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돈잔치 논란 1편
5대 시중은행 이자수익 40조원
역대급 실적에 배당, 성과급 확대
서민 이자로 ‘돈 잔치’ 비판 커져
억울함 호소하는 은행의 민낯

최근 은행권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올린 은행이 배당 확대, 성과급 지급 등에 나서면서 ‘돈 잔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은행은 억울하다고 항변한다. 주식회사인 은행을 향한 정부와 사회의 비판이 지나치다는 거다. 그들은 정말 억울한 지경에 몰린 걸까. 시중은행 돈 잔치 논란, 그 첫번째 편이다. 

지난해 고금리의 영향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 은행이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지난해 고금리의 영향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 은행이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은행의 돈 잔치가 국민에게 위화감을 줄 수 있다.” 국내 시중은행이 때아닌 ‘돈 잔치’ 논란에 휩싸였다. 역대 최대 이익을 올린 은행이 배당과 성과급 지급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건데, 무엇이 문제일까. 

우선 은행의 실적부터 살펴보자. 사실 은행의 실적 잔치는 예견된 결과다.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기준금리 인상 기조의 영향으로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2021년 12월 1.0%였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12월 3.25%로 2.25%포인트 인상했다. 기준금리가 오르니 대출금리도 덩달아 뛰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같은 기간 국내 시중은행의 신용대출(서민금융 포함) 금리는 3.81%에서 7.92%로 4%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대출로 돈을 버는 은행엔 그야말로 호시절이 따로 없었다. 코로나19와 인플레이션으로 돈이 필요한 사람이 늘면서 대출로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지난해 국내 5대 시중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하나은행·KB국민은행·NH농협은행)이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은 13조848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11조5867억원) 대비 2조2615억원 증가한 수치다. 

실적 증가세를 견인한 건 당연히 이자수익이었다. 지난해 KB국민은행 9조2910억원, 신한은행 8조2052억원, 하나은행 7조6087억원, 우리은행 7조4178억원, NH농협은행 6조9383억원을 이자수익으로 벌어들였다. 5대 시중은행의 이자수익은 총 39조3890억원으로 2021년 32조9813억원보다 6조4077억원(19.4%) 늘었다. 

은행 덕에 금융그룹의 순이익도 크게 증가했다. 5대 금융그룹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8조815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사상 최대 실적(16조8401억원)을 달성한 지 1년 만에 또 다시 기록을 갈아치웠다. 5대 금융그룹의 당기순이익이 18조원을 넘어선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은행의 사상 최대 실적에 금융그룹 주주와 은행 직원들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금융그룹이 앞다퉈 배당을 확대하고, 직원들에게 높은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비상장 금융그룹인 NH농협금융을 제외한 4대 금융그룹은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주주환원율을 30% 이상으로 높이겠다고 공언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KB금융은 배당성향을 26%로 유지하고,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소각해 주주환원율을 33.0%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신한금융도 2065원의 배당(연간)과 함께 자사주 1500억원어치를 매입·소각할 계획이다. 하나금융은 주당 3350원의 배당과 자사주(1500억원) 매입·소각을 약속했고, 우리금융은 주당 1130원의 배당을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주요 금융그룹은 중장기적으로 주주환원율을 50%까지 확대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은행 직원에게 준 성과급도 역대급이다. 황운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이 지급한 성과급은 1조3823억원에 달했다. 2021년 지급한 성과급 1조193억원 대비 3630억원(35.6%) 늘어난 금액이다. 은행별로 차이는 있지만 임원은 평균 1억4000만원, 직원은 1700만원의 성과급을 받았다.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의 실적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걸 감안하면 올해 금융그룹이 지급할 성과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미 주요 은행은 기본급의 200~400%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놨다. 

희망퇴직에도 적지 않은 돈을 썼다. 최근 5대 시중은행을 떠난 직원은 2200여명으로 집계됐다. KB국민은행이 713명으로 가장 많았고, NH농협은행(493명), 신한은행(388명), 우리은행(349명), 하나은행(279명) 등의 순이었다.

금융그룹이 이들에게 지급한 특별퇴직금 규모는 KB국민은행이 2725억원, 우리은행 1547억원, 신한은행 1336억원이었다. 각 은행의 희망퇴직자 수로 나누면 1인당 3억8200만~4억4000만원의 특별퇴직금을 지급한 셈이다. 여기에 법정퇴직금을 더하면 희망퇴직자 1인당 5억~6억원을 퇴직금으로 받았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참고: 법정퇴직금은 지난해 시중은행 1인당 연평균 급여액인 9700만~1억120만원, 평균 근속 연수 20년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했다.] 


문제는 이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는 점이다. 시작은 금융당국이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월 10일 열린 임원회의에서 “은행의 성과보수체계가 단기성과에 치우쳐 중장기적으로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소홀, 금융사고 발생 등의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배당보다는 소실 흡수 능력을 갖췄느냐가 중요하다”는 말로 은행 배당을 향해 쓴소리를 날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은행 때리기에 쐐기를 박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의 돈 잔치로 인해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는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며 “수익을 어려운 국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에게 이른바 ‘상생금융’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향후 금융시장 불안정성에 대비해 충당금을 쌓는 데에 쓰는 것이 적합하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수장들은 물론 대통령까지 나서 은행의 ‘돈 잔치’를 비판한 셈이다. 

은행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주식회사인 은행을 운영하는 데 정부의 입김이 지나치게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정부의 발언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면서도 “은행은 엄연한 사기업인데, 주주를 위한 배당과 직원 성과급까지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건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주장은 반론의 여지가 많다. 은행은 인허가를 받아야 영위할 수 있는 사업이다. 정부가 일종의 진입장벽을 받쳐주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금융과 통신은 정부의 인허가로 과점의 지위를 부여받은 기업이기 때문에 경쟁 촉진을 위한 정부의 노력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정부 인허가를 받지 않는 업종에 개입하는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다. 

은행의 ‘돈 잔치’를 곱게 볼 수 없는 이유는 또 있다. 시중은행에 적지 않은 국민의 혈세가 투입됐기 때문이다. 국내 시중은행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은행이 휘청일 만큼 큰 어려움을 겪었다. 기업의 연쇄 부도에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까지 부도 위기에 빠졌다. 

당시 정부는 금융회사의 붕괴를 막기 위해 1997년부터 165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금융회사는 공적자금을 통해 기업회생·합병·퇴출 등의 과정을 밟았고, 경제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이중 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의 규모는 전체의 절반이 넘는 86조9000억원에 이른다.

이중 정부가 회수한 금액은 72조4000억원이다. 아직 은행이 갚아야 할 공적자금이 14조5000억원에 달한다는 거다.[※참고: 2005년 국회예산정책처의 자료에 따르면 1997년부터 2004년까지 주요 시중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70조513억원이다. KB국민은행 6조7403억원, 신한은행 10조4476억원, 하나은행(외환은행 포함) 14조2557억원, 우리은행 15조885억원 등 4대 시중은행에 지원한 금액만 46조5321억원에 이른다.] 

누군가는 25년도 지난 공적자금 투입 문제를 아직까지 우려먹는다고 지적할 수 있다. 과연 그럴까. 이 이야기는 2편에서 살펴보자. <2편에서 계속>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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