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기업 테슬라 1편
오락가락 하는 테슬라 주가
전기차 시장 흔들리는 입지
플랜B ‘신재생에너지 사업’
세가지 에너지설비 확장세
에너지 시장 잠재력 충분해

# 테슬라의 주가가 오락가락하고 있다. 2021년 1200달러를 돌파했던 이 회사의 주가는 2022년 8월 액면분할을 한 이후 하락세를 타기 시작해 2023년 1월 160달러 선까지 폭락했다. 2월 들어 테슬라의 주가는 반등(2월 9일ㆍ207.32달러)에 성공했지만, 시장에선 테슬라의 전기차 사업이 한계에 봉착한 것 아니냐는 회의론이 감돌고 있다. 

# 일시적 정체인지, 본격적인 성장 둔화의 신호탄인지 현재로선 미지수다.다만, 테슬라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에 전기차만 있는 건 아니다. 테슬라엔 올해 매출성장률만 150~200%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는 신성장동력이 있다. 바로 에너지 사업이다. 전기차 이상의 혁신을 가져올지 모를 테슬라의 변곡점 위에 더스쿠프가 펜을 올려봤다. 테슬라의 미래 전략 1편이다. 

ㅣ전기차 시장에서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한 테슬라의 플랜B는 다름 아닌 에너지 사업이다.[사진=테슬라 제공]
ㅣ전기차 시장에서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한 테슬라의 플랜B는 다름 아닌 에너지 사업이다.[사진=테슬라 제공]

# 관점-혼란의 페이지 = 세계 톱티어(Top-tier) 전기차 메이커인 테슬라가 반등에 성공했다. 2022년 테슬라의 연간 전기차 판매량은 131만3851대로 2021년(93만6172대) 대비 40.3% 증가했다. 추락하던 테슬라의 주가도 한달(1월 27일ㆍ177.90달러) 만에 63.0% 상승했다. 테슬라의 전기차가 시장의 예상치를 웃도는 결과를 올린 덕분이다.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 마크 딜레이니는 “테슬라는 친환경 모빌리티의 솔루션 공급업체로서 선도적인 위치에 있고, 비용구조 관리에도 강점이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좋은 위치에 있다고 판단한다”며 목표 주가 200달러를 제시했다.

하지만 불안감을 모두 털어낸 건 아니다. 테슬라 전기차 중 80%가 판매되는 중국 시장의 성적이 여전히 시원치 않다. 지난해 12월 기준 테슬라의 중국산 전기차 인도량은 5만5796대로 11월(10만291대)보다 44.4% 감소했다. 1년 전인 2021년 12월(7만847대)과 비교해도 21.2% 줄어든 수치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애널리스트 아담 조나스는 “악화하는 거시경제, 높은 자금조달비용, 전기차 시장의 경쟁 심화로 테슬라는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 관점-새로운 페이지 = 여기까지만 보면 테슬라의 반등을 긍정적으로만 판단하긴 어렵다. 테슬라가 과거 5년(2010~2014년)간 1000%의 주가상승률을 기록했던 기업이란 점을 떠올리면, 지금의 변덕스러운 성적표는 테슬라의 혁신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증거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관점을 달리하면 테슬라의 또다른 혁신은 이제부터 시작일지 모른다. 테슬라는 그들의 ‘2막’을 열 수 있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이미 갖고 있어서다. 바로 배터리를 활용한 에너지 사업이다. 

배터리는 전기차에 탑재하는 핵심 부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테슬라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갔다. 태양광이나 풍력처럼 생산이 제한적인 재생에너지를 저장해둘 수 있는 에너지저장시스템(ESSㆍEnergy Storage System)을 만드는 데 배터리를 활용했다.

테슬라는 2015년 가정용 ESS인 ‘파워월(Powerwall)’을 시작으로 2016년 지붕형 태양광 발전기 ‘솔라루프(Solar Roof)’, 2019년 산업용 ESS ‘메가팩(Megapack)’을 잇따라 선보였다.

이런 에너지 사업에 뛰어든 지 9년째이지만 테슬라가 받아든 성적표를 합격점으로 보기엔 어렵다. 테슬라의 전체 매출에서 에너지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5% 남짓이다(2022년 2분기 기준). 

