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기업 테슬라 2편
에너지 시장서 경쟁력 높은 테슬라
ESS·소프트웨어 기술 모두 갖춰
화재 등 ‘안전 리스크’ 있지만
이는 에너지 업계 공통 과제
테슬라, 시장 게임체인저 될까

# 2022년은 테슬라에 쉽지 않은 한해였다. 4분기 매출액만 243억2000만 달러(약 30조716억원)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트위터 인수 논란, 잇따른 오토파일럿(자율주행시스템) 사고 등 악재도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전체 판매량의 80%를 차지하는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부진하며 테슬라의 주가는 날개가 꺾인 듯 추락했다. 

# 이 때문에 한편에선 테슬라를 향해 “성장의 황금기가 끝난 것 아니냐(The end of a golden age of growth?ㆍ파이낸셜타임스)”는 의혹의 시선을 던지기도 한다. 하지만 ‘테슬라 한계론’을 말하기엔 아직 이르다. 테슬라는 전기차 사업을 뛰어넘을 만한 플랜B를 착실하게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의 미래 전략 2편이다.

전기차 메이커 테슬라가 에너지 사업을 통해 제2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사진=테슬라 제공]
전기차 메이커 테슬라가 에너지 사업을 통해 제2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사진=테슬라 제공]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테슬라는 ‘시가총액 1조 달러’ 클럽의 멤버였다. 하지만 2021년 1200달러를 돌파했던 테슬라의 주가는 2022년 8월 액면분할한 이후 하락세를 타기 시작하더니 2023년 1월 10일 118.85달러까지 폭락했다. 흥미롭게도 그로부터 한달 만인 2월 10일 테슬라의 주가는 74.4% 폭등하며 207달러 선을 돌파했다.   

불안정하게 움직이는 테슬라의 주가 그래프에 시장에선 그들의 미래를 둘러싼 논쟁이 펼쳐지고 있다. 고금리→소비심리 악화→전기차 수요 감소란 악순환에 빠져 테슬라의 성장이 정체될 것이란 비관론과 ‘테슬라의 위기관리 능력이 빛을 발할 것’이라는 긍정론이 교차하고 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주목해야 할 곳은 전기차 사업이란 ‘링 안’이 아닌 ‘링 밖’이다. 그곳엔 테슬라의 새로운 황금기를 이끌 만한 성장동력이 존재한다. 다름 아닌 에너지 사업이다.

테슬라는 전기차 배터리 제조기술을 활용해 태양광·풍력 등의 재생에너지를 보관할 수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ㆍEnergy Storage System)를 개발했다. 이를 바탕으로 파워월(가정용 ESS), 솔라루프(지붕형 태양광 발전기), 메가팩(산업용 ESS) 등의 제품을 만들어 에너지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들 제품은 전력 인프라가 부족한 미국 각지는 물론 친환경 경영으로 전환하는 다수의 기업에서 유용하게 쓰이며 ‘에너지 기업’ 테슬라의 성장을 이끌었다.     

에너지 시장에서 테슬라의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은 또 있다. 소프트웨어 기술이다. 테슬라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해 파워월처럼 여러 집에 분산돼 있는 발전 시설을 통합관리할 수 있는 전력관리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테슬라는 발전→송전→변전→배전에 이르는 기본적인 전력체계를 자동으로 운영한다. AI가 실시간으로 각 가정의 데이터를 수집해 전력 수급을 예측하고, 이를 토대로 적시에 유휴 전력을 송전하는 덕분이다. 


각 가정에선 쓰고 남은 전기를 판매해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오토비더(Autobidder)’라는 거래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소비자는 오토비더를 이용해 전력 생산량을 가늠하고, 수요가 많은 시간에 가장 높은 가격으로 전력을 판매할 수 있다. 종합하면 테슬라는 정전 등의 리스크를 방지하고 전력 사용은 최적화할 기술을 보유한 셈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에너지 업계에서 ESS 조달ㆍ설치 및 전력관리 소프트웨어 기술을 모두 갖춘 업체는 테슬라가 유일하다”면서 테슬라의 강점을 이렇게 분석했다.

