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한 비즈니스가 당신을 노린다❶
구독옵션 적용 늘리는 완성차 업계
구독 여부에 따라 기능 조절
고객 입장에선 정기지출 늘어나 불만
제조사 안정적인 수익원 확보 가능
핵심기능까지 넘보는 차 구독서비스

구독서비스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포토]
구독서비스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포토]

# 요즘처럼 강추위가 이어지는 겨울에 차를 탈 때 필요한 필수 옵션이 있다. 엉덩이를 따뜻하게 해줘서 ‘엉따’로 불리는 열선시트다. 요샌 웬만한 중저가 차에도 기본사양으로 들어가는 기능인데, 이걸 쓰기 위해 매달 돈을 내라고 하면 어떨까.

# 미래의 도로 위 상황을 가정해보자. 자율주행차가 대중적으로 확산해 너도나도 운전대를 놓고 차에서 한숨 자는 시대. 그런데 이 자율주행 기능을 쓰려면 이미 지불한 자동찻값 외에도 매달 추가로 돈을 내야 하면 어떨까. 사고가 났을 때 에어백을 5개 터뜨리는 기능은 월 1만원을 내고, 7개를 터뜨리는 기능은 5만원을 내야 한다면, 차 안에서 어지럼증을 덜 느끼게 하는 멀미 방지 기능을 쓰는 데 매달 돈을 내야 한다면, 당신은 기꺼이 지갑을 열겠는가. 

# 허황된 시나리오가 아니다. 하드웨어의 대표 제품으로 인식되던 자동차는 이제 바퀴 달린 정보통신 기기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그런 변화 속에서도 자동차 업계는 ‘구독 옵션’을 통해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생각에 여념이 없다. 

# 문제는 우리 사회가 ‘구독 옵션’이란 치사한 비즈니스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느냐다. 더스쿠프가 서울벤처대학원대 구독경제전략센터장인 전호겸 교수와 함께 이 치사한 비즈니스에 펜을 집어넣었다. 세상에서 가장 치사한 비즈니스가 당신의 지갑을 노린다, 그 1편이다. 

지난해 7월, 독일 완성차 제조업체 BMW의 ‘커넥티드 드라이브’ 옵션이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이 옵션을 선택하면 열선시트와 운전대 열선은 물론 블랙박스와 기능이 유사한 ‘드라이브 레코더’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문제는 결제 방식이었다. 요금을 매월 또는 매년 단위로 내는 구독형 옵션이었다. 열선시트는 1개월에 2만4000원, 1년에 23만원, 무제한은 53만원이었다. 

곧장 소비자들의 반발이 쏟아졌다. 웬만한 차에는 기본 옵션인 열선시트 기능을 두고 추가로 돈을 내라고 하는 건 몹쓸 상술이라는 비난이었다. BMW코리아 측이 “유럽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상품”이라고 설명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불씨는 여전하다. 향후 자신들이 출시하는 신차엔 이런 구독형 옵션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전기차 EQS의 다양한 기능을 구독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사진 | 뉴시스, 자료 | 더스쿠프]
메르세데스-벤츠는 전기차 EQS의 다양한 기능을 구독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사진 | 뉴시스, 자료 | 더스쿠프]

BMW만 유별난 게 아니었다. 지난해 11월엔 독일차 메르세데스-벤츠가 연간 1200달러(약 150만원)를 내면 전기차 가속력을 끌어올리는 구독서비스를 출시했다. 이 서비스를 구독하면 제로백(시속 0→100㎞에 도달하는 시간)이 기존 대비 0.8초에서 1초가량 빨라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 구독서비스는 연간 단위로 계약한다. 매년 요금을 내지 않으면 기능을 차단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유럽에서 전기차 EQS의 후륜 조향기능도 구독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70만여원의 연 구독료를 내면 뒷바퀴를 10도까지 꺾을 수 있다. 원래 4.5도 수준으로 꺾이는데, 이보다 더 조정할 수 있다는 거다. 차선 변경과 주차할 때 유용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메르세데스-벤츠를 두고 “차의 핵심인 성능으로 장난을 친다”는 여론의 비난이 쏟아졌다. 

자동차 업계는 원래 구독경제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볼보와 도요타, 현대차, 포르쉐 등 많은 제조사들은 자동차 구독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월 구독료를 지불하면 소비자가 원하는 차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이런 하드웨어(자동차) 구독서비스는 이제 산업의 주요 수익원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도 유독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의 구독 옵션을 둘러싼 여론이 나쁜 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열선시트, 가속력 장치 등 소프트웨어를 구독 형태로 제공했기 때문이다. 그간 소비자는 자동차의 추가 기능을 얻고 싶을 땐 차를 사는 과정에서 돈을 더 내고 구매했다. 제조사가 추가 비용을 낸 경우에만 자동차에 해당 기능을 설치했다. 

그런데 두 제조사의 접근방법은 달랐다. 하드웨어를 이미 설치해놓고, 소프트웨어 조정을 통해서 추가로 돈을 내는 구독자에게만 기능을 열어줬다. 소비자 입장에선 이미 차에 설치한 기능인데 추가로 돈을 내야만 쓸 수 있는 게 치사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앞으로 이 ‘치사한 비즈니스’가 모든 자동차로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와 맞물려 있다. 현재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판도가 완전히 뒤바뀔 혁신을 준비하고 있다.

말로만 온다던 자율주행차 시대는 눈앞에 성큼 다가왔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여름 레벨4 자율주행차 판매를 할 수 있는 약식안전기준을 발표했다. 레벨4는 차량의 자동화 시스템이 상황을 인지ㆍ판단해 운전하고, 비상시에도 운전자 개입 없이 차량이 스스로 대처할 수 있는 수준을 뜻한다. 2035년엔 글로벌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가 1조1204억 달러(약 1500조원) 규모가 될 거라고 한다. 

자동차 업계가 소프트웨어를 통해 작동하는 기능을 구독 서비스로 판매하고 있다.[사진 | 뉴시스, 자료 | 더스쿠프]
자동차 업계가 소프트웨어를 통해 작동하는 기능을 구독 서비스로 판매하고 있다.[사진 | 뉴시스, 자료 | 더스쿠프]

자율주행차가 주도하는 자동차 시장에선 소프트웨어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차량의 제어와 기능을 소프트웨어가 담당하기 때문이다. 많은 소프트웨어가 설치된 차엔 구독서비스로 팔 수 있는 기능이 더 늘어나게 된다.

제조사들이 이 좋은 기회를 놓칠 리 없다. 열선시트나 핸들열선 같은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그만’인 기능만 구독 대상이 되는 게 아니다. 새 차를 샀음에도 차의 핵심 기능은 매달 추가로 돈을 내면서 타야 하는 미래가 올지 모른다. 실제로 미래차 시장의 선두주자 중 하나로 꼽히는 테슬라는 차의 핵심 기능을 이미 구독 형식으로 제공하고 있다. 더 자세한 얘기는 치사한 비즈니스 두번째 편에서 알아보자.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 교수  
kokids77@naver.com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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