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고찰: 출산의 거래학➏
안창남의 생각 | 사실혼과 세법상 차별
국내법 “이럴 땐 사실혼 저럴 땐 법률혼”
법률혼과 유사한 다양한 결혼 제도 인정
일관적이면서 차별 없는 세법 적용 필요
인구감소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일 수 있어

우리나라 세법은 사실혼 부부에게 공정하지 않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 세법은 사실혼 부부에게 공정하지 않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때마다 ‘혼외자 출생률 통계’를 발표한다. 회원국 출생아 중 혼외자 비중은 대략 40%다. 우리나라는 1.9%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의 결혼생활이 다른 회원국보다 더 윤리적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미국ㆍ프랑스 등 주요 회원국이 사실혼 부부도 나름 가정을 꾸릴 수 있는 제도를 갖고 있어서다. 하지만 우리나라 세법은 사실혼 부부에게 ‘이중 잣대’를 들이대면서 부당하게 차별을 하고 있다. 

출생아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출생아 수는 2019년 30만명에서 2021년 26만명으로 줄었다. 여성 1명이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합계출산율)는 0.81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왜 이런 ‘인구 절벽’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걸까. 여러 요인이 작용하겠지만, 부동산 급등이나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을 빼놓을 수 없다고 본다. 실제로 2021년 혼인 건수는 19만3000건으로 2019년 23만9000건에 비해 20% 감소했다.


그렇다고 결혼 적령기 젊은층이 혼자 살지만은 않는다. 오피스텔 등에서 사실상 부부로 생활하면서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른바 ‘사실혼 세대’다. 이들은 사실혼을 둘러싼 부정적인 시각과 자신들이 낳을 아이들(법률상 혼외자)을 이유 없이 깎아내리는 우리 사회의 편견과 차별 때문에 자녀 출생을 꺼린다.

흥미로운 통계가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혼외자 출생률 통계(share of births outside of marriage)’에 따르면, 회원국 출생아 중 혼외자 비중은 평균 40%다. 프랑스가 56.7%로 가장 높다. 우리나라는 1.9%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고, 일본이 2.3%로 그다음이다.[※참고: 여기서 혼외자란 법률혼 관계가 아닌 사실혼 관계에서 태어난 자를 말한다.] 

혼외자 비중이 낮다고 해서 우리나라의 결혼생활이 다른 회원국보다 더 도덕적이라든가 윤리적이라고 말할 순 없다. 단지, 결혼제도를 바라보는 인식의 차이에서 기인한 결과다. 프랑스 등 OECD 회원국의 혼외자 비중이 높은 건 법률혼과 유사한 보호를 통해 나름대로 가정을 꾸려가도록 도와주는 다양한 결혼 제도 때문이다.

미국의 비혼동거 제도(cohabitation)나 프랑스의 동거계약 제도(PACS)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나라의 법적 보호 장치에서 법률혼과 사실혼의 차별은 거의 없다. 혼외자를 차별하거나 맘대로 재단하지도 않는다. 그 결과, 혼외자 출생 비율이 높고, 인구도 증가하는 것이다.

각종 정책에도 인구 감소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사진=뉴시스]
각종 정책에도 인구 감소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사진=뉴시스]

그렇다면 사실혼의 성립 요건은 무엇일까. 대법원 94므1584 판결에 명시된 요건을 보자. “당사자 간에 혼인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하고, 사회 관념상 가족 질서적인 면에서 부부 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생활의 실체가 있어야 한다.”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는 중혼重婚(배우자가 있는 상태에서 이중혼인) 등은 사실혼과 거리가 멀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06년 이후 16년 동안 정부가 저출산 대응 예산이라며 발표한 사업의 총 예산 규모는 198조5329억원(국비 기준)에 이른다. 하지만 출산율은 0%대에 머물고 있다.

이는 결혼한 이들을 위한 지원책이 효과를 내는 데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지름길은 우리사회가 사실혼 가족 형태에 법률혼과 동일하거나 그에 준하는 혜택을 부여해 ‘결혼의 문턱’을 낮춰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우리사회에서도 사실혼과 법률혼의 차이를 좁히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가사심판법은 ‘사실상 혼인관계 존부확인청구’를 통해 법률혼과 동일하게 재산분할청구가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공무원연금법이나 국민연금법 등에서도 배우자의 범위를 사실혼까지 포함하고 있다. 

이런 추세와는 반대로 세법은 사실혼에 이중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조세 회피를 방지하려 할 땐 사실혼과 법률혼을 동일시한다. 가령, 사실혼 배우자가 각각 1주택을 갖고 있을 경우엔 ‘법률혼’으로 인식해 1세대 2주택자로 만든다. 그래야 더 많은 양도소득세를 받을 수 있어서다.

하지만 공제를 해줄 땐 사실혼을 인정하지 않는다. 가령, 종합소득세를 계산할 땐 사실혼 배우자라는 이유로 배우자 공제를 해주지 않는다. 상속이나 증여시 배우자 상속공제(최소 5억원에서 최대 30억원, 생존 시 재산 이전의 경우에는 10년간 배우자 증여공제 6억원)도 불가능하다. 앞뒤가 맞지 않는 속 좁은 이중 처사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세법에서 ‘사실혼이란 무엇이다’를 명확하게 정의해야 한다. 이를 통해 사실혼에도 법률혼처럼 일관적이면서도 차별 없이 세법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기존 결혼질서 등에 문제가 된다면 앞서 언급한 대법원 판례의 사실혼 정의를 기초로 사실혼 배우자를 최대한 보호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입법론적해석론적인 고려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런 세법 적용이 쌓이면 우리사회의 인구감소라는 큰 멍울을 해소해 잠재적인 납세자가 늘어날 것이다. 그야말로 일석이조인 셈이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 | 더스쿠프
acnanp@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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