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 줄줄이 철수
쿠팡엔 강점일까 부담일까

# “식재료를 미리 사두면 썩어서 버리기 일쑤다. 그때그때 배송되는 새벽배송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아이 키우다 보면 갑자기 필요한 물건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래서 새벽배송을 끊을 수 없다.” 새벽배송을 이용하는 소비자는 이처럼 숱하다. 

#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새벽배송을 철수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돈이 되지 않아서다. 팔수록 적자가 쌓이는 계륵 같은 ‘새벽배송’. 과연 이 서비스를 지속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새벽배송에 강점을 갖고 있는 쿠팡은 이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을까. 

너나없이 뛰어든 새벽배송 시장에서 철수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너나없이 뛰어든 새벽배송 시장에서 철수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새벽배송으론 돈을 벌 수 없다.” 너나 없이 새벽배송에 뛰어들던 유통업체들이 내놓은 공통적인 결론이다. 2015년 마켓컬리(컬리)가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 ‘샛별배송’을 처음 선보인 때와는 다른 분위기다. 당시만 해도 유통업계에선 ‘새벽배송=필수’가 공식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7년여가 흐른 지금 적자만 키우는 새벽배송 사업을 철수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롯데온’이다. 롯데온은 지난 4월 ‘롯데마트몰’의 새벽배송 서비스를 중단했다. 회사 관계자는 “수익성 개선과 사업 효율화 차원에서 새벽배송 서비스를 중단하고 당일배송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5월에는 신선식품 새벽배송업체 ‘헬로네이처(BGF 자회사)’가 사업을 철수했다. 편의점 ‘CU(BGF리테일)’의 지주사인 BGF는 2018년 SK플래닛이 보유한 헬로네이처의 지분(50.1%·300억원)과 경영권을 인수하며 새벽배송 시장에 뛰어들었다.

마켓컬리에 이어 “프리미엄 신선식품 전문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것”이란 포부를 내놨지만 적자 누적에 백기를 들었다. 2021년 헬로네이처는 전년 대비 적자폭이 70.4%나 커진 271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7월에는 GS리테일이 신선식품 배송 플랫폼 ‘GS프레시몰’의 새벽배송 서비스를 중단했다. 올해 3월 세운 “하반기 새벽배송 지역을 충청·영남권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회사 관계자는 “비용 부담이 큰 새벽배송 대신 당일배송에 집중할 방침이다”면서 “새벽배송 이용 고객이 무리 없이 당일배송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법’을 찾지 못한 건 새벽배송 시장의 문을 열어젖힌 마켓컬리도 마찬가지다. 마켓컬리는 2021년 1조5613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적자는 전년(-1162억원)보다 87.3% 불어난 –2177억원을 기록했다. 이 때문인지 마켓컬리가 추진 중인 기업공개(IPO)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 당초 거론됐던 4조원대 기업가치를 평가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이처럼 새벽배송 업체들이 수익을 내지 못하는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야간작업을 해야 하는 새벽배송의 특성상 인건비·물류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시장 상황도 녹록지 않다. 유류비가 상승하면서 각종 제반 비용이 늘어났고, 엔데믹 전환으로 온라인 쇼핑시장의 성장세도 다소 꺾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새벽배송 수요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정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엔데믹으로 전환하면서 오프라인 쇼핑 수요가 회복되고 있다는 점도 기업들의 (새벽배송 철수)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 올해 상반기 온라인 쇼핑 거래액 증가율은 10.4%(전년 동기 대비)로 지난해 상반기 증가율(23.5%)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업체 간 차별점이 모호해지면서 마케팅 경쟁이 심화했다”면서 “새벽배송 시장에선 과도한 출혈 경쟁이 ‘기본값’처럼 돼 버렸다”고 꼬집었다. 

그럼 말 많고 탈 많은 새벽배송을 지속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현재로선 ‘쿠팡’뿐이라는 분석이 많다. 쿠팡은 익일배송(로켓배송)에 이어 2018년 새벽배송을 시작했다. 밤 12시 이전 주문 시 오전 7시 이전에 배송하는 ‘로켓와우’ ‘로켓프레시(신선식품)’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물론 쿠팡도 지난해 1조1209억원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냈지만 새벽배송을 포기하지 않을 거란 전망이 많다. 

