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주 중간요금제 논의에 약세
외인·기관 발빼는데 개미 순매수
정부 압박에도 호실적 달성 믿음

윤석열 정부가 이동통신3사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5G 요금제를 더 세분화해 국민들의 통신비 부담을 줄이라는 거다. 이런 정책으로 국민들이 통신비 부담을 덜면 이통3사 실적은 나빠진다. 고가요금제를 쓰는 고객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뜻이라서다. 이통3사의 2월 주가 흐름이 신통치 않았던 건 그래서였다. 그런데 개인투자자는 통신주를 사들이고 있다. 어찌 된 일일까. 

정부의 통신비 인하 압박이 거세지면서 이통3사의 주가 흐름이 지지부진하다.[사진=뉴시스]
정부의 통신비 인하 압박이 거세지면서 이통3사의 주가 흐름이 지지부진하다.[사진=뉴시스]

2월 들어 통신주가 약세를 띠고 있다. 22일 기준 SK텔레콤(-3.22%), KT(-8.13%), LG유플러스(-1.35%) 모두 2월 거래를 시작했을 때보다 낮은 수준의 주가로 마감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등락률이 -0.31%였다는 걸 고려하면 통신주의 주가는 부진의 늪에 빠진 게 사실이다. 

이동통신3사의 주가가 부진한 건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결정타로 작용한 건 중간요금제 출시 논의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필수재로서 통신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시장에서 통신의 품질과 요금, 서비스 개선을 위한 건전한 경쟁이 촉진돼야 한다”면서 “통신요금 구간을 세분화해 국민의 통신요금 부담을 경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통3사는 지난해 8월 이미 5G 중간요금제를 출시한 적이 있다. 그런데도 정부가 추가 중간요금제 개설을 요구한 건 이 요금제가 국민들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계가 지난해 출시한 중간요금제는 24~30㎇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6만원 안팎의 단품 요금제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가파른 물가 상승률 때문에 서민들의 가계 지출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작 이통3사는 전례 없는 호실적을 거둔 점이 눈총을 샀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가구의 가계 통신비는 2020년 말 11만9775원에서 2022년 3분기 13만1399원으로 늘어났다. 반면 이통3사는 지난해 합산 영업이익 4조3834억원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경영실적을 거뒀다. 2021년 합산 영업이익(4조380억원)과 견줘 8.5% 증가했다. 

정부는 추가 중간요금제 출시를 유도해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이고, 이통3사간 경쟁을 유도해 소비자 편익을 끌어올리겠단 전략을 세웠다. 이에 따라 정부는 40~100㎇ 등 현재 부족한 구간의 요금제가 상반기 내 추가 출시될 수 있도록 통신사들과 협의하고 다양한 요금제 출시를 검토하기로 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통3사의 주가는 약세 흐름을 보였다. SK텔레콤은 장중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시장이 통신주의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결과다. 고용량·고가 요금제 가입자가 중간요금제로 갈아탈 경우 최근 2년간 합산 영업이익 4조원을 기록할 만큼 좋았던 이들 기업의 실적 성장세가 꺾일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그런데 통신주 투자자별 거래 현황을 보면 의외의 결과가 드러난다. 추가 중간요금제 도입 논란이 불거진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개인투자자는 이통3사의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 이 기간 개인투자자는 SK텔레콤의 주식 134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투자자와 기관이 같은 기간 각각 1303억원, 75억원어치를 순매도한 것과는 정반대 흐름이었다. 

개인투자자는 같은 기간 KT의 주식도 360억원을 순매수했고, LG유플러스 주식 역시 75억원어치를 담았다. 정부의 통신비 인하 압박에도 ‘주가 상승’에 베팅했다는 건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통3사가 중간요금제를 추가로 내놓더라도 실적엔 큰 영향이 없을 거라고 내다보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가령 기존의 중간요금제는 무제한 요금제와 견줘 가격 차이는 크지 않지만 데이터 제공량이 신통치 않아 가입률이 높지 않았다. 요금제 변경의 메리트가 크지 않았다는 거다. 이런 상황에서 데이터를 더 지급하는 ‘파격 요금제’가 나오더라도 기존 LTE 가입자의 5G 전환을 유도할 수 있어 이통3사 입장에선 마냥 손해라고 보긴 어렵다. 증권가의 시선도 이와 비슷하다. 하나증권은 “40~100㎇ 중간 요금제 출시에도 올해 이동전화 관련 매출은 성장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정부의 통신비 인하 압박은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고, 이통3사는 올해에도 호실적을 낼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는 얘기다. 통신비 인하 압박에도 통신주에 개인투자자가 몰린 이유다. 씁쓸한 역설이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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