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전세대책에 숨은 구멍
기존 지적들 받아들였지만
근본 문제 해결 못했다는 지적
올 7‧8월 더 심해질 깡통 전세
지금 대책으로 빈틈 막을 수 있나

전세보증금의 가격이 정점을 찍었던 건 2년 전입니다. 지금은 그 반대입니다. 집을 팔아도 전세보증금을 메우지 못하는 ‘깡통주택’이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부동산 시장이 가파르게 침체하면서 전세보증금도 이전보다 크게 가라앉았습니다. 2년이 지난 올여름 깡통주택의 난이 더 크게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럼 지난 2일 정부가 내놓은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 지원방안’은 유효한 방어막이 될 수 있을까요. 

국토교통부는 2ㆍ2 전세대책 발표로 전세사기에 강경 대응하겠다고 밝혔다.[사진=뉴시스]
국토교통부는 2ㆍ2 전세대책 발표로 전세사기에 강경 대응하겠다고 밝혔다.[사진=뉴시스]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사고가 수백건씩 터지면서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전세보증보험을 운영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2022년에만 떠안은 미반환 전세보증금만 1조8000억원대에 이릅니다. 발생 사건만 820건이나 된다고 하네요.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들이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반환 전세보증금 규모는 이를 훌쩍 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 2일 국토교통부가 ‘전세사기 대응방안(2ㆍ2 전세대책)’을 내놓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전세사기 피해는 대부분 비슷한 형태입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세입자 A씨는 시세(집값)를 정확히 알 수 없는 빌라를 지닌 집주인과 비교적 많은 ‘전세 보증금’을 내고 계약을 체결합니다. 이후 집주인이 바뀌며 전세계약이 승계됩니다. 이때 집주인이 다른 곳에서 수십채의 빌라를 갭 투기한 사람인지 아닌지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이 상태에서 시세가 떨어지면 전세 보증금이 오히려 집값보다 비싼 상황이 됩니다. 갭 투기로 수십채의 빌라를 갖고 있는 집주인 대부분은 다음 세입자가 들어오지 않는다면 기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렵습니다. 한두건이 아니어서 대출을 받기도 힘들죠. 당연히 부담은 세입자에게 넘어갑니다. 시세가 떨어지는 시점이다 보니 경매에 넘기더라도 전세보증금을 온전히 받아낼 수 있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은 전세의 이런 위험을 지속해서 지적해 왔습니다. 세입자가 집주인의 부채를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 길을 열어주고, 집주인의 탐욕 탓에 갑작스럽게 살 곳을 잃었을 경우엔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게 골자입니다.

정부가 내놓은 전세사기 대응책은 크게 예방, 피해지원, 처벌강화 3가지입니다. 하나씩 볼까요. 정부가 예방 부문에서 시민 단체와 전문가의 지적을 받아 보완한 부분은 ‘집주인 신용정보 조회’입니다. 집주인의 국세ㆍ이자 체납, 보증금 미반환 전력 유무, 주택 선순위 권리관계ㆍ전입 세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세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세입자가 집주인의 부채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그간의 지적이 이제야 보완된 겁니다.

지원 측면에선 가장 시급한 ‘대출’ 부분이 해결됐습니다. 보증금 3억원 이하의 전세계약을 체결한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을 경우 2억4000만원까지 전세대출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HUG 전세보증보험 사고 통계로 추정했을 때 전세 사고 1건당 걸려있는 보증금은 대략 2억2000만원입니다. 평균으로 따졌을 때 2억4000만원이면 부족하지 않은 규모입니다.

시민단체들은 전세대책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빠져있다고 지적했다.[사진=뉴시스]
시민단체들은 전세대책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빠져있다고 지적했다.[사진=뉴시스]

처벌 측면에서도 공인중개사와 감정평가사의 책임이 커졌습니다. 지금까지 전세사기에 가담하거나 버젓이 영업을 해왔습니다. 공인중개사는 전세사기에 가담해 집행유예를 포함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경우 자격을 잃습니다. 감정평가사 역시 같은 기준을 적용받습니다.

