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건설 불법행위 근절책 발표
공사기간 단축하려는 건설사
이를 빌미로 상투 잡는 노조
건설사도, 노조도 잘못했지만
정부는 노조 잡기에만 집중
건설 생태계부터 바로 잡아야

정부의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근절대책이 건설사 민원을 해결해주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사진=뉴시스]
정부의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근절대책이 건설사 민원을 해결해주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사진=뉴시스]

국토교통부가 21일 법무부ㆍ고용노동부ㆍ경찰청 등 관계부처와 함께 ‘건설현장 불법ㆍ부당행위 근절대책’을 내놨다. ▲불법ㆍ부당행위 점검ㆍ단속 강화 ▲불법ㆍ부당행위 차단ㆍ방지 ▲건설노동자 보호가 핵심이다. 

우선 국토부는 경찰청ㆍ노동부와 협력해 건설현장 내 건설노조 소속 조합원들의 조직적인 불법ㆍ부당행위를 상시 단속한다. 불법ㆍ부당행위 적발 시엔 적극적으로 처벌하고, 부당이익은 환수한다. 원도급사, 감리자 등엔 불법행위 예방과 근절을 위한 관리책임ㆍ신고의무를 부여한다. 건설 유관 협회 소속 회원사들의 손해배상소송도 지원한다. 

아울러 불법ㆍ부당행위에는 신속한 제재와 처벌이 이뤄지도록 조치한다. 채용을 강요하거나 협박을 통해 노조비ㆍ월례비를 수취하면 형법상 강요ㆍ협박ㆍ공갈죄를, 기계장비로 공사현장을 점거하면 형법상 업무방해죄를, 위법한 쟁의는 노동조합법을 적용해 즉시 처벌한다.

특히 타워크레인 조종사가 월례비를 받으면 면허를 정지한다. 건설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선 건설사업자의 불법하도급 행위 단속 강화, 임금체불 방지를 위한 대금 지급 시스템 개선, 건설노동자 근무환경 개선 등의 방안을 내놨다. 

■ 순서 바뀐 정부 대책 = 하지만 이런 정부의 대책을 두고 순서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현장이든 아니든 불법ㆍ부당행위가 있다면 법에 따라 처벌하는 건 당연하다. 실제로 불법행위에 속하는 타워크레인 조종사의 월례비 수취 액수는 적지 않았다.

국토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월례비를 수취한 438명 가운데 상위 20%(88명)가 연평균 9500만원을 수취했고, 최고 2억2000만원(월평균 약 1700만원)의 월례비를 받은 이도 있었다.

[자료|더스쿠프, 사진|뉴시스]
[자료|더스쿠프, 사진|뉴시스]

문제는 불법ㆍ부당행위를 유발하는 원인을 그대로 둔 채 노동자들만 처벌하겠다고 나섰다는 점이다. 사실 건설현장 내 불법의 대부분은 다단계 하도급과 공사기간을 무리하게 단축하려는 건설사의 욕심에서 시작된다.

건설사는 공사기간(공기工期)을 단축하기 위해 법을 어기며 공사를 밀어붙이고, 노조는 이를 빌미로 건설사의 상투를 잡는다. 월례비는 그 과정에서 생겨난 부당한 거래다. 건설현장 내 불법행위의 문제는 사실 닭이 먼저냐(건설사 탐욕) 달걀이 먼저냐(노조 불법)를 따지기 힘들 만큼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다는 얘기다. 

■ 불법 없앨 생태계 필요 = 그렇다면 건설사의 무리한 공기 단축을 막는 환경부터 만들어야 하는데, 정부는 이를 외면했다. 이번 대책이 건설사 편향적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법을 어기는 노동자들은 ‘즉각 처벌’을 하겠다면서, 건설사의 불법하도급은 ‘단속 체계 고도화’라는 유연책을 내놓은 건 단적인 예다. 

심지어 정부는 건설사의 안전규정 위반을 두곤 “산업 재해 예방의 취지에 맞춰 안전규정을 합리적으로 정비하겠다”면서 면죄부까지 만들어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국인 불법채용 규정을 완화하겠다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취지가 뭐든 건설사가 더 많은 외국인 노동자를 합법적으로 채용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거다. 

이런 지적에 국토부 관계자는 “안전규정 완화, 외국인 채용 규정 완화 등으로 이해하면 안 된다”고 반론을 펴면서도 정확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