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지의 신화」
신화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변형됐는가

해방 이후 빈민특위가 해산된 직후부터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스스로 민족지 신화를 만들어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해방 이후 빈민특위가 해산된 직후부터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스스로 민족지 신화를 만들어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1970년대 초중반만 해도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일제 강점기 동안 투쟁과 저항의 역사를 지닌’ 이른바 민족지라는 인식이 보편적이었다. 1950년대부터 본격화한 두 신문을 향한 이런 평가는 1970년대 중고등 국사 교과서에 실리며 다수 국민이 사실로 믿게 되는 단계를 거치기도 했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 그 인식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최근엔 ‘거짓과 배신의 역사’라며 비판의 강도를 높이는 여러 단체의 목소리가 들려 오고 있다. 

반일과 친일은 왜 이처럼 극단적으로 엇갈린 걸까. 오랜 시간 한국 언론의 역사를 연구해 온 언론학자 채백(부산대 명예) 교수는 저서 「민족지의 신화」에서 두 신문에 대한 인식이 민족지에서 친일지로 굴절된 배경을 ‘신화’라는 개념에서 찾는다. 이 책은 1920년 나란히 창간해 100주년이 넘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역사를 비롯해 광복 이후 두 신문의 역사가 논의돼 온 과정을 찬찬히 분석한다. 

“최근 언론개혁 이슈가 부상하고 친일 청산의 문제가 다시금 떠오르면서 일제 강점기 민간지들의 역사에 관심을 갖는 시각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 도대체 어떻게 그런 신화적 인식이 가능했는지 깊이 있게 파헤쳐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저자는 민족지 신화의 실체를 밝히는 작업이 전문 연구자층에 한정돼선 안 되며 일반인들도 알아야 할 내용이라는 생각에서 집필을 결심했다고 밝힌다. 

이 책에서 말하는 ‘민족지 신화’는 일제 강점기의 두 신문의 과거사를 ‘식민지배의 가혹한 탄압에 저항하며 민족의 이익을 대변해 투쟁한 역사’라고 평가하는 인식이다. 저자는 “해방 이후 반민특위가 해산된 직후부터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스스로 민족지 신화를 만들어냈다”며 “두 신문이 일제 강점기 동안 정간 및 폐간당한 역사를 저항하다 탄압을 받은 면으로 부각해 스스로를 민족 대표 신문으로 명명해 왔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민족지 신화는 광복 이후 상당 기간 한국 사회의 지배적 인식으로 자리하다가 굴절되기 시작해 최근에는 많은 사람이 그 비판에 공감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학계에서는 이를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고 지적한다.일제 강점기 민간지의 역사 분야에선 긍정적 시각이든 비판적 시각이든 다양한 연구가 이뤄졌지만, 민간지의 역사적 평가가 어떻게 변천돼 왔는지는 거의 연구된 바가 없었단 얘기다. 

따라서 이 책은 일제 강점기에 창간된 두 신문의 실제 역사를 논하기보다는 광복 이후 두 신문의 역사를 논의해온 과정을 분석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를 통해 한국의 민족지 신화가 어떤 주체에 의해 어떠한 내용으로 만들어지고 어떻게 확산해 받아들여졌는지, 그리고 이 신화가 어떤 주체에 의해 굴절되기 시작해 다시 확산해 가는지를 자세히 규명한다. 

오늘날 두 신문은 더 이상 민족지라는 이름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 친일 청산의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족지 신화가 생성되고 굴절되는 과정을 분석한 이 책은 이론적·실천적 차원에서 매우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세 가지 스토리 

「돌봄이 돌보는 세계」
김창엽·김현미·박목우·백영경·안숙영 외 지음|동아시아 펴냄  


코로나19부터 최근 발생한 수해까지…. 예측하지 못한 재난은 가장 취약한 계층을 할퀴었다. 지금이라도 ‘돌봄’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 이유다. 이 책은 지금까지 분절적으로 등장했던 돌봄을 둘러싼 문제들을 연결해 다층적인 현실을 읽어낸다. 사회학자, 보건학자, 여성학자, 문화인류학자, 노동운동활동가 등이 모여 돌봄의 사회 구조적 모순을 지적한다. 아울러 돌봄의 가능성과 가치를 모색해 우리가 나아갈 길을 찾는다. 

「곽재식의 고전 유람」
곽재식 지음|북트리거 펴냄 


이 책의 저자는 공학박사 출신의 소설가다. 독특한 이력 덕분에 ‘SF 소설가’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지만 사실 그는 우리 고전에도 관심이 많다. 2007년부터 한국의 토종 괴물 이야기를 수집해 자신의 블로그에 소개해 왔고, 「역전전」  「모살기」 등 사료나 민담을 바탕으로 한 소설도 출간해 왔다. 이 책은 그가 우리 고전 속에서 찾아낸 새롭고 참신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이무기, 신선, 여우, 귀신, 지하세계 등 기이한 소재를 특유의 입담으로 펼쳐낸다. 


「사라진 동물들을 찾아서」
마이클 블렌코우 지음·제이드 데이 그림|미래의창 펴냄 


지구에서 자취를 감춘 11종의 동물을 찾아 나선 동물학자의 기록이다. 이 책의 저자는 영국의 부스 자연사박물관에서 박제된 멸종 동물들을 보며 알 수 없는 편안함과 호기심을 느꼈다. ‘나는 왜 이 동물들에게 유대감을 느낄까’ ‘이들은 어떻게 살았고 왜 사라졌을까’…. 머릿속을 채우는 질문의 답을 찾아 사라진 동물의 흔적을 따라 여행을 떠났다. 영국에서 러시아, 뉴질랜드, 태국까지 세계 곳곳을 누린 그의 여정을 따라가 보자.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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