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❸
이커머스 첫 IPO 도전장
업계서 유일한 흑자 경영
업의 본질과 규모의 성장
두 토끼 잡을 수 있을까

기업가치 600억 달러(공모가 기준)를 인정받으며 2021년 뉴욕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한 쿠팡. 이후 국내 이커머스 업계엔 기업공개(IPO) 바람이 불었다. 하지만 경기침체, 금리인상 등 각종 변수로 주식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하나둘 발을 뺐다. 남은 건 새벽배송 업체 ‘컬리’와 ‘오아시스’뿐이었다. 하지만 최근 컬리마저 상장 연기를 발표하면서 이제 이커머스 IPO 시장엔 오아시스만 남았다. 

오아시스는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를 끌어올리고 규모를 키워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사진=뉴시스]
오아시스는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를 끌어올리고 규모를 키워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사진=뉴시스]

“컬리냐, 오아시스냐” 궁금증을 모았던 ‘국내 이커머스 1호’ 상장의 주인공이 오아시스(오아시스마켓 운영)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주식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이커머스 업체들이 잇따라 상장 계획을 미뤘기 때문이다. SSG닷컴이 지난해 5월 기업공개(IPO) 연기를 공식화한 데 이어 지난 4일엔 컬리도 “코스피 상장 추진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커머스 업체 중엔 신선식품 새벽배송업체 오아시스만이 유일하게 IPO 절차를 밟고 있다. 

■ 컬리의 자화상 = 사실 컬리의 상장 연기는 예고됐던 수순이란 분석이 많다. 무엇보다 상장에 성공하더라도 컬리가 원하는 몸값을 받기는 어려울 거란 전망이 많았다. 컬리는 2021년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에서 투자자들로부터 4조원대(상장 후 7조원대) 기업가치를 평가받았지만 최근 몸값은 1조원대로 떨어졌다. 기준이 됐던 건 장외주식시장에서 컬리의 지분가치다. 

한때 10만5000원까지 치솟았던 컬리의 주가(장외주식)는 현재 2만3500원(1월 9일)에 머물러 있다. 시가총액은 8000억원대에 불과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적자가 쌓이고 있는 컬리로선 밸류에이션을 낮춰서라도 상장을 추진하려 했지만 결국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장외주식시장에 매물이 쏟아져 나온 것도 컬리에 좋은 시그널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 오아시스의 자화상 = 이번엔 오아시스의 상황을 보자. 오아시스는 지난해 12월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상장예비심사 효력이 6개월인 만큼 오아시스는 올해 상반기 코스닥 상장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 이에 따라 오아시스는 12일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코스닥 상장 절차에 본격 돌입했다. 2월 중 상장이 목표다.

[※참고: 오아시스는 총 523만6000주를 공모한다. 공모 예정가는 주당 3만500~3만9500원이다. 총 공모금액은 1597억~2068억원 규모로,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9679억~1조2535억원이다.]  

흥미로운 점은 시장에서 거론되는 오아시스의 기업가치가 컬리와 같은 1조원이라는 점이다. 컬리에 ‘1조원’은 상장을 연기할 만큼의 숫자지만, 오아시스로선 꽤나 ‘많은 숫자’다. 컬리와 오아시스는 매출 차이가 커서다. 오아시스의 2021년 매출액은 3569억원으로 컬리(1조5613억원)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작은 규모에도 오아시스가 높은 몸값을 평가받은 건 ‘흑자경영’이란 메리트 때문이다. 

 

컬리는 2021년 매출액 1조5613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적자도 역대 가장 큰 규모인 2177억원에 달했다. 지난 7년간(2015~2021년) 누적 영업적자는 4952억원에 이른다. 물류비·인건비가 많이 드는 신선식품 새벽배송의 특성상 팔수록 손해나는 구조를 바꾸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오아시스는 올해 3분기(누적 기준)에도 매출액 3118억원, 당기순이익 30억원을 기록했다. 오아시스가 ‘이커머스 업계 유일한 흑자기업’임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오아시스와 한우물 = 그렇다면 오아시스는 좋은 평가를 코스닥 시장으로 이어갈 수 있을까. 전망은 나쁘지 않다. 언급했듯 신선식품 새벽배송을 하면서도 흑자를 내는 시스템을 갖춘 건 매력적인 포인트다. 60여개에 달하는 오프라인 점포가 그 기반이다.

박주영 숭실대(벤처중소기업학)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자. “오아시스는 오프라인 점포를 거점으로 한다는 게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힌다. 오프라인 점포는 인근 거주민이나 오피스족 등을 고정고객으로 확보하고,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다. 또 이들 고정고객은 오프라인 점포에서 직접 접한 상품을 온라인에서도 자연스럽게 구매한다. 온라인 전환이 용이하다는 거다.” 

업계 관계자는 “신선식품은 재고관리가 까다로운데 오아시스는 오프라인 점포에서 재고상품을 할인 판매하는 전략을 구사해 재고관리 효율화와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이뤘다”고 설명했다. 

오아시스가 10년 가까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해왔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오아시스는 2013년 첫 오프라인 점포를 연 데 이어 2018년 온라인 새벽배송 시장에 뛰어들었다. 박주영 교수는 “인지도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꽤 긴 시간 안정적인 경영을 이어왔다는 점은 상장 시 투자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오아시스가 이런 기조를 계속 이어갈 수 있느냐다. 상대적으로 약한 인지도를 높이고 규모를 키우기 위해선 투자가 불가피해서다. 실제로 오아시스는 수도권과 충청 일부 지역에서만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회원 수도 컬리의 10분의 1 수준인 120만명에 머물러 있다. 

오아시스 관계자는 “현재 성남(2곳)·의왕(1곳)에 있는 물류센터에서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아직 구체화 단계는 아니지만 향후 언양(울산)지역에 물류센터를 세워 경상도 지역으로 새벽배송을 확대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사진 | 뉴시스]

오아시스가 ‘친환경’ ‘유기농’ 신선식품에 강점이 있는 만큼 업의 본질을 지켜나가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장에 성공하더라도 그 이후가 더 중요하다는 거다. 서용구 숙명여대(경영학) 교수는 “오아시스는 신선식품 강점을 바탕으로 옴니채널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하지만 중요한 건 상장이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점이다”고 지적했다. 

그의 말을 더 들어보자. “쿠팡은 공모가 35달러로 출발해 주가가 48.47달러까지 치솟았지만 현재 15달러 선에 머물고 있다. 오아시스가 얼마에 상장하느냐보다 중요한 건, 기업의 실력대로 매일 평가받는 주식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다.” 

아직은 아는 사람만 아는 오아시스, 이 회사는 ‘국내 이커머스 1호’ 상장을 이뤄낼 수 있을까. 친환경·유기농 신선식품이라는 강점을 지키면서 규모도 키워낼 수 있을까.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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