그렇다면 이 정도로 억울한 세입자를 구해낼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한편에선 여전히 ‘반쪽짜리’ 대책이란 비판을 내놓습니다. 2ㆍ2 전세 대책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겁니다.

■ 지적➊ 보증율 90%도 높다 = 2ㆍ2 대책으로 전세보증금이 집값의 90% 이하인 주택만 전세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시가 3억원의 주택을 가진 집주인이 지금은 전세금이 3억원이어도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지만, 5월부턴 2억7000만원 이하여야 가입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전세보증보험 가입 요건을 전세가율 100%에서 90%로 낮춘 셈인데,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닙니다. HUG 전세보증보험 사고를 확인하면 평균 전세가율은 연립ㆍ다세대주택(2022년 10~12월) 기준 81.7%입니다.

집값 대비 전세보증금이 80% 수준이라는 건데, 이는 전세 보증률을 100%에서 90%로 낮춘다 해도 위험성을 해소할 수 없음을 시사합니다. 청년 주거권 보호 운동을 하는 시민단체 민달팽이유니온은 바로 이 지점을 지적했습니다. 

■ 지적➋ 보증보험 가입 의무화 = 또 다른 지적도 있습니다. HUG 전세보증보험 가입을 모든 계약에서 의무화해야 한다는 겁니다. 지금은 집주인이 임대사업자인 경우 의무적으로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합니다. 혹은 임차인이 원할 경우 보증보험에 가입합니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국장은 이 부분을 지적했습니다.

임차인의 선택이 아니라 모든 종류의 전세 계약에서 보증보험의 가입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겁니다. 보증보험에 미가입한 세입자들은 전세금을 돌려받기 위해 긴 소송을 치러야 합니다. 판결이 나야 보증금을 돌려받기 때문에 그전까지 다른 집에서 거주할 돈은 알아서 마련해야 합니다. 하지만 모든 전세 계약에 ‘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해 소송전까지 가야 하는 일은 사라집니다. 

■ 지적➌ 긴급지원 주택 확충= 정부는 2ㆍ2 대책의 일환으로 2023년 상반기 안에 수도권 내 긴급 지원 주택을 500호까지 늘리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이를 건설ㆍ매입 임대주택으로 충당하겠다는 입장을 제시했습니다.

2022년 발생한 보증사고는 820건이지만 전문가들은 주택 수를 더 늘려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빌라왕’ 한명이 보유하고 있던 주택만 수백호에 달한다는 걸 감안하면 500호로는 충분치 않다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격이 내려간 주택을 정부가 매입해 공공임대로 공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미분양된 주택을 비싼 값에 살 게 아니라 경매로도 팔리지 않는 집을 저렴하게 사들여야 한다는 겁니다.

정부가 2ㆍ2 대책을 내놨지만, 전세보증금을 받지 못하는 세입자가 가파르게 줄어들진 알 수 없습니다. 되레 위험요인이 더 많습니다. 2021년 1월 KB부동산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89.890포인트, 1㎡당 평균 전셋값은 334만2000원이었습니다.

2년이 흐른 2023년 1월 전세가격지수는 93.071포인트로 상승했고, 평균 전셋값은 373만7800원으로 올랐습니다. 전세 계약 기간이 일반적으로 2년이란 점을 감안하면 전셋값이 올랐는데도 ‘깡통 전세’가 터진겁니다.


문제는 앞으로 다가올 7~8월입니다. 이땐 전셋값이 오르긴커녕 가파르게 하락한 시점일 겁니다. 가령, 2021년 7~8월 전세가격지수와 평균 전셋값은 역대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지금 부동산 시장은 다릅니다. 부동산 시장이 가파른 하락세를 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전세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집주인은 같은 수준의 보증금으로 계약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자금이 모자란 집주인들은 그대로 보증금 반환에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세보증금 미반환 문제는 올여름 또다른 홍역을 일으킬지 모릅니다. 정부가 좀 더 꼼꼼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2ㆍ2 대책으로 만족했다간 또 늑장대처란 비판을 받을 겁니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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