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내멋대로 할인 3편
딜러의 꼼수와 본사의 나 몰라라 
인센티브 받으려 할인 경쟁 벌여
본사에선 딜러사 관리·감독 안 해
폭스바겐코리아 “별도 보상 없다”
피해 입은 소비자 비난 받는 현실

딜러들의 인센티브 경쟁이 수입차 시장의 질서를 무너뜨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딜러들의 인센티브 경쟁이 수입차 시장의 질서를 무너뜨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한쪽에선 “우리가 손댈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또 다른 쪽에서는 “우리도 몰랐던 일” “파트너의 동의를 받고 진행한 일”이라며 엇갈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뒤통수 프로모션’으로 여론의 도마에 오른 폭스바겐코리아와 딜러들의 얘기다. 이들이 책임을 회피하며 상반된 주장을 펼치는 배경은 무엇일까.

수입차 시장에서 연말 할인 프로모션은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다. 상당수 소비자가 매년 12월을 기다리는 것도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수입차를 사기 위해서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앞으로 12월 할인은 없을 것’이란 얘기를 듣는다면, 사정은 달라질 거다. ‘12월엔 할인 프로모션이 없으니 적은 폭이라도 지금 할인을 받는 게 낫다’는 딜러사의 말을 들으면 허투루 넘기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폭스바겐코리아의 소비자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지난해 10 ~11월 담당 딜러(판매사원)에게 연말 프로모션이 없을 거란 사실을 몇번이나 확인한 후 신차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폭스바겐코리아는 12월이 오자마자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할인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소비자들이 항의하자 폭스바겐코리아 본사는 “우리는 프로모션에 개입할 수 없다”며 발을 슬쩍 뺐다. 딜러들은 “우리도 본사가 연말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할지 몰랐다” “본사의 동의 없는 프로모션은 불가능하다”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어떻게 된 일일까.  

■ 의문➊ 수입차 딜러 멋대로 할인 = 
이 질문의 답을 풀기 위해선 먼저 수입차 시장의 프로모션 제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현재 수입차 브랜드 딜러로 재직 중인 A씨는 “수입차 회사의 프로모션은 세가지 종류”라면서 “본사에서 비용을 지원하는 공식 프로모션, 딜러사에서 별도로 진행하는 프로모션, 딜러 개인의 영업활동 차원에서 이뤄지는 프로모션이 있다”고 말했다.  

이중 눈여겨봐야 할 것은 딜러사와 딜러가 제공하는 프로모션이다. 여기엔 차를 많이 파면 팔수록 성과금을 더 주는 인센티브 제도가 적용된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 김민혁(가명)씨는 “딜러사가 제때 일정 물량을 판매하면 본사는 딜러사에 일종의 보너스를 준다”면서 “딜러사는 본사가 부여한 판매 목표를 달성해야만 수익을 보전할 수 있는 구조”라고 밝혔다. A씨 역시 “딜러 개인도 기본급만으론 모자라니 자기 돈을 써가면서까지 할인을 해서 차를 팔고, 인센티브를 최대치로 받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그럼 할인 프로모션과 인센티브 제도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 천천히 살펴보자. 우선 수입차는 주문을 한다고 해서 국산차처럼 한달 이내에 도소매 물량이 들어오는 게 아니다. 자동차를 국내로 싣고 올 선박의 발주에서 시작해 최종적으로 차를 받기까지 보통 5~6개월이 걸린다. 바꿔 말하면, 지금 이 시점에 들어오는 수입차는 수개월 전에 주문한 차라는 얘기다. 

김씨는 “문제는 지난해 10월까지 모든 자동차 회사의 2~3년치 주문이 밀려있었다는 점”이라면서 “자동차 시장의 ‘초과 수요’ 상태가 고금리 상황과 맞물리면서 갑자기 신차 계약을 취소하는 소비자들이 속출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비자들의 해약으로 자동차 수요는 줄고, 딜러사들의 선주문으로 발생한 공급 과잉은 그대로니 당연히 차가 남아돌았다”면서 “딜러사 입장에선 재고를 쌓아두느니 헐값에라도 차를 팔아야 본전을 찾을 수 있는 셈이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수입차 업체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제도가 미비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는 수입차 업체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제도가 미비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더욱이 개인 딜러는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판매 과정에서 본사가 제시한 목표 실적을 달성하면, 인센티브를 받아 손실을 상쇄할 수도 있었다. 딜러로선 할인 프로모션에 나서는 게 여러모로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었던 거다. 실제로 또다른 수입차 브랜드인 지프(Jeep)는 지난해 소진하지 못한 재고 물량을 올 들어 1000만원 이상 할인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물론 폭스바겐코리아의 딜러들이 이런 이유로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했을 것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 딜러사들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을뿐더러, 각 딜러도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 의문➋ 폭스바겐의 수수방관 = 다만, 확실한 사실 하나는 있다. 폭스바겐코리아의 딜러들이 적극적으로 프로모션 영업을 하면서 딜러사 간 할인 경쟁이 극으로 치달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같은 날짜에 동일한 차종을 구입해도 할인율은 크게 차이나는 경우가 연거푸 발생했다. 

