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중독을 사랑해」
프로중독러의 중독 사회 보고서

저자는 청년들이 중독에 기대어 살아낼 수밖에 없는 혼란한 사회현실을 비판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저자는 청년들이 중독에 기대어 살아낼 수밖에 없는 혼란한 사회현실을 비판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차려 먹긴 귀찮고, 나가긴 더 귀찮고…. 어느새 손가락은 배달앱을 스크롤하고 있다.’ ‘안읽씹(메시지를 확인하지 않고 무시하는 것) 때문에 관계가 틀어지거나 수십개 쌓인 단톡방 메시지에 지친 적이 있다.’ ‘틈만 나면 인스타그램을 열고 좋아요가 얼마나 늘었나 확인한다.’ ‘집에 있는 물건을 중고 거래 사이트에 올려 되판 경험이 있다.’ ‘만성적 불안을 이유로 종종 사주 유튜브를 찾아본다.’ 

많은 이가 공감할 ‘요즘 청년들의 모습’ 중 일부다. 칼럼니스트 도우리는 그의 저서 「우리는 중독을 사랑해」에서 이런 삶을 ‘중독’이라고 표현하며, “중독된 이 삶 자체가 우리의 ‘문화’”라고 말한다.

이 책은 ‘프로 중독러’인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투사해 써낸, 생생한 중독기이자 참신한 사회 보고서다. 저자는 자신의 삶 속에서 ‘중독’이라는 문화 트렌드를 포착해내며, ‘갓생, 배민맛, 방꾸미기, 랜선 사수, 중고 거래, 안읽씹, 사주 풀이, 데이트 앱, #좋아요’ 등 9가지 중독 필수템을 비평·분석한다. 

“내가 다루고자 하는 문화 주제들과 몇몇 언론이나 소비 시장에서 언급하는 문화 트렌드는 상당수 겹친다. 다만 나는 중독된 자로서, 문화를 중독의 언어로 쓰고자 했다.” 이 책은 중독 문화를 입체적으로 논하면서, 오늘날 청년들이 중독에 기대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혼란한 사회현실을 비판한다. 

저자는 각 장의 중독 문화 분석을 토대로 경제적 불평등·빈부격차·젠더 이슈·주거 빈곤·인력난·과도한 효율 만능주의 등 중독 이면의 다층적 사회 문제에 주목한다. 책의 제목이 말해주듯, 환상적 욕망을 좇는 가난한 도시 청년들은 이런 중독을 향한 사랑을 끊어내고 싶어도 끊을 수가 없다.

저자는 “중독 문화가 근본적 해결책이 되진 못하지만, 일시적이고 즉각적으로 문제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준다는 점에서 분명 삶을 지탱해주는 힘이 되기 때문”이라며, “중독은 자기 위로이면서 자해”라고 설명한다. 

총 9장으로 구성됐다. 1장에서는 신조어 ‘갓생’이 신(god)의 경지에 오른 충만한 삶을 표방하면서도 비로소 타인의 인정이 있어야만 완성되는 모순임을 지적한다. 2장에서는 배달앱 플랫폼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며 배달앱 없인 성립하기 어려워진, 현대 도시인의 척박한 식생활을 분석한다. 

3장에서는 집을 사기 어려워진 시대에 인테리어 사치재만은 더 쉽고 빠르게 소비되는 현상을 ‘방꾸미기’ 트렌드를 통해 포착한다. 4장은 노동 현장에서 사수를 만나지 못하는 신입 노동자들이 돈을 내고 ‘온라인 사수’를 찾아 나서는 현실을 짚어본다.

5장은 ‘중고 거래’의 기이한 구조를 비판하고 중고 거래앱을 통해 알 수 있는 한국 사회의 지평, 물질만능주의와 지역 간 경제·문화적 불평등을 설명한다. 6장에서는 ‘톡포비아’ 현상을 들여다보며 인터넷으로 과도하게 연결되는 세상에서 어떻게 진정한 대화를 나눌 수 있을지 고민한다. 

7장에서는 신점, 사주, 타로가 특히 젊은 세대에게 ‘K-심리 상담’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다루고, 8장 ‘데이트 앱’과 9장 ‘#좋아요’에서는 개인의 외로움과 불만족스러운 현실, 그리고 온라인에서 비대해진 자아 사이의 괴리를 꼬집는다. 

세 가지 스토리 

「빠르게 실패하기」
존 크럼볼츠·라이언 바비노 지음|스노우폭스북스 펴냄  


스탠퍼드 대학에서 20년간 진행한 ‘인생 성장 프로젝트’ 연구 결과를 담은 책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연구를 통해 성공한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공통적인 행동 패턴을 찾았다. 그리고 그 핵심 내용을 9개의 장으로 구성해 설명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작은 행동의 힘’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작은 행동으로 더 많이 실패하지만 그만큼 더 많은 성공의 열쇠를 발견한다는 거다.

「예술, 인간을 말하다」
전원경 지음|시공아트 펴냄   


“모든 예술 작품의 궁극적 목표는 우리를 위로하는 데 있다.” 자신을 향해 총구를 겨눈 고흐, 화려한 젊은 시절을 보냈지만 그만큼 어두운 말년을 보낸 고야, 사랑의 행복과 배신을 모두 겪었던 슈만…. 예술가들이 살아온 생생한 삶의 이야기는 우리의 현실과 맞물리며, 예술이 우리 안에 자리해왔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이 책은 예술이 현실과 동 떨어진 고고한 그 무언가가 아니며, 우리를 위로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데니스 베르캄프 자서전」
데니스 베르캄프·데이비드 빈너·야프 비서 지음|한즈미디어 펴냄 


영국 프리미어리그 명문 구단인 ‘아스널’의 레전드이자 네덜란드 축구계의 간판스타 데니스 베르캄프의 자서전이다. 그는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유럽 축구계의 흐름과 변화를 경험한 산증인이기도 하다. 이 책은 데니스 베르캄프의 인생 역정을 통해 유럽의 축구 전술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라 축구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새로운 시각도 제시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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