“상용화 기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원가경쟁력이다. 테슬라는 (전세계에서) 전기차를 가장 많이 판매하고 있고, 배터리를 자체 생산할 수도 있는 회사다. 이는 배터리 제조사를 대상으로 가장 싼 값에 배터리를 조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전기차에 사용했던 배터리를 ESS에 재활용하는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아울러 테슬라의 전력관리 소프트웨어 기술력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호주 등의 주거단지 가상발전소 프로젝트를 통해 이미 입증됐다. 한마디로 테슬라는 배터리를 가장 싸게 공급받는 회사인 동시에 소프트웨어 기술에선 가장 앞서 있는 곳이다.”

에너지 사업은 갈팡질팡하는 테슬라의 주가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을까.[사진=테슬라 제공]
에너지 사업은 갈팡질팡하는 테슬라의 주가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을까.[사진=테슬라 제공]

그의 말대로 테슬라는 그동안 전기차 메이커 중 가장 낮은 가격에 배터리를 공급받았다. 2021년 기준 테슬라의 배터리 셀(cell) 구매 가격은 1㎾h(킬로와트시)당 평균 142달러로 업계 평균치(186달러)보다 24% 낮았다. 셀은 배터리의 가장 기본 단위로 전기에너지를 충전ㆍ방전하는 기능이 들어 있다. 

물론 테슬라의 에너지 사업에 걱정거리가 없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안전성은 에너지 기업 테슬라가 해결해야 할 우선과제로 꼽힌다. 2021년 7월 호주 빅토리아주 질롱, 2022년 9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 카운티에서 발생한 메가팩 화재 사고는 테슬라에 내재한 안전 리스크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2019년 8월 월마트가 테슬라에 제기했던 손해배상소송 역시 화재 사고에서 비롯됐다. 월마트는 테슬라와 청정에너지 파트너십을 맺고 240개가 넘는 매장에 솔라루프를 설치했는데, 2012~2018년 7년 동안 7개 매장에서 불이 났다.

결과적으로 월마트는 소訴 제기 후 4개월 만인 2019년 11월 테슬라와 합의 후 소송을 취하했다. 하지만 ESS나 솔라루프의 안전성이 완벽하게 보장되지 않는 한, 테슬라는 언제든지 ‘중과실’ ‘산업 표준 미충족’ ‘관리계약 위반’에 관한 법적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테슬라 에너지’ 잠재력

다만, 업계 전문가들은 이런 리스크를 감안해도 테슬라의 에너지 사업이 성장할 것이란 전망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김필수 대림대(미래자동차학) 교수는 “ESS나 태양광 설비의 안전성 문제는 테슬라뿐만 아니라 모든 에너지 기업이 겪는 공통적인 어려움”이라면서 “테슬라는 전기차 사업 초기부터 전문 설비 제조사에 의존하지 않는 ‘독립성’을 강조했기 때문에 향후 자체적인 안전기술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테슬라가 다양한 재생에너지원을 한데 모아둔 ‘에너지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있어 ESS가 큰 축을 담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은영 수석연구위원 역시 “테슬라의 2023년 에너지 사업의 매출성장률은 150~ 200%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테슬라가 에너지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는 견해를 밝혔다. 
자세한 설명을 더 들어보자.

“신규 산업이 성장하고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리더 업체가 이 사업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다는 증거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해당 산업에 투자금이 들어오고, 새로운 업체들이 진입하면서 산업 생태계가 발달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테슬라의 에너지 사업부가 2023년에 보여줄 실적이 매우 중요하다. (기대만큼) 에너지 사업의 매출이 늘어나면 이는 테슬라의 또다른 성장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올 1월 108달러에서 177달러까지 치솟았던 테슬라의 주가는 2월 2일 194.55달러까지 올랐다가 하루 만에 189달러 선으로 다시 주저앉았다. 그리곤 일주일 만인 2월 10일 다시 200달러 선을 돌파했다.

주가의 향방을 종잡을 수 없는 상황에서 테슬라의 에너지 사업은 과연 춤추는 주가를 안정시키는 새로운 발판이 될 수 있을까. 전기차 시장해서 그러했듯, 에너지 시장에서도 테슬라는 혁신적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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