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법 개정안 비판의 오류 
바뀌기 전 개정안 두고 공세  
불법파업 조장 명문 어디 있나 

# “불법파업을 조장하는 법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중심이 돼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두고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 재계가 내놓는 우려와 비판이다. 상당수 언론도 이를 근거로 이 개정안을 비판하고 있다. 

# 그런데 이는 오류다. 원안이 한차례 수정되면서 ‘불법파업 조장’이라는 비판을 받을 만한 내용들이 모두 빠져서다. 일부에서 노란봉투법이 노란봉투법이 아니란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 법이라는 건 어느 한쪽을 지지해선 안 된다. 하지만 잘못된 설명으로 논란을 일으켜도 안 된다. 더스쿠프가 최근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는 노란봉투법을 곱씹어봤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자 정부와 여당, 재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자 정부와 여당, 재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일명 노란봉투법)’이 지난 2월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이 개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는 데 필요한 단계는 이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와 본회의 의결만 남았다.

다만, 이 개정안은 본회의에 곧바로 회부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 국회법상 법사위에서 안건을 60일 이상 처리하지 않으면 환노위원 5분의 3 이상이 국회의장에게 본회의 직회부를 요구할 수 있다.

야당(더불어민주당ㆍ정의당)은 이 법규정을 근거로 여당(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법사위를 거치지 않고 직회부할 가능성이 높다.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건 시간문제라는 거다.

문제는 이 개정안을 두고 정부와 여당, 재계가 한목소리를 내며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조에 면죄부를 줘서 불법파업을 조장할 것”이라는 게 반대의 핵심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정부와 여당은 이 개정안이 ‘사유재산의 보호를 막기 때문에 위헌’이라는 점과 함께 ‘불법파업 확대의 불쏘시개 노릇을 할 것’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월 17일 이 개정안이 국회 환노위 안건조정위원회를 통과하자, 20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이 개정안은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대상을 확대하고,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응하는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서 “(이 개정안은) 헌법ㆍ민법 원칙을 위배하고, 노사 갈등을 확산할 우려가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1일 열린 원내대표회의에서 “이 개정안은 위헌일 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에 심대한 폐단을 가져올 것”이라면서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적극 건의할 예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노란봉투법이 아니라 위헌봉투법 혹은 파업만능봉투법”이라면서 “우리나라를 파업 천국으로 만드는 법이 될 것”이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재계는 기업경쟁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를 내놨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1일 입장문을 통해 “이 개정안은 사용자와 노동쟁의의 개념을 무분별하게 확대해 근로계약의 당사자가 아닌 기업까지 쟁의대상으로 끌어들인다”면서 “결국 기업 경쟁력과 국가 경쟁력을 심각하게 떨어뜨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고도의 경영상 판단이나 재판 중인 사건 등에도 노조가 교섭을 요구하고 파업을 할 수 있어 노사 갈등이 급증하고 산업 현장에는 ‘파업만능주의’가 만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앞선 15일에 해당 법률안 통과가 기업경쟁력 약화, 산업생태계 악영향, 일자리 감소, 불법파업 만연, 생산 차질, 노노갈등 격화 등으로 이어질 것이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도대체 노동조합법 개정안이 뭐기에 야당은 법률안 통과에 매달리고, 정부ㆍ여당과 재계는 왜 격렬하게 반대하는 걸까. 이 개정안을 두고 나오는 우려는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할까. 

우선 노동조합법 개정안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부터 따져 보자. 이 개정안은 여야를 통틀어 ‘노란봉투법’으로 불리지만 엄밀히 말하면 노란봉투법은 아니다. 이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노란봉투법이라는 단어가 생겨난 역사적 배경부터 짚고 갈 필요가 있다. 

애초에 노란봉투법이라는 단어는 쌍용차 노동자들의 파업에서 비롯됐다. 2009년 5월 쌍용차 노동자들은 회사 측의 정리해고에 반대하면서 파업과 시위를 벌였다. 당시 회사 측은 이 파업에 강경하게 대응했고, 노조가 반발하면서 폭력시위로 번졌다. 끝내 경찰력이 동원됐고, 파업은 두달여 만에 강제해산으로 종료됐다. 

