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말한다」
시대 초월한 여성들의 빛나는 연설

이 책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모두 “말의 힘으로 더 나은 세계를 건설할 수 있다”고 믿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 책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모두 “말의 힘으로 더 나은 세계를 건설할 수 있다”고 믿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리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은 우리의 과거에 속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규정합니다.” 얼마 전 서거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코로나19가 창궐하던 2020년 4월 윈저궁에서 한 대국민 연설의 일부다. 국가 대응력이 취약해진 상태였던 시기에 여왕의 연설은 정부의 그 어떤 연설보다 강렬한 통합의 힘을 발휘했다. 

이 연설에서 96세(당시)의 군주는 포용적 언어로 종교인과 비종교인, 필수노동자와 재택근로자 등 모두를 끌어안았다. 여왕의 연설은 여성의 목소리, 우리 삶의 대부분을 함께해온 군주의 목소리, 세상이 거꾸로 뒤집힌 시기에 안정과 회복력과 역사를 상징하는 목소리였다.

이처럼 연설에는 힘과 목적의식이 담겨 있다. 감명 깊은 연설문들이 삶의 중요한 순간 이정표가 돼 사람들의 마음에 변화를 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연설집이나 온라인 연설 모음집에서 여성의 연설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많은 여성이 어려움 앞에서 리더십과 힘을 보여줬음에도 여성들의 말은 역사에서 외면당하는 경우가 적잖았다. 

「여성이 말한다」는 이베트 쿠퍼(Yvette Cooper) 영국 하원의원이 용감하고 위대한 여성들의 숨은 이야기를 전하고 더 많은 여성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격려하기 위해 펴낸 연설집이다. 저자는 전장의 함성, 열띤 격론, 심오한 성찰까지 전 세계 여성이 수세기 동안 남긴 연설들을 기린다. 책에 실린 40편의 연설 중 절반은 영국에서, 나머지는 세계 여러 지역에서 이뤄졌다. 

“가장 어두운 벽에서도 문을 찾을 수 있다”는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의 믿음부터 맥박이 고동치는 새로운 하루에 관한 희망찬 시를 전하는 마야 안젤루(Maya Angelou)까지, 이 책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모두 “말의 힘으로 더 나은 세계를 건설할 수 있다”고 믿었다. 저자는 타인의 검열이나 냉소를 무릅쓰고 자신의 생각과 언어를 드러내기 위해 겪어야 했던 불안감과 그들이 보여준 행동이 얼마나 용감했는지 보여준다. 

이 책은 2000년 전 고대 영국의 여왕 부디카(Boudica)에서 현재 활동하는 스웨덴의 젊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에 이르기까지 여전사, 국가 지도자, 정치인, 10대, 연금 생활자, 유명 활동가와 연예인, 지역사회 개혁가, 종군기자, 스포츠 스타들의 열정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로 짜여 있다.

여러 계층과 인종, 성적 지향, 전쟁, 인권, 기후, 장애 등에 뿌리를 둔 여성들의 다양한 경험과 다른 나라의 문화, 시대에 대한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이 책의 목록은 결코 전 시대를 아우르는 여성들의 가장 위대한 연설의 최종판이라고 할 순 없다. 그보다는 나에게 영향을 미치고 자극을 줬으며, 사회운동을 일으키고 변화를 이끈 힘찬 목소리의 모음집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그들의 언어가 연설이 끝난 뒤에도, 그들이 떠난 뒤에도, 영원히 살아 숨 쉬게 하기 위해선 여성의 목소리가 지닌 힘이 여러 세대에 걸쳐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그들의 언어를 발견하고 증폭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 가지 스토리 

「트레이드 워」
류재원·홍재화 지음|시공사 펴냄


새로운 무역전쟁의 파도가 높아지고 있다. 미중 갈등과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새로운 글로벌 경제구조와 무역질서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 책은 무역전쟁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탐색한다. 또 미래 글로벌 무역전쟁이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저자들은 “오늘날 무역전쟁은 과거 환율전쟁이나 관세전쟁과는 다르다”면서 “표준화 전쟁이자, 공급망 전쟁, 첨단 기술전쟁이 됐다”고 강조한다. 

「이시형의 신인류가 몰려온다」
이시형 지음|특별한서재 펴냄 


‘평균 수명 83세’ 역사상 초유의 장수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건강 수명은 평균 수명보다 무려 10년이나 짧다. 인생의 마지막 10년을 건강하지 못한 채로 살아야 한다는 거다. 인생의 마지막 10년을 미리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이 책의 저자는 200만명 이상에 달하는 초고령 인구를 ‘신인류’라 칭한다. 그러면서 무력하고 외로운 노년이 아닌 건강하고 도전적인 ‘액티브 시니어’로 살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한다.

「오싹한 의학의 세계사」 
데이비드 하빌랜드 지음|베가북스 펴냄


우리는 의학의 기술로 제법 많은 병을 고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과거의 의학은 오싹하고 우스꽝스럽기까지 했다. 물 한잔을 잘못 마셔 숨진 천재 작곡가, 나쁜 기운을 뺀다며 피를 뽑아내는 치료법…. 이 책은 의학을 둘러싸고 벌어진 섬뜩하고 혹은 유쾌한 사건들을 흥미롭게 소개한다. 책에 실린 118가지 의학 이야기는 역사적 근거나 과거 의학적 해석에 따라 실제 벌어졌던 사건이라는 점에서 더욱 오싹하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