그럼 공식 딜러사들이 할인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는 동안 폭스바겐코리아는 뭘 하고 있었을까. 폭스바겐코리아 측의 답변을 들어보자.

“본사와 딜러사는 같은 브랜드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관리ㆍ감독은 법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 만약 직영 딜러사였다면 그들은 우리 조직이고 우리 직원들이니 당연히 모니터링을 하고 관리ㆍ감독을 해야 한다. 하지만 딜러사는 별도의 법인이라서 이런 일(프로모션 문제)이 발생하는 것 같다. 다만, ‘왜 폭스바겐만 이렇게 시끄럽냐’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이 부분에선 개선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딜러사의 프로모션은 우리가 관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폭스바겐코리아의 입장대로라면 공식 딜러사가 ‘반값 세일’을 해도, 극단적으론 차를 1만원에 팔아도 본사로선 할 말이 없다. 폭스바겐코리아의 또다른 관계자는 “딜러사들이 시장의 통상적인 기준선 안에서 프로모션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지만, 이번 할인 프로모션 논란에선 최소한의 기준선마저 무너진 것처럼 보인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대부분의 수입차 딜러들은 “한국 본사가 딜러사나 딜러들의 할인 프로모션 여부를 절대 모를 수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현직 딜러인 B씨와 C씨에 따르면 본사와 딜러사는 영업·판매 방식을 두고 수차례 회의를 한다. 딜러가 임의적으로 할인율을 적용해서 차를 판매하더라도, 고객이 작성한 전자계약서는 무조건 한국 본사로 전해진다. 본사가 딜러사·딜러의 할인 프로모션을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는 구조란 얘기다. 

■ 의문➌ 소비자 당해야만 하나 =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딜러사의 ‘제멋대로 할인’과 본사의 방관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어야 할까. 안타깝지만 현재로선 뾰족한 방도가 없다. 소비자가 보호받을 만한 법적 장치는 미비하기만 하다.

하종선 변호사(법률사무소 나루)는 “소극적이면서도 지나치게 엄격한 국내의 법 해석으로 인해 (폭스바겐의) 소비자들이 소송을 제기해서 승소할 확률은 거의 없다”면서 “결국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선 그들을 위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령, 소비자가 차를 계약한 후 일정 기간 이내에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면, 원계약을 파기하고 프로모션 가격을 적용해 재계약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입법화하는 거다. 딜러의 프로모션 고지 의무를 법제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물론 최상의 시나리오는 검찰·경찰 등의 수사기관이 수입차 시장에 불공정한 관행은 없는지 직접 조사에 착수하는 것이다.     

폭스바겐코리아는 공식 딜러사는 별도 법인이라 관리·감독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폭스바겐코리아는 공식 딜러사는 별도 법인이라 관리·감독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 지점에서 혹자는 “법적 규제가 기업의 경영권을 침해하거나 시장의 자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폭스바겐 프로모션 사태에서 봤듯, 지금의 수입차 시장은 무게추가 공급자(자동차 회사딜러사) 쪽에 기울어져 있다. 시장이 합리적으로 작동하려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소비자들이 불의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울타리를 만들어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관례’ 이유로 소비자 피해 외면 

프로모션 논란에 휩싸인 폭스바겐코리아는 “현재 책임이나 보상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는 것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간은 연말 프로모션 전에 차를 구입한 소비자들을 향해 어리석다며 손가락질하기도 한다. 그동안 업계의 통상적 관례라며 수입차 브랜드의 ‘고무줄 할인’을 유야무야 넘겨온 결과다. 

시장환경을 개선하지 않으면, 그 피해는 또다시 애먼 소비자에게 돌아올 수 있다. 이제는 화살 끝이 향하는 대상을 소비자가 아닌 다른 곳으로 바꿔야 할 때다.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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