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쿠폰 경쟁과 IPO
컬리, 원하는 몸값 받을 수 있나
오아시스마켓, 낮은 인지도는 과제

컬리는 지난해 2000억원대 영업적자를 기록했다.[사진=연합뉴스]
컬리는 지난해 2000억원대 영업적자를 기록했다.[사진=연합뉴스]

새벽배송 업체들이 ‘쿠폰’으로 고객을 유혹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컬리와 오아시스마켓이다. 흥미로운 점은 두 업체 모두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IPO를 앞두고 높은 기업가치를 평가받기 위해 쿠폰으로 소비자를 모으고 있는 건데, 두 업체의 속사정은 다르다. 

“쿠폰 받는 날은 장보는 날이다.” 주부 이나래(35)씨는 새벽배송 업체 쿠폰을 받는 날에 장을 본다. 컬리(컬리)나 오아시스마켓(오아시스)에서 3만~4만원 이상 구매 시 5000~1만원을 할인해주는 쿠폰을 경쟁적으로 뿌리고 있어서다. 나래씨는 “요즘 물가가 치솟다 보니 쿠폰을 기다렸다 장을 보는 습관이 생겼다”고 말했다. 

워킹맘 노윤경(31)씨도 “1~2주에 한번씩 문자로 쿠폰을 받는 것 같다”면서 “3만원 이상 구매하면 무료배송인 데다, 1만원 할인까지 받으면 알뜰하게 쇼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새벽배송 업체로선 쿠폰이 주부 고객을 잡는 치트키인 셈이다.[※참고: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는 지난 10월 28일 플랫폼의 이름을 ‘컬리’로 바꾼다고 밝혔다. 2015년 론칭 이후 7년 만이다. 컬리는 “식품 이외에 뷰티 분야를 키우려는 전략을 반영했다”면서 플랫폼명 교체의 의미를 설명했다.] 

실제로 컬리는 그동안 쿠폰 등 프로모션으로 고객을 끌어들여 왔다. 이는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오픈서베이의 ‘온라인 식료품 구매 트렌드’ 조사 결과, 컬리를 이용하는 주된 목적 중 하나가 ‘이벤트ㆍ프로모션’이었다. “앱 알림이나 이벤트 광고 등에서 할인 소식을 접하고 구매한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36.0%로 쿠팡(10.7%), 이마트몰(24.7%), 네이버(26.7%) 등 다른 장보기 채널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른 플랫폼이 컬리에 맞서듯 ‘쿠폰 마케팅’을 펼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다름 아닌 오아시스마켓이다. 오아시스마켓 역시 고객에 따라 주단위ㆍ일단위로 쿠폰을 주기적으로 발행하고 있다. 지난 7월에도 회원수 100만명 돌파를 기념해 ‘1만원’ 쿠폰 이벤트를 진행한 바 있다. 

사실 업체들에 ‘쿠폰=비용’이다. 지난해 2177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한 마켓컬리는 광고선전비로 435억원을 투자했다. 전년(296억원) 대비 49.5% 증가한 액수다. 오아시스마켓 역시 광고선전비(2020년 8억원→2021년 11억원)를 늘리고 있다. 이렇게 큰돈을 쏟아부어야 하는데도 이들이 쿠폰 경쟁을 벌이는 건 기업공개(IPO)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은희 인하대(소비자학) 교수는 “새벽배송 업체로선 당장 회원 수를 확보하고, 회원의 활동성을 늘리고, 매출을 확대해야 높은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는 만큼 앞으로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쿠폰 경쟁’을 벌이는 두 업체의 상황이 다르다는 점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컬리다. 지난 8월 22일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컬리는 내년 2월까지 코스피 시장에 상장해야 한다. 갈 길이 멀지만, 컬리는 아직까지 별다른 행보를 띠지 않고 있다. 주식시장이 역대급으로 얼어붙은 데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컬리의 몸값이 크게 줄어든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2월 프리IPO(상장 전 투자 유치)에서 4조원대로 평가받았던 컬리의 기업가치는 현재 1조~1조5000억원대로 거론되고 있다. 컬리의 적자가 가치를 떨어뜨린 게 아니냐는 시선이 많다.

이 때문인지 컬리가 IPO를 철회하는 것 아니냐는 풍문이 나돌았지만, 김슬아 컬리 대표는 이를 일축했다. 김 대표는 지난 8월 10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상장하기 위한 최적의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원하는 시간에 IPO를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자본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컬리를 둘러싼 불안한 시선은 여전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컬리가 매출을 확대하고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마케팅을 강화하고 비식품 카테고리를 확대하고 있지만 신선식품을 기본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인 만큼 턴어라운드가 쉽지 않다”면서 “기대 몸값을 낮춰서라도 상장하거나 추가로 투자 유치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흑자경영을 잇고 있는 오아시스마켓은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모습이다. 지난 9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오아시스마켓은 결과가 나오는 대로 IPO 절차를 밟는다는 계획을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공모가가 다소 낮게 책정되더라도 나쁠 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상장 이후 기업이 성장하고, 주가도 우상향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참고: 오아시스마켓은 지난 6월 이랜드리테일로부터 330억원 투자를 유치하면서 1조원대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다. 이랜드리테일은 지어소프트가 보유한 오아시스 지분 3%를 매수했다.]

오아시스마켓은 오프라인 점포를 통해 재고관리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오아시스마켓은 오프라인 점포를 통해 재고관리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오아시스마켓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건 이커머스 업계 유일한 흑자기업이기 때문이다. 오아시스마켓은 61개 오프라인 점포를 기반으로 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는 흑자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그날그날 재고를 할인판매하는 방식으로 새벽배송 업체의 난제인 신선식품 재고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어서다. 

유승우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오아시스마켓은 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하고 흑자경영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오아시스마켓은 낮은 인지도와 성장성이 한계로 꼽힌다. 이 회사의 매출액은 3569억원으로 마켓컬리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쿠폰 경쟁 속 다른 상황에 놓인 두 업체의 IPO는 어떤 결말을 맺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