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말하지 않는 메가커피의 비밀
사모펀드가 이끄는 메가커피의 빅픽처
‘손흥민 광고 효과’ 누구를 위한 건가

2022년 저가커피 브랜드 ‘메가커피’의 모델이 됐을 때 큰 이슈를 모았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 더스쿠프 포토]
2022년 저가커피 브랜드 ‘메가커피’의 모델이 됐을 때 큰 이슈를 모았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 더스쿠프 포토]

# 월드 클래스 ‘손흥민’ 선수는 광고계 톱스타이기도 합니다. 그 때문인지 손흥민이 2022년 저가커피 브랜드 ‘메가커피’의 모델이 됐을 때 큰 이슈를 모았습니다. 물론 “손흥민을 모델로 쓰다니, 메가커피 대단하다” “손흥민 때문에 메가커피를 가진 않을 것 같다” 등등 반응이 엇갈리긴 했습니다만, 화제를 불러일으킨 건 사실이었죠.  

# 그런 ‘손흥민 광고’가 4개월여가 흐른 지금 도마에 올랐습니다. 메가커피 본사가 가맹점주들에게 30억원의 광고비를 분담시키겠다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메가커피에선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축구선수 손흥민이 저가커피 브랜드 ‘메가커피(앤하우스)’의 광고모델이 된 건 2022년 8월의 일입니다. 모델료만 십수억원에 달하는 톱스타 손흥민이 메가커피의 모델로 나선다는 건 광고 시작 전부터 이슈거리였죠. 이후 메가커피의 컵 홀더는 물론 키오스크 화면, 매장 광고판에도 손흥민이 등장했습니다. 유튜브·SNS 등에서도 손흥민 광고 캠페인을 이어갔죠. 

그런데 최근 이 광고 캠페인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메가커피가 지난 12월 ‘2023년 연간 광고비 60억원 중 절반인 30억원은 가맹점주가 분담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점주들에게 보냈기 때문입니다. 가맹점별 부담해야 할 월 분담액은 12만원, 연간 144만원에 달했습니다. 

구체적인 예산은 ▲손흥민 선수 모델료 및 촬영비 15억원 ▲아시안컵 기간 TV 및 디지털 광고료 15억원 ▲신상품 콘텐츠 디자인 및 상품광고, PPL 등 15억원 ▲브랜드 제휴 5억원 ▲오프라인 광고 5억원 등이었죠. 가맹점주들 사이에선 “우리와 아무런 상의도 하지 않은 채 손흥민을 모델로 발탁해 광고를 해놓고 이제서야 비용을 점주들에게 떠넘기려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애먼 손흥민이 소환된 건 이 때문이죠.

[※참고: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가맹본부는 광고나 판촉행사 진행 시 가맹점의 50%(광고) 또는 70% (판촉행사)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메가커피는 12월 12일부터 가맹점주의 동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중요한 함의를 띠고 있어 자세한 내용을 후술했습니다.] 

한편에선 메가커피의 방침을 이해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가맹점주도 손흥민 효과를 누리지 않았나” “월 분담금 12만원이면 큰 부담은 아니다”는 식입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여기엔 짚어봐야 할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하나씩 살펴볼까요? 

■ 본사 마진율 48% = 메가커피 측은 값비싼 광고를 시작한 이유로 “마케팅을 원하는 일부 가맹점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광고의 목적이 가맹점을 위한 것이란 주장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메가커피 본사는 가맹점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한 이익을 남기고 있습니다. 

메가커피 본사는 2021년 매출액 878억원, 영업이익 422억원을 올렸습니다. 영업이익률은 무려 48.0%에 달합니다. 이는 다른 커피 프랜차이즈 본사의 영업이익률(더리터 18.7%, 이디야 7.8%, 매머드커피 3.1%)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수준입니다. 이렇게 벌어들인 수익의 대부분은 주주에게 돌아갔습니다. 

2021년 메가커피의 당기순이익은 337억원을 기록했는데, 이중 100%를 주주에게 배당했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메가커피는 미처분이익잉여금으로 중간배당 200억원도 지급했습니다. 2021년 주주에게 돌아간 배당이 총 537억원에 달하는 셈입니다.

광고비 30억원을 떠안아야 하는 가맹점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는 건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습니다.[※참고: 김대영 메가커피 대표는 사모펀드 프리미어파트너스와 함께 2021년 메가커피를 1400억원대에 인수했습니다. 이들이 세운 특수목적법인(SPC) 엠지씨홀딩스가 메가커피의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막대한 이익을 챙겨간 본사는 정작 가맹점 지원비는 줄였습니다. 2021년 매장 지원비는 9906만원으로 2020년(8억원) 대비 8분의 1수준으로 줄었죠. 20 20~2021년 점포 수가 400여개나 늘었는 데도 말이죠. 

