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화 번개장터 대표 | 취향 전략으로 당근마켓 넘을까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 성적·실적 두 토끼 잡은 야구단

# 취향을 공유하겠다는 전략은 성공했다. ‘취향 저격’ 커뮤니티는 활성화했고, 매출도 늘어났다. 하지만 1위까진 갈 길이 아직 멀다. 최재화(37) 번개장터 대표의 ‘독특한 전략’은 또다른 성공을 이룰 수 있을까.

# 부츠, 제주소주, 삐에로쑈핑…. 그의 신사업은 번번이 실패했다. 호사가들은 ‘전략이 없다’며 혹평했다. 그런 그의 신사업 ‘SSG 랜더스’가 성공의 발판을 놓고 있다. 정용진(55) 신세계 부회장의 ‘전략’이 비로소 통한 걸까.

[최재화 번개장터 대표]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가 새 수장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선다. 최재화 전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하면서다. 최 대표는 구글 코리아 마케팅 부문, 세계 최대 맥주회사 AB인베브, 글로벌 컨설팅 기업 베인앤컴퍼니를 거쳐 2020년 3월 번개장터 최고마케팅책임자(CMO)로 합류했다.

그로부터 단 1년 만에 COO를 역임하며 역량을 인정받았다. CMO 시절 최 대표는 ‘취향을 잇는 거래’란 슬로건을 제시해 번개장터의 브랜드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객이 서로의 취향을 공유하는 커뮤니티를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이를 위해 연예인이 취향을 공유하는 이벤트 ‘RE:플렉스’와 중고거래 축제 ‘파름제’ 등 신선한 프로모션도 진행했다. 그 덕분인지 번개장터의 지난해 매출은 249억5728만원으로 전년(140억3484만원) 대비 77.8% 증가했다.

하지만 최 대표가 풀어야 할 과제도 숱하다. 무엇보다 업계 1위 당근마켓의 아성을 넘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현재 당근마켓 앱 이용자 수는 1325만명(와이즈앱·1월 기준)으로, 284만명인 번개장터의 4.6배에 달한다.

당근마켓은 ‘당신 근처의 마켓’이란 슬로건으로 동네 기반 커뮤니티를 활성화해 단숨에 이용자를 끌어모았다. 커뮤니티를 키워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에 있어선 번개장터가 한발 늦은 셈이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중고거래는 단순한 물물거래가 아닌 문화생활”이라면서 “중고거래의 가치를 어필하는 마케팅을 펼치는 게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답했다. 최 대표의 ‘취향 전략’은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번개장터 =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번개장터는 취향 전략으로, 신세계그룹은 야구단으로 호실적을 거뒀다.[사진=뉴시스·번개장터 제공]
번개장터는 취향 전략으로, 신세계그룹은 야구단으로 호실적을 거뒀다.[사진=뉴시스·번개장터 제공]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야구장이나 테마파크가 우리의 경쟁자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줄곧 유통업의 경쟁 상대로 야구장과 같은 체험형 시설을 꼽아왔다. 자신의 철학을 몸소 보여주겠다는 듯 지난해엔 프로야구단도 인수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3월 SK텔레콤이 운영해온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를 인수하고 SSG 랜더스를 창단했는데, 여기엔 정 부회장의 의지가 크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흥미로운 점은 SSG 랜더스가 창단 1년 만에 ‘성적’과 ‘실적’이란 두 토끼를 다 잡았다는 점이다. 데뷔 첫해인 지난해 KBO리그 6위를 차지한 SSG 랜더스는 올해 줄곧 1위를 질주하고 있다.

경영면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SSG 랜더스를 운영하는 신세계야구단은 지난해 529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전년(432억원) 대비 22.4% 증가한 액수다. 영업이익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처럼 SSG 랜더스가 호실적을 기록한 덴 신세계 계열사의 기여가 컸다. SSG 랜더스의 계열사 매출액은 SSG닷컴 90억원, 이마트 71억원, 신세계 25억원, 신세계TV쇼핑 9억원, SCK컴퍼니 4억원 등이었다.

구단주인 정 부회장의 전폭적인 지원도 SSG 랜더스가 안착하는 데 한몫했다. 일례로 SSG 랜더스는 지난 3월 홈구장 클럽하우스를 메이저리그급으로 리모델링했다. 라커룸부터 사우나시설, 체력단련실 등을 개선해 선수들이 훈련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간 정 부회장의 신사업(부츠·제주소주·삐에로쑈핑 등)이 낙제점을 받아왔다는 걸 감안하면 고무적인 성과다. 그는 과연 ‘야구’와 ‘유통’의 시너지를 이어갈 수 있을까.

신세계그룹 =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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