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카 상장 반년 후… 반전 시동 거나
상장 초기 하락했던 주가 회복 조짐
택시 대란·이용자 연령층 확대 이점
차량 운행 대수 감축 전략 성공할까

박재욱 쏘카 대표는 지난해 8월 기자간담회에서 IPO 이후 쏘카의 성장을 자신했다.[사진=뉴시스]
박재욱 쏘카 대표는 지난해 8월 기자간담회에서 IPO 이후 쏘카의 성장을 자신했다.[사진=뉴시스]

카셰어링업체 쏘카가 기업을 공개하겠다고 선언하자 ‘의심의 눈초리’가 쏟아졌다. 끝내 IPO를 철회할 것이란 이유에서였다. 비관적 전망은 금세 깨졌다. 쏘카는 계획대로 지난해 8월 상장에 성공했다. 그로부터 반년, 쏘카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달라졌을까.

2022년은 기업공개(IPO) 시장이 부진한 한해였다. 투자관리솔루션 기업 IR큐더스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시장에 신규 상장한 기업은 73개사로 2021년(94개사) 대비 22.3% 감소했다.

지난 1년간 IPO 시장이 얼어붙은 원인은 간단하다. 2022년 2월 터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혼란스러워진 국제정세에 고금리ㆍ고물가ㆍ고환율이란 3고高 악재가 겹치면서 증시가 위축됐다.

증시 하락 국면에선 피어그룹(Peer Groupㆍ같은 산업 내 비슷한 사업구조를 가진 동종기업)의 부진으로 IPO에 나선 기업의 가치도 저평가 받을 공산이 커진다. 원스토어, 현대오일뱅크, SK쉴더스 등 IPO를 준비하던 기업들이 그 계획을 철회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렇게 기업들이 ‘몸을 사리는’ 상황에서도 다른 발걸음을 뗀 곳은 있다. 카셰어링 서비스업체 쏘카가 대표적이다. 쏘카는 지난해 1월 상장예비심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IPO 절차에 돌입해 8월 22일 코스피에 신규 상장했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증시에 입성하기 직전까지 쏘카를 향한 우려의 시선이 쏟아졌다. 전체 매출의 95% 이상을 카셰어링 사업에 의존하는 쏘카의 특성상 성장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목소리가 지배적이었다. 당초 예상했던 1조원이란 몸값과 희망공모가(3만4000~4만5000원)를 두곤 고평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때문에 한편에선 ‘상장철회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IPO를 향한 쏘카의 의지는 확고했다. 박재욱 쏘카 대표는 2022년 8월 열린 기자간담회 당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IPO를 강행하는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모빌리티 시장의 변화 속도는 빠르다. 지금은 투자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 위한 자금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본다. 우리가 어려운 시기에도 상장을 택한 이유다. 아울러 상장 이후 성장을 통해 주가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만큼 앞으로 실적에 자신감이 있다.”

그로부터 6개월이 흐른 지금, IPO를 밀어붙였던 박 대표의 판단은 옳았을까. 박정호 명지대 산업대학원 특임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자. “현재 경기침체 기류가 본격화하면서 기업들이 향후 2~3년간 실적을 낙관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이로 인해 IPO 시장엔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바엔 다시 때를 기다려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섣불리 IPO를 진행했다간 임직원은 물론 투자자들까지 손실을 입을 수 있어서다. 이런 맥락에서 올해는 지난해보다 IPO 경기가 더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측면에선 지난해 IPO를 감행했던 기업들이 한발 빠른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박 대표의 발빠른 판단은 악수惡手가 아니었던 셈이다.

쏘카는 2022년 8월 증시에 입성했다.[사진=뉴시스]
쏘카는 2022년 8월 증시에 입성했다.[사진=뉴시스]

이뿐만이 아니다. 박 대표의 말대로 쏘카의 실적도 큰폭으로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쏘카의 매출액은 1170억원, 영업이익은 116억원으로 전년 동기(매출 864억원ㆍ영업이익 15억원) 대비 각각 35.4%, 673% 증가했다. 