그런데도 테슬라의 에너지 사업에 기대를 거는 이유는 가파른 성장세 때문이다. 2022년 4분기 테슬라가 설치한 에너지설비의 총량은 2462㎿h(메가와트시)로 2021년 4분기(978㎿h) 대비 151.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에너지 발전 및 저장소 부문의 수익도 6억8800만 달러(약 8464억원)에서 13억1000만 달러(약 1조6117억원)로 54.8% 늘어났다. 

테슬라는 4분기 실적보고서를 통해 “2022년 총 6.5GWh(기가와트시) 규모의 에너지설비를 구축했는데 이는 지금까지 중 가장 많은 양”이라면서 “에너지설비 수요는 여전히 공급을 초과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에너지 사업을 향한 앞으로의 기대감과 자신감을 내비친 셈이다.

해외 언론에서도 에너지 기업으로서 테슬라의 잠재력을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뉴미디어인 쿼츠(Quartz)는 “테슬라가 대규모 배터리 프로젝트로 석탄 및 가스 공장을 완전히 소멸시키고 있다”면서 전통적인 에너지 기업들을 테슬라가 위협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실제로 테슬라는 세가지 유형(파워월ㆍ솔라루프ㆍ메가팩)의 에너지설비를 통해 가정용ㆍ산업용 전력 생산에 기여하고 있다. 먼저, 일반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파워월(가정용)과 솔라루프(지붕형)는 미국의 전통적인 전력 산업 구조에 균열을 냈다.

최웅철 국민대 자동차공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도시에서 20㎞ 바깥의 미국 지역은 여전히 아날로그 시스템으로 전기를 생산하는데, 이는 땅은 넓고 전력 인프라는 부족한 탓”이라면서 “테슬라는 파워월과 솔라루프 같은 소규모 발전시설로 교외에 있는 일반 가정을 적극 공략했고, 전략은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산업용 ESS인 메가팩으론 화석연료를 이용한 피커발전소(Peaker power plantsㆍ전력 수요가 갑자기 늘어날 때 일시 가동하는 발전소)를 대체하고 있다. 메가팩에 탑재하는 배터리에는 3㎿h의 전기를 저장할 수 있다. 하루 동안 100여개의 미국 가정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256개의 배터리로 이뤄진 대규모 메가팩은 총 730㎿h의 전기에너지를 갖고 있는데, 이 정도면 미국의 2만5000가구에 24시간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테슬라의 메가팩이 피커발전소를 대신하기에 충분하다는 방증이다.

테슬라는 전기차 사업을 통해 축적한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전력 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했다.[사진=테슬라 제공]
테슬라는 전기차 사업을 통해 축적한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전력 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했다.[사진=테슬라 제공]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가스ㆍ전력 기업인 PG&E는 올해부터 기존의 천연가스 공장을 테슬라의 메가팩으로 교체해 나갈 계획이다. 뉴멕시코의 에너지 기업 PNM 역시 탄소 오염이 심한 석탄 발전소를 폐쇄하기 위해 테슬라와 손을 잡고 메가팩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 때문인지 에너지 업계도 테슬라의 통찰력과 결단력을 인정하는 듯하다. 이성호 에너지전환정책연구소 소장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신재생에너지는 불가피한 수순”이라면서 “태양광이나 풍력 에너지 발전 비용은 이미 기존 화석연료에 비해 낮지만, 그럼에도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전력 요금이 비싼 이유는 부지 및 설비 마련에 드는 비용 탓”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 주도의 정책이 중요한데, 유럽연합(EU)을 제외하면 각국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은 아직 미흡한 편”이라면서 “이런 측면에서 제도와 관성에 얽매이지 않고 직접 재생에너지 시장을 개척하고,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하고 있는 테슬라의 혜안과 추진력은 대단하다”며 높은 평가를 내렸다.      

에너지 시장에서 테슬라의 성장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인은 또 있다. 소프트웨어 기술이다. 테슬라는 전기차 사업을 통해 축적한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에너지 사업에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실시간으로 전력량을 예측하고 수급을 통제할 수 있는 ‘옵티캐스터(Opticaster)’ ‘마이크로그리드 컨트롤러(Microgrid Contoroller)’ 등의 전력관리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테슬라의 소프트웨어 생태계는 에너지 시장에서 어떤 파급력을 일으키고 있을까. 그들의 기술력은 어느 정도 수준일 걸까. 테슬라의 기술경쟁력은 2편에서 자세히 살펴보겠다. <다음호에 계속>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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