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부부의 재무설계 3편
자녀 둔 가정 문화생활비 많지만
계획 없는 문화생활 오히려 독

주말이면 공연장과 박물관, 놀이동산엔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들로 붐빈다. 자녀가 어렸을 때 다양한 경험을 만끽하게 해주고 싶은 건 부모들의 공통된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소득 수준에 걸맞지 않은 문화생활은 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 부부도 자녀를 위해 뮤지컬 공연을 보는 데 적지 않은 돈을 쓰고 있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부부의 ‘문화생활 씀씀이’를 살폈다.

지나친 문화생활은 과소비로 이어지기 쉽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나친 문화생활은 과소비로 이어지기 쉽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녀 교육비 문제로 시작된 신경전이 이혼 얘기로 번진 양정훈(가명·36)씨와 이희은(가명·37)씨 부부. 두 사람은 평소 경제권을 누가 갖느냐로 갈등을 빚고 있었다. 남편은 아내가 자녀(9)를 위해 교육비와 생활비를 지나치게 많이 쓴다고 생각하고 있고, 통장을 관리하는 아내도 돈 문제로 사사건건 잔소리를 하는 남편에게 불만이 많았다. 억눌려 있던 서로의 감정은 사소한 말다툼을 계기로 폭발했고, 결국 이혼 얘기가 오고 갈 정도로 사이가 험악해졌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부부는 필자의 상담실을 방문해 해결책을 물었다. 필자는 일단 아내가 쥐고 있던 경제권을 남편과도 공유할 것을 주문했다. 또 서로의 월급 등 소득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조언했다. 이렇게 부부가 공동으로 가계부를 운영하면서 수입과 지출을 공유해야 서로를 의심할 여지가 생기지 않는다. 필자의 설명을 들은 부부는 앞으로 가계부를 함께 쓰고 소득도 공유하기로 결정했다.

부부가 재무 상담을 통해 달성하기로 한 목표는 크게 두가지다. 더 큰 아파트로 이사하는 것과 자녀 대학 등록금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 목표들을 달성하려면 목돈이 꽤 필요하므로 부부의 지출 내역을 살피고 지출을 줄여보기로 했다.

1차 상담에서 필자가 파악한 부부의 가계부 상황은 이렇다. 둘 다 중소기업을 다니는 부부의 월 소득은 550만원으로, 남편이 330만원을 벌고 아내가 220만원을 번다. 지출은 정기지출 543만원, 1년에 걸쳐 쓰는 비정기지출 월평균 32만원, 금융성 상품 10만원 등 585만원이다. 한달에 35만원씩 적자가 발생하는 셈이다. 부채로는 신용카드 할부금(총 300만원)이 있다.

2차 상담을 통해 식비·생활비 40만원(14 0만→100만원), 통신비 8만원(18만→10만원) 등 48만원을 줄였다. 그 결과, 35만원 적자였던 부부의 가계부가 13만원 흑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시작에 불과하다. 부부의 가계부엔 아직 ‘군살’이 많다.

계속해서 지출을 줄여보자. 먼저 각자 40만원씩 총 80만원을 쓰는 부부의 용돈을 줄였다. 평소 부부는 용돈으로 커피를 즐겨 마신다. 원두커피를 직접 사서 그라인더에 갈아 마실 정도다. 일할 때도 꼭 아메리카노를 시켜 먹는다. 앞으로는 이 횟수를 어느 정도 줄여 용돈을 아껴보기로 했다. 이렇게 부부는 10만원씩 총 20만원을 줄이기로 했다.

다음은 문화생활비(40만원)다. 아내는 주말이 되면 아이를 데리고 뮤지컬 공연을 보러 다닌다. 자녀에게 문화 체험을 시켜주겠다는 이유에서인데, 남편은 지출이 과하다고 여긴다. 또한 아내가 문화생활비 예산을 정하지 않고 내키는 대로 공연을 보는 것도 남편은 마뜩지 않게 생각했다.

필자는 아내에게 영화관을 다닐 것을 추천했다. 뮤지컬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뮤지컬 공연장보다 영화관 수가 많아 접근성도 좋다. 아울러 할인 혜택을 이용하라고도 조언했다. 매월 마지막주 수요일 오후는 ‘문화가 있는 날’이다.

영화 할인은 물론, 뮤지컬 공연도 할인을 받을 수 있으므로 이날을 적극 이용하기로 했다. 이참에 문화 예산도 짜기로 했다. 한달에 15만원만 정해두고 부족하면 예산을 더 할애하기로 했다. 따라서 문화생활비는 40만원에서 15만원으로 25만원 줄어들었다.

보험료(66만원)도 조정 대상이다. 부부는 둘 다 CI보험에 가입돼 있다. CI보험은 중대한 질병에 걸렸을 때 사망보험금의 일부를 선지급해준다는 특징이 있다. 쉽게 말해 목돈을 미리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부부의 가족이나 친족 중 암·심장병·뇌질환 등 3대 질병이나 다른 중대한 질병에 걸린 분들은 거의 없다. 이를 달리 말하면, CI보험이 부부에게 별 소용이 없단 얘기가 된다. 더구나 이 보험이 사망보험금 선지급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도 마이너스 요소였다.

이런 이유로 부부는 CI보험을 과감히 해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보험료를 66만원에서 27만원으로 39만원을 확 줄였다. 보험해지를 하고 환급금 400만원도 받은 것도 큰 수확이었다.

이 환급금 중 300만원을 이용해 부부의 신용카드 할부금(월 66만원·총 300만원)도 전부 갚기로 했다. 신용카드는 한번 쓰다 보면 절제를 하기 어렵다. 부부는 앞으로는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를 활용하기로 했다. 따라서 월 66만원씩 내던 신용카드 할부금은 자연히 지출 목록에서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자녀 교육비(50만원)를 약간 줄이기로 결정했다. 이제 9살인 자녀가 훗날 중학교,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사교육비는 불어날 게 분명하다. 한번 늘어난 교육비는 줄이는 게 쉽지 않으니, 자녀가 어릴 땐 완급을 조절하는 편이 낫다. 이런 이유로 자녀 교육비는 50만원에서 40만원으로 10만원 줄었다.

이렇게 부부의 지출 줄이기가 모두 끝났다. 부부는 용돈(총 20만원), 문화생활비(25만원), 보험료(39만원), 신용카드 할부금(66만원), 자녀 교육비(10만원) 등 160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따라서 부부가 활용할 수 있는 자금도 13만원에서 173만원으로 확 늘어났다. 여기에 신용카드 할부금을 갚고 남은 보험해지 환급금 100만원도 생겼다.

이제 재무 솔루션을 알차게 짜는 일만 남았다. 173만원이란 자금은 적은 돈은 아니지만, 부부의 재무 목표를 생각하면 살짝 부족한 감은 있다. 아파트 이사 비용과 만약을 위한 추가 전세자금을 확보하고, 자녀의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려면 여러 가지 재테크 수단을 활용해 효과적으로 자금을 불려나가야 한다. 어떻게 해야 부부는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다음 시간에 상세히 설명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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