이후 회사와 경찰은 노조의 폭력시위로 금전적 손해를 입었다면서 노조에 100억원이 넘는 손해배상청구 소송(보험사의 손배소송도 별도 진행)을 냈다. 법원은 2013년 12월 노조에 ‘회사와 경찰에 47억원(2015년 2심에선 45억원으로 감소)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문제는 노조에 그렇게 큰돈이 있을 리 없었다는 점이다. 그러자 시민들이 노란봉투에 돈을 담아 주는 방식으로 모금운동을 펼쳤다. 이를 계기로 2015년 4월 당시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노조의 쟁의행위에 과도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내놨는데 그게 바로 노란봉투법의 시초다. 하지만 법안은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임기만료로 폐기됐고, 노란봉투법은 잊혔다. 

그로부터 7년 후인 지난해 8월 대우조선해양이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거제ㆍ통영ㆍ고성 조선하청지회(하청노조)를 상대로 47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하청노조가 배를 띄워야 하는 독(dock)을 점거하는 바람에 막대한 금전적 손해를 입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자 지난해 9월 이후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2015년에 흐지부지됐던 노란봉투법을 다시 들고 나왔다. 손해배상이 과하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노동조합법 개정안’의 원안에는 그와 관련된 내용들이 담겼다. ▲특수고용노동자를 근로자에 포함하는 내용 ▲사용자를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이나 수행업무에 대해 사실상의 영향력 또는 지배력을 행사하는 자’로 규정하는 내용 ▲노조의 폭력이나 파괴로 인한 직접 손해가 아니라 단체교섭이나 쟁의행위 등으로 인한 손해라면 사용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 ▲노조가 여러 사안을 고려해 손해배상액을 제한하거나 감면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이다.

노조의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의 경우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걸 까다롭게 만들겠다는 취지였던 거다. 정부와 여당, 재계가 ‘헌법 위배’나 ‘불법파업 조장’ 등을 주장하고 나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요한 건 이번에 본회의에 회부될 노동조합법 개정안은 그 원안과는 크게 다르다는 점이다. 2월 15일 환노위 소위원회를 거치면서 달라진 건데, 주요 내용은 크게 두가지다.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ㆍ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는 사용자로 본다는 내용 ▲법원이 단체교섭, 쟁의행위, 그 밖의 노조 활동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엔 각 손해를 배상할 의무자별로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인 책임의 범위를 정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실질적으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은 모두 빠졌다. 노란봉투법이라고 불리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이 사실은 노란봉투법이 아니라는 말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상당수의 언론이 원안을 근거로 노조의 불법을 눈감아주는 법이라는 비판을 내놓는 건 아쉬운 대목이다. 

물론 손해배상의 귀책사유와 기여도를 명확히 하는 내용이 손해배상 청구를 어렵게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설득력이 없지 않은 주장이다. 기존엔 회사가 노조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여러명이 공동의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면 연대해서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민법 760조에 근거해 노조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반면, 이번 개정안은 ‘손해를 입힌 개개인의 행위를 특정해서 개별로 배상액을 책정할 것’을 명시했다. 꼼꼼하게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하니 까다로운 게 사실이다. 다만, 이 규정은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게 아니라 민법의 해석을 바로잡은 것에 불과하다는 반박도 만만찮다. 

박제성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개개인이 어떤 불법을 저질렀는지 그걸 정확하게 짚고, 그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라면서 “민법에 나온 ‘연대책임’ 규정도 그런 취지인데, 지금껏 확대 해석돼 온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단지 노조 집행부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불법행위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건 불합리하다는 거다. 

이렇게 보면 “노조에 면죄부를 주려 한다” “불법파업을 조장한다”는 등의 비판을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할지 의문이다. 심지어 개정안에는 불법행위 자체에 면죄부를 주겠다는 내용도 보이지 않는다. 박 연구위원은 “불법행위의 여부는 개별 재판에서 따질 문제”라면서 “개정안 어디에도 불법파업을 옹호하거나 사유재산 보호를 막는 내용은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여당, 재계의 우려가 과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이번 노동조합법 개정안의 핵심은 뭘까. 이 이야기는 파트1에서 자세하게 다뤄봤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