본격적인 흑자 궤도에 오르자 상장 이후 내리막길을 걷던 쏘카의 주가도 꿈틀대기 시작했다. 상장일(2022년 8월 22일) 2만6300원(이하 종가 기준)에서 한달 만에 1만7000원(9월 23일)으로 35.4% 급락했던 쏘카의 주가는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다음날(11월 11일) 1만8000원대로 올라섰다.

11월 말 1만9000원대를 회복한 쏘카의 주가는 12월 들어 2만원선을 돌파하며 공모가(2만8000원)의 80% 수준(12월 12일ㆍ2만2550원)까지 회복했다. 1월 현재 쏘카의 주가는 1만9000원대로 다시 내려앉았지만 미래를 비관하기엔 이르다. 쏘카의 주력 사업인 카셰어링 시장의 여건이 나쁘지 않아서다.

쏘카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내 여행ㆍ레저 수요가 늘어나면서 세단을 운행하는 50대 이상 운전자들이 ‘세컨드카’ 개념으로 쏘카를 이용하는 경우가 증가했다”면서 “카셰어링을 이용하는 연령층이 다양해진다는 건 쏘카 입장에서 시장의 확대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쏘카 측은 “2022년 초부터 이어지고 있는 심야 택시 대란에서도 쏘카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교통당국이 밤 12시부터 새벽 4시까지 이어지는 승차난을 해소하기 위해 심야할증료를 인상하자 그 대안으로 쏘카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었다는 거다.

이런 점을 보면 쏘카가 나아갈 방향은 분명해 보인다. 늘어나는 카셰어링 수요만큼 차량의 공급을 확대하는 거다. 그런데 2023년 쏘카의 전략은 이와는 정반대다. 쏘카 관계자는 “올해는 차량 운영 대수를 늘리기보다 되레 줄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어찌 된 영문일까. 그의 말을 계속해서 들어보자. 

“쏘카가 운영 중인 모든 차에는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단말기가 달려 있다. 이를 통해 어느 지역에서 어떤 차종이 수요가 많고, 가장 많이 가동되는지 파악할 수 있다. 이렇게 확보한 데이터를 이용해 역으로 가동률이 떨어지는 차는 정리해 나갈 것이다. 최대한 운영 효율성을 높여 궁극적으론 차 한대당 수익을 높이는 것이 올해 쏘카의 운영 방침이다. 설사 차량 대수 감축으로 쏘카의 외형은 줄어든다 해도, 영업이익은 되레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비효율적인 차량을 줄이는 대신 쏘카는 서로 다른 이동수단을 잇는 스트리밍 모빌리티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 쏘카가 자신들의 카셰어링 서비스와 KTX 승차권을 묶은 상품을 선보인 것이 대표적 사례다.

여기에 전기자전거(일레클), 주차(모두의주차장) 서비스까지 연계하면 쏘카 앱의 회원수만 1211만명에 달할 전망이다. 삼성증권은 12월 발표한 리포트에서 쏘카가 1000만명이 넘는 회원수를 확보할 경우 매출은 확대하고 마케팅 비용은 점진적으로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렇다고 쏘카에 긍정적 요인만 있는 건 아니다. 금리인상, 경기둔화란 대외적 리스크에서 쏘카도 자유롭지 않다. 김필수 대림대(자동차학) 교수는 “직접 차를 구입해 카셰어링 사업을 전개하는 쏘카로선 금리가 오르면 이자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경기가 부진하면 신차 대신 중고차나 승차공유 시장으로 소비자들이 몰린다지만, 불황이 깊어지면 이동수요 자체가 쪼그라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아직까지 국내 소비자들은 자동차를 공유하는 것보다는 소유하는 것에 더 익숙하다”면서 “이런 문화적ㆍ관습적 방해요인을 최소화하는 것도 향후 쏘카의 과제”라고 말했다. 의심에서 냉담으로, 냉담에서 반전으로…, IPO란 관문을 넘어선 쏘카의 뚝심은 올해에도 통할 수 있을까.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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