■ 광고 효과 논란 = 또 하나 짚어봐야 할 점은 ‘광고 효과’가 정말 가맹점주의 몫이냐는 겁니다. 언급했듯 메가커피가 손흥민 광고를 시작한 건 2022년 8월로 이미 4개월이 훌쩍 지났습니다. 사실 메가커피가 가맹점주와 광고비를 분담하려면, 광고 집행 전에 동의를 구했어야 합니다. 

메가커피도 이를 잘 알고 있었을 겁니다. 메가커피 측은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한 정보공개서에 광고비 분담 절차를 다음과 같이 기록했습니다. ‘광고 계획 공고→가맹점의 광고참여 여부 결정→광고 집행 및 안내.’ 메가커피로선 광고를 집행해 놓고 가맹점주들에게 참여 여부를 묻고 있는 셈입니다.

회사 측은 “손흥민 선수가 출연한 2022년 광고 비용은 본사가 모두 부담했다”면서 “해당 건은 2023년 광고 집행안에 관한 내용이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모든 의문이 해소되는 건 아닙니다. 다름 아닌 ‘광고 효과’ 때문이죠. 

[자료 |  금융감독원, 사진 | 뉴시스]
[자료 |  금융감독원, 사진 | 뉴시스]

김영갑 한양사이버대(호텔외식경영학)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절차대로 광고 전 가맹점주의 동의를 구한다면, 가맹점주는 광고의 ‘기대효과’를 고려해 비용을 분담할지 여부를 판단한다. 하지만 메가커피는 이미 손흥민 광고를 진행한 만큼 가맹본사가 그동안의 매출 증대 효과를 가맹점주에게 증명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회사는 이른바 ‘손흥민 마케팅 효과’를 가맹점주들에게 알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광고를 진행한 4개월 동안의 가맹점 평균 매출 증가를 묻는 질문에도 회사 측은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메가커피 가맹점주 A씨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비슷한 수준의 매출을 기록했다”면서 “점주로선 매달 지불해야 할 비용 부담만 늘어나는 셈”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업계 관계자 역시 “저가커피의 경우 점주의 순이익률이 10%대에 불과하다”면서 “매달 광고비로 12만원을 지출하려면 적어도 월 매출 100만원 이상은 늘어야 광고 효과가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때문인지 손흥민 광고 효과는 가맹점주가 아닌 본사가 누렸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손흥민 광고 이후 가맹점이 큰 폭으로 늘어난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메가커피는 손흥민 광고가 나오기 전인 2022년 6~8월엔 점포 수가 111개 증가한 반면 광고 후인 9~12월엔 185개나 늘어났습니다. 

이정희 중앙대(경제학) 교수는 “톱스타를 활용한 대대적인 마케팅은 가맹점주보단 가맹본사가 가맹점을 모집하는 데 더 큰 효과를 낸다”면서 “오히려 가맹점주는 광고비만 부담하고, 가맹점 간 경쟁은 더 치열해지는 나쁜 효과만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가맹점이 늘어날수록 본사의 이익이 커지는 건 당연한 공식입니다. 하지만 가맹점은 그럴수록 출혈경쟁의 늪으로 빠져듭니다. 어느덧 메가커피의 점포 수가 2185개(2022년 12월 기준)에 달하면서, 메가커피의 경쟁자는 메가커피라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메가커피의 출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전망입니다. 김대영 메가커피 대표는 2021년 6월 메가커피 인수 당시 2023년 3000개, 2024년 4000개라는 출점 전략을 내놨습니다. 지난 9월엔 2000호점 개점을 기념하는 행사장에서 “전세계 1만호점을 열겠다”는 포부를 내놓기도 했죠. 결국 메가커피가 톱스타 손흥민을 끌어들인 건 본사를 위한 전략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메가커피 측은 “회사별 회계처리 기준이 다르다 보니 2021년 영업이익률이 높게 나타난 것”이라면서 “2022년엔 회계처리 방식의 변경으로 경쟁사와 비슷한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광고의 목적이 본사를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지적에는 “가맹점 확대가 아닌 브랜드 이미지와 가맹점 매출 제고를 위한 것”이라면서 반론을 폈습니다.

어쨌거나 메가커피를 더 크게 키우고, 몸값을 높여 ‘엑시트(투자금)’를 해야 하는 건 사모펀드의 큰 그림입니다. 그 속에서 가맹점주는 웃을 수 있을까요?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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