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약, 기나긴 악연의 역사」
전쟁에 사용하고, 전쟁을 끝내고, 전쟁이 남긴 약

수년간 전쟁, 질병, 약은 서로 맞물린 채 역사를 이끌어 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수년간 전쟁, 질병, 약은 서로 맞물린 채 역사를 이끌어 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역사상 인류를 가장 괴롭혀 온 두가지. 바로 전쟁과 질병이다. 여전히 세상에는 전쟁의 역사, 질병의 역사가 쓰이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참혹한 현실을 지켜봐야 하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멈췄던 세상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전 세계가 고심하고 있다. 

인류사를 위협해 온 전쟁과 질병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한가지는 의약품이다. 의약품은 때론 전쟁의 선봉에 서기도 하고 때론 다친 병사들을 위해 이용되기도 했다. 그렇게 지난 수백 년간 전쟁, 질병, 약은 서로 맞물린 채 역사를 이끌어 왔다. 

신간 「전쟁과 약, 기나긴 악연의 역사」는 어떻게 전쟁이 질병과 약을 만들고, 다시 약이 전쟁을 만들었는지, 이런 흑역사가 단순히 지나간 과거가 아닌 어떻게 우리의 일상에까지 스며들어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아울러 전쟁과 질병에 맞서는 우리의 보건 의료 체계가 오늘날 어디까지 와 있는지도 살핀다. 

“미국의 한 여성은 바닥에 떨어진 지폐를 줍고 왜 온몸이 마비됐을까? 가미카제 특공대는 왜 비행 직전 일왕이 건넨 차를 마신 걸까? 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미군은 왜 아군기지를 폭격했을까?…” 이 책은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곁들여 아편부터 펜타닐까지, 메스암페타민부터 ADHD 치료제까지, 피조스티그민부터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치료제까지, 약의 관점에서 역사와 현실을 들여다본다. 

저자는 ‘전쟁이 약을 만든’ 다양한 사례를 소개한다. 페치딘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이 개발했으며, 이 페치딘 구조를 기반으로 개발한 펜타닐은 미국에서 2017년에만 2만8000여명을 중독 사망에 이르게 했다.

남아메리카 원주민이 유럽인들에게 대항해 독화살을 제작할 때 사용한 튜보큐라인이란 물질은 1950년대까지 전신마취에 사용되기도 했다. 이라크 참전용사들이 걸프전 증후군이라는 PTSD에 시달리게 된 것이 피리도스티그민 브로마이드란 해독제를 날마다 복용했기 때문이라는 사례도 언급한다.

‘약이 전쟁을 만든’ 사례들도 들려준다. 1893년에 나가이 나가요시가 합성한 메스암페타민은 일본인들 사이에서 ‘필로폰’이라는 피로해소제로 쓰였지만,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독일 군인들의 야간 행군에 사용됐다. 가미카제 특공대가 자살 비행을 하기 전 마지막으로 마신 것도 일왕이 건넨 필로폰 차였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미군 파일럿이 아군에게 폭탄을 투하한 것은 암페타민이라는 각성제 때문에 일어난 참사였다. 모르핀 역시 남북전쟁 때 진통제로 쓰이던 약이었지만 그 원료인 아편은 아편전쟁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기도 했다. 2002년 체첸 반군이 일으킨 모스크바 극장 테러 사건에서 67명의 인질을 죽인 수면가스 성분도 다름 아닌 펜타닐이었다.

이 책은 ‘전쟁에 사용되고, 전쟁을 끝내고, 전쟁이 남긴 약’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는 전쟁과 질병이 없는 세상을 꿈꾸지만 한 번도 그랬던 적이 없다. 아무리 노력해도 우리 세대에서 그런 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꾸준히 대비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저자는 “모든 독이 약이지만 모든 약이 독이기도 하다”는 점을 잊지 말 것을 당부한다. 

세 가지 스토리 

「세계사 만물관」
피에르 싱가라벨루ㆍ실뱅 브네르 지음|윌북 펴냄 


자유와 젊음을 연상케 하는 ‘서핑보드’. 그런데 서핑보드는 과거 이교도의 물건이라며 죄악시됐었다. 인류의 이동 혁명을 불러온 ‘타이어’도 콩고에서 벌어진 대규모 학살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 책은 샴푸, 피아노, 분필, 망원경 등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사소한 도구부터 특별한 소장품까지 77가지 사물에 깃든 경이로운 역사를 소개한다. 77가지 사물에 얽힌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뜻밖의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네가 맛있는 하루를 보냈으면 좋겠어」
츠지 히토나리 지음|니들북 펴냄 


「냉정과 열정 사이」로 잘 알려진 소설가 츠지 히토나리.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프랑스 파리에서 ‘싱글 대디’로 홀로 아이를 키워온 지난 10년의 이야기다. 자신을 돌보기도 벅찼지만, 아이를 지켜야 한다는 마음으로 견딘 시절…. 이 책은 그 시절 작가가 아이와 자신을 위해 만들었던 30가지 요리를 소개한다. 마치 아이에게 요리를 알려주듯 친절하다. 요리법 사이사이엔 아빠로서 혹은 인생 선배로서 전하는 메시지가 담겼다. 

「비즈니스의 미래」
야마구치 슈 지음|흐름출판 펴냄 


팬데믹 이후 세계 경제성장률은 둔화했고, 인구 감소는 더욱 악화했다. 그렇다면 ‘저성장’은 정말 나쁜 걸까. 이 책의 저자는 “저성장이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면서 “물질적 성장이 마무리되고 가치성장으로 나아가는 변곡점이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가치성장 시대’엔 ‘자기충족적’ 사고방식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일이 아닌 창조적이며 즐겁게 하는 일이 노동시장에서 거래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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