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벅 매출 3조원의 함의
과감한 출전전략의 한계
점포 매년 130여개 증가
매출 증가율 되레 하락

이마트는 2021년 스타벅스커피코리아(현 SCK컴퍼니)의 지분 17.5%를 추가 매입해 최대주주가 됐다.[사진=뉴시스]
이마트는 2021년 스타벅스커피코리아(현 SCK컴퍼니)의 지분 17.5%를 추가 매입해 최대주주가 됐다.[사진=뉴시스]

스타벅스가 올해 ‘연매출 3조원 시대’를 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불거진 ‘발암물질 검출 사건’이 스타벅스를 흔들었는데도 알찬 성적표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우려가 사라진 건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스타벅스의 커진 몸집이 위기의 징후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불어난 몸집이 되레 약점이 됐다는 건데, 더스쿠프가 이 분석에 펜을 집어넣었다.

쉽게 잊힐 일이 아니었다. 생각보다 여파가 컸다. MD 상품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된 사건은 소비자가 스타벅스에 보내던 강한 충성심을 흔들어댔다. 스타벅스의 공식사과와 회수조치가 한 템포 느렸던 것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서머 캐리백에서 악취가 난다”는 소비자 민원이 접수된 건 2022년 5월이었지만, 스타벅스의 공식 사과와 회수 조치는 두달 후에야 이뤄졌다.

불신의 파도는 스타벅스 내부까지 파고들었다. 송호섭 당시 스타벅스 대표는 시민단체로부터 소비자기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당했다. 경찰이 10월 해당 사건을 각하하면서 마무리되는 듯했지만 여론의 분노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끝내 송호섭 대표는 임기(2025년 3월)를 채우지 못한 채 불명예 퇴진했다. 

‘신상필벌’을 앞세운 신세계그룹의 2023년 정기임원 인사(2022년 1월 발표)에서 스타벅스 수장 자리는 손정현 (전 신세계I&C 대표) 대표에게 넘겨졌다. 손 대표는 SK텔레콤 출신으로 2015년 신세계와 인연을 맺었다. 신세계I&C IT사업부장 상무를 거쳐 2020년엔 신세계I&C 대표 자리에 올랐다.

신세계그룹은 그런 그에게 위기를 돌파하라는 메시지를 줬을지 모르지만, 서머 캐리백 사태는 여러 곳에서 파편적 영향을 주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손실이었다. 서머 캐리백 관련 리콜 비용이 2022년 3분기 358억원, 4분기 86억원 발생하면서 지난해 스타벅스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8.8%(2393억원→1224억원) 감소했다. 

물론 스타벅스의 총 매출이 줄어든 건 아니다. 최근 증권업체들은 스타벅스의 올해 매출액이 3조원대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신한투자증권은 3조610억원, 교보증권은 2조8220억원으로 전망했다. 예상이 맞아떨어진다면, 스타벅스가 식품 대기업 오리온(2조3555억원·이하 2021년 매출액), 농심(2조6630억원)보다 규모가 큰 기업이 된다. 

그렇다고 모든 우려가 사라진 건 아니다. 역설적이지만 스타벅스의 위기는 어쩌면 ‘매출’에서 시작되고 있다. 매출이 늘긴 늘었지만, 매출 증가율은 조금씩 꺾이고 있어서다. 스타벅스의 매출 증가율은 예상치 못한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한 2020년을 제외하곤 매년 20%대(이하 전년 대비)를 웃돌았다. 2021년에도 23.7%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엔 8.7%에 머물렀다. 한편에선 ‘규모가 커지면 매출 증가율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지만, 스타벅스엔 해당하지 않는다. 스타벅스처럼 ‘과감한 출점전략’으로 성장해온 기업 입장에서 매출 증가율이 꺾인다는 건 위기 시그널이 울린 것과 다를 바 없다.

그 이유를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자. 스타벅스를 지금의 위치에 올려놓은 건 ‘출점’이다. 2017년 1141개였던 매장은 현재 1777개로 증가했다. 단순 계산으로 3일에 한곳씩 스타벅스 매장이 생겨난 셈이다. 최근엔 도심형 매장뿐만 아니라 골프장·야구장·대형마트 등 다양한 입지에 출점하고 있다. 이런 출점 전략으로 소비자 접근성이 높아졌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스타벅스 특유의 희소성이 사라지고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자기시장잠식)의 덫에 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3분기 스타벅스 기존점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가량(교보증권 추정치) 감소한 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스타벅스 측은 “코로나19 기간 드라이브 스루(DT) 매출액이 크게 증가했던 것에 따른 기저효과”라고 설명했지만, 어쨌거나 점포당 매출액이 줄어든 건 긍정적인 징후가 아니다. 

이은희 인하대(소비자학) 교수는 “사람들이 스타벅스에 가는 건 ‘공간을 파는’ 스타벅스만의 커피 문화를 즐기고 싶기 때문”이라면서 “소비자가 원하는 건 점포 수가 늘어나고 접근성이 좋아지는 것보다는 스타벅스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경험이 업그레이드되는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어딜 가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스타벅스는 되레 희소성만 퇴색시킬 수 있다는 거다.

한국에서 스타벅스 매장의 밀도는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보다 인구가 2배 많은 일본과 매장수가 비슷할 정도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스타벅스가 자신들의 성장 방식이었던 출점 전략을 한번쯤 가다듬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신세계에 인수된 이후 사라진 스타벅스 특유의 가치도 되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마트는 2021년 7월 미국 스타벅스 본사가 보유한 지분 17.5%(기존 지분율 50%)를 추가 인수해 스타벅스를 운영하는 SCK컴퍼니의 최대주주가 됐다. 나머지 지분 32.5%는 싱가포르투자청이 보유하고 있다.

이은희 교수의 말을 더 들어보자. “기업으로선 출점을 통해 매출을 지속적으로 늘리는 게 중요한 과제일 수 있다. 하지만 규모가 커질 때 ‘퀄리티 컨트롤’을 뒷받침하지 않으면 서머 캐리백 사태와 같은 부작용은 언제든 터져 나올 수 있다. 신세계는 미국의 스타벅스를 들여와 사업을 시작했지만, 이제 최대주주(67.5%)가 된 만큼 좀 더 차별화한 고객 경험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사진 | 뉴시스, 자료 | 이마트]
[사진 | 뉴시스, 자료 | 이마트]

스타벅스의 새 수장이 된 손정현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 초심이 ‘가치’인지 ‘출점’인지는 알 수 없다. 공교롭게도 손 대표는 ‘식품’이 아닌 ‘IT’ 전문가다. 신세계 인수 즈음부터 일부 직원의 ‘트럭 시위(2021년 10월)’를 시작으로 ‘종이빨대 악취(2022년 5월)’ ‘샌드위치 품질 부실·커피 맛 변화 논란(2022년 6월)’ 등 크고 작은 부정 이슈들이 잇달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사권자인 정용진 신세계부회장이 문제점을 정확하게 꿰뚫었는지는 알 수 없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초심으로 돌아가 고객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에 맞춘 전략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스타벅스는 1999년 처음 한국 시장에 진출했던 당시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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