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쪽으로」
재야생화는 어떻게 만물을 되살려내는가

부부의 노력으로 ‘넵 캐슬’은 수많은 멸종위기 동물의 보금자리가 됐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부부의 노력으로 ‘넵 캐슬’은 수많은 멸종위기 동물의 보금자리가 됐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부부는 농사를 짓기 위해 온갖 대출과 자산, 육체노동을 쏟아부었다. 땅을 갈아 경작토를 만들고, 제초제를 뿌리고, 써레질하고, 혼합씨앗을 뿌렸다. 이듬해엔 씨앗들이 싹트도록 비료를 줬다. 그렇게 매해 반복했지만 농사를 지을수록 재정 상태는 악화했고 땅도 자연도 부자연스러운 상태로 변질해 갔다.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한 부부는 중대한 결심을 한다. “자연이 이끌어가도록 그냥 놔두자.” 일찍이 이런 실험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기에 부부도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야생 쪽으로」는 사유지 ‘넵 캐슬’을 경작지로 일구고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농사짓던 영국인 부부가 어느 날 자신들의 대농장을 완전히 뒤엎기로 결정한 뒤 20여년에 걸쳐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야생 상태’로 되돌린 여정을 담고 있다. 마치 야생 일지 같은 이 책은 농사와 땅의 통념을 뒤집고, 우리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경관과 풍경에 전혀 다른 미적 관점을 제기한다. 

우린 늘 “농부의 노력에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빈 땅엔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걸 우선시해 왔다. 반면 이 책은 쟁기질 속에서 죽어 나간 나무들에 주목한다. 저자는 영국의 질퍽한 농장에서 쟁기질을 멈추는 것이 어떻게 죽은 나무를 비롯한 만물을 되살려내는지 반대의 시선으로 그려낸다. 

“‘야생’으로 되돌리는 프로젝트라니….” 주변의 반발은 만만치 않았다. 우선 농부들은 땅을 경작하지 않은 상태 그대로 두는 것을 자신들의 노력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였다. 농사를 신처럼 생각하는 이들은 땅의 낭비라며 ‘재야생화’ 프로젝트를 비도덕적인 것으로 치부하기도 했다. 

잡초도 문제였다. 야생화 작업에 돌입하면서 엉겅퀴, 소리쟁이, 금방망이 같은 잡초가 자라나자 동네 주민들은 견딜 수 없었다. 저자는 어느 정도 현실과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이 ‘잡초’라고 부르는 ‘토종꽃’들을 자신의 땅에서 뽑아내느라 매년 큰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 

20여년에 걸쳐 재야생화에 노력한 결과는 이러했다. 재야생화된 3500에이커의 땅은 2009년까지 시급히 보호해야 할 15종의 동물들(박쥐 4종과 조류 11종)을 포함해 보존 중요성이 있는 60종의 무척추동물을 불러들였다. 76개의 나방종이 날아와 현재 총 276종의 나방이 서식하고, 쇠백로, 알락해오라기, 검은머리흰죽지 등도 이따금 찾아왔다.

나이팅게일이 둥지를 틀었고, 영국 전역에서 5000쌍이 채 되지 않는 멧비둘기가 이 땅에서만 수컷이 16마리나 발견됐다. 2009년엔 53마리의 롱혼 소, 23마리의 엑스무어 당나귀가, 2010년엔 42마리의 다마사슴이 합류해 새로운 경관이 만들어졌다. 

지금 넵 캐슬 사유지에서는 소가 나무 사이를 누비고 다마사슴이 끈적이는 혀로 잎과 싹들을 먹고 있다. 저자는 “우리 땅이 어떤 모습이어야 한다”는 오래된 편견과 싸우며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이 대단한 프로젝트는 환경보호·동물권·육식 문제·기후위기·농사 등 많은 고민거리를 던지며 우리가 자연과 맺어야 하는 관계를 새롭게 고찰하도록 한다. 

세 가지 스토리 

「언리시」
조용민 지음|위즈덤하우스 펴냄 


어제 확실했던 정보가 오늘은 틀린 것이 되는 시대다. 이런 시대에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이 책의 저자는 한발 더 나아가 “그런 배움과 업그레이드가 본질적인 경쟁력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내게 없는 것을 새로 만들거나 갖추려고 노력하지 말고, 자신이 가진 것을 다시 살피고 재정의함으로써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에브리바디」
올리비아 랭 지음|어크로스 펴냄   


수많은 사상가와 활동가, 예술가가 성별, 젠더, 인종, 사회적 계급을 넘어 보편적 인권을 누리는 세상을 위해 투쟁해 왔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혐오와 분열은 되레 극심해지고 있다. “20세기의 해방운동이 21세기에 실패하고 있다”는 말은 틀린 평가가 아니다. 이 책의 저자는 우리가 미약한 성공과 처절한 실패 끝에 전진해 왔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몸’에 가해진 억압과 ‘모든 몸’에 마땅히 주어져야 할 자유를 환기시킨다.


「지리학이 중요하다」
알렉산더 머피 지음|김영사 펴냄 


코로나19 팬데믹과 빈번해지는 기상이변, 곳곳에서 터지는 국제 분쟁은 우리가 얼마나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지리학이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수 있는 이유다. 지리학은 인간, 환경, 장소가 어떻게 조직되고 서로 연결돼 있는지 밝혀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지리학적 무지가 어떻게 지구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는지, 지리학이 어떻게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는지 밝힌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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