 은행은 전열이 흐트러졌다. 직원 한명이 600억원대 횡령 사고를 터뜨렸기 때문이다. 역대급 횡령 사실을 수년 동안 몰랐다는 게 도마에 올랐다. 사내 불통이 ‘횡령 사고’의 또다른 원인이란 거다. 다른 한 기업의 상황은 반대다. 회사 CEO가 직접 ‘즐거운 조직문화’를 만들겠다면서 불통의 벽을 깨뜨리고 있다. 더스쿠프가 ‘전자’ 우리은행과 ‘후자’ LG전자의 상황을 Weekly CEO에서 다뤘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우리은행에서 600억원대 횡령 사건이 터졌다. 은행권에서 벌어진 직원 횡령 사건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우리은행은 지난 4월 28일 공시를 통해 614억원 규모의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횡령 기간은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총 6년이다. 회삿돈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된 임직원은 우리은행 기업개선부 소속 차장 A씨인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은행에 따르면 A씨는 2012년 10월 12일을 시작으로 2015년 9월 25일, 2018년 6월 11일 세차례에 걸쳐 회삿돈을 빼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2012년과 2015년엔 각각 173억원과 148억원을 수표로 빼냈고, 2018년에는 229억원을 이체 방식으로 인출했다. 

최초 횡령 시점이 2012년이라는 걸 감안하면 우리은행이 10년 가까이 횡령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는 얘기다. 게다가 우리은행은 2013년 거액출금 시 전산에서 이뤄지는 사전 복수승인 절차를 부당하게 폐지했다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이력도 있다. 우리은행 내부통제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우리금융지주를 이끌고 있는 손태승(63) 우리금융그룹 회장도 이번 횡령 사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마지막 횡령이 일어났던 2018년은 손 회장이 우리은행장으로 재임했던 시기여서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3일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해 “최근 발생한 대형 금융사고는 은행권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며 “사실관계를 규명해 사고에 책임이 있는 관련자를 엄정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라 손 회장이 책임을 질 수도 있다는 거다. 

우리은행 = 강서구 더스쿠프
ksg@thescoop.co.kr

600억원대 횡령 혐의로 구속된 우리은행 직원 A씨(왼쪽). 사내 소통문화 개선에 나선 LG전자.[사진=뉴시스]  
600억원대 횡령 혐의로 구속된 우리은행 직원 A씨(왼쪽). 사내 소통문화 개선에 나선 LG전자.[사진=뉴시스]  

[조주완 LG전자 사장]

조주완(59) LG전자 사장이 회사 내 소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지난 3일 온라인 간담회인 ‘리인벤트 데이(REINVENT Day)’를 개최한 게 대표적이다. 간담회를 위해 조 사장은 지난 2월부터 국내외 임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까지 실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설문조사 결과, 직원들은 ‘소통의 어려움’ ‘보고를 위한 보고’ ‘느린 실행력’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많이 개진했다. 이런 의견들을 토대로 간담회에선 소통·민첩·도전·즐거움·신뢰·고객·미래준비·치열이란 핵심가치 8개를 선정했다. 이를 실행하기 위한 11개 가이드라인도 마련했는데, 꽉 막힌 불통을 해소하고 보고의 군살을 빼는 등 조직을 가볍게 만들어야 한다는 게 이날 간담회의 골자였다.

조 사장은 “변화를 주도하는 기업들은 강력한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다”면서 “민첩하고 즐거운 LG전자만의 조직문화를 만들어 가자”고 당부했다. 아울러 회사 내 MZ세대의 고민에도 귀기울였다. 조 사장은 지난 3월 조합원 절반이 20~30대인 노동조합 ‘사람중심’과 면담해 근무 환경 개선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이런 조 사장의 노력이 MC사업부 철수 이후 흔들린 LG전자의 명성을 회복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한편에선 “LG전자가 일찌감치 조직문화를 개편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게 비효율적인 소통 방식 때문이었다는 분석도 없지 않아서다. ‘즐거운 LG전자’를 만들기 위한 조 사장의 노력은 알찬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LG전자 =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I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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