서용구 숙명여대(경영학) 교수는 “새벽배송은 쿠팡의 정체성이나 다름없다”면서 “쿠팡이 물류 인프라에 지속 투자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새벽배송 서비스를 강화해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쟁사들이 줄줄이 새벽배송을 철수하는 게 쿠팡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쿠팡에 아무런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언급했듯 쿠팡 역시 막대한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어서다. 물론 ‘한국판 아마존’을 꿈꾸는 쿠팡에 이 정도의 적자는 큰 문제가 아닐지 모른다. 

미국 이커머스 업체 아마존처럼 ‘손해 보는 장사’를 통해 시장을 선점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여 소비자를 ‘락인(Lock-in)’한 후 멤버십 가격을 인상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참고: 미국 이커머스 업체 아마존은 2005년 모든 제품을 이틀 안에 무료로 배송해주는 ‘프라임 멤버십’을 선보였다. 이후 콘텐츠 이용 등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멤버십 비용을 지속적으로 인상했다.

아마존은 프라임 멤버십의 비용을 2005년 79달러(약 10만원·이하 연간 기준), 2014년 99달러(약 12만9000원) 2018년 119달러(15만6000원), 2022년 139달러(18만2000원)로 인상했다. 물론 아마존은 멤버십 외에도 클라우드 서비스 ‘AWS’와 같은 캐시카우를 확보하고 있다.]  

문제는 쿠팡의 생각대로 멤버십 가격을 맘 놓고 인상할 수 있느냐다. 쿠팡이 유료 멤버십 서비스인 ‘와우 멤버십’의 혜택을 강화하고 있지만 ‘가격 인상’에 민감한 소비자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참고: 쿠팡은 ‘와우 멤버십’ 고객에게 ‘로켓프레시 무료배송’ ‘로켓와우 새벽배송’ ‘무료반품’ ‘로켓직구 무료배송’ ‘쿠팡플레이(OTT 서비스) 무료시청’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쿠팡은 와우 멤버십 론칭(2019년)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12월 멤버십 가격(신규 고객 대상)을 인상했다. 기존 월 2900원이던 멤버십 비용을 4990원으로 72.0% 끌어올렸다. 지난 6월에는 기존 가입 고객 멤버십 가격도 동일하게 인상했다. 쿠팡 측은 “고객 이탈은 없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지만, 일부 소비자의 반응은 냉랭하다. 

쿠팡 와우 멤버십을 이용 중인 주부 김은나(35)씨는 “멤버십 가격이 인상되니 배신감이 들더라”면서 “주부여서, 편리한 새벽배송을 이용하고 있지만 가격이 또 오르면 탈퇴를 고민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용구 교수는 “쿠팡으로서도 적정 멤버십 가격을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소비자의 가격 저항이 큰 1만원 선까지 인상하진 못하더라도 한차례 정도 더 가격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쿠팡이 새벽배송에서 강점을 갖고 있더라도 시장을 독점하긴 어렵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쿠팡이 새벽배송에서 강점을 갖고 있더라도 시장을 독점하긴 어렵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쿠팡의 부담은 이뿐만이 아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도 위험 요인이다. 역으로 말하면, 쿠팡이 새벽배송에서 강점을 갖고 있더라도 시장을 독점하긴 어렵다는 거다. SSG닷컴, 네이버 등 굵직한 경쟁자가 숱해서다.

[※참고: 아마존의 미국 이커머스 시장점유율은 41.0%(2021년 10월 기준)에 달한다. 반면 쿠팡의 국내 이커머스 시장점유율은 18%대에 불과하다. 이는 네이버와 비슷한 수준으로, 쿠팡이 ‘아마존급’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긴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물류 효율화를 이뤄야 하는 쿠팡으로선 좋은 상황이 아니다.] 

안승호 숭실대(경영학) 교수는 “국내 소매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고, 독점을 방지하기 위한 규제도 강하다”면서 “쿠팡이 새벽배송이라는 경쟁력을 갖춘다고 해도 마음껏 멤버십 가격을 올리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벽배송’이라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지속하면서 적자를 해소하고, 소비자의 이탈도 막아야 하는 쿠팡. 그들에게 새벽배송은 강점일까 부담일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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