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도시락, 명품의 남다른 성장
순환기로 본 불황 국면은 어디쯤
경기선행지수 19개월 연속 하락세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 없이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노 랜딩(무착륙)’ 이론은 현실에서 가능한 시나리오일까. 그렇지 않다. 경기는 끊임없이 순환하면서 장기적 추세선을 중심으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노 랜딩’은 있을 수 없다. ‘노 랜딩’이 이어진다면, 그건 더 큰 경기 후퇴와 불황이 몰려온다는 걸 암시하는 시그널일지 모른다. 오늘은 불황의 바로미터를 살펴봤다. 

불황 아이템인 편의점 즉석식품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불황 아이템인 편의점 즉석식품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편의점 도시락의 함의=경기가 침체하면서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자들이 부쩍 늘어났다. 편의점 GS25는 2017년 단종된 ‘김혜자 도시락’을 재출시했다. 가성비가 좋다는 뜻이 담긴 ‘혜자스럽다’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던 이 제품은 2010년 출시 이후 7년 동안 총 2억6000만개가 팔렸다. 다시 돌아온 ‘혜자로운 집밥 제육볶음도시락’은 출시 후 하루 평균 5만개씩 팔리고 있다. 

비단 이 제품만이 아니다. 침체 국면이 이어지면서 ‘불황 아이템’인 편의점 즉석식품의 매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편의점 전체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10.6%, 비식품 매출이 8.5% 증가한 데 반해 즉석식품의 매출은 18.2% 늘어났다. 편의점 즉석식품 매출은 지난해 10월엔 전년 동월 대비 20.1%, 11월엔 21.1%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 편의점 업체들의 매출 증가세도 뚜렷했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의 지난해 3분기 매출은 2조9560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9.1% 증가했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지난해 3분기 매출은 11.9% 커졌다. 

■ 불황에 잘 팔리는 제품=이처럼 경기 침체기에도 잘 팔리는 제품은 있다. 경기 후퇴기와 불황기엔 생산·소비 모두 호황기에 비해 축소될 수밖에 없지만, 경기 순환 사이클상 불황기에도 팔릴 제품은 잘 팔리기 마련이다. 

불황에 특히 잘 팔리는 건 가성비 제품과 명품이다. 이중 가성비 제품이 인기를 끄는 건 경기 침체로 소비층이 얇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비여력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83만4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했다.

하지만 물가가 치솟으면서 실질소득은 되레 감소했다. 실질소득은 3분기 2.8%, 4분기 1.1% 등 2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사실 지난해 복권 판매액이 7.6% 증가한 것도 경기침체에서 기인한 현상이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들 혹은 경제적으로 위기에 처한 사람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거다.

이번엔 명품을 보자. 삼정KPMG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명품 시장 규모는 지난해 58억 달러로 전년에 비해 29.6% 성장했고, 2024년엔 70억 달러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명품 선호현상의 이면에는 미국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이 자신의 저서 「유한계급론」에서 주장한 ‘베블런 효과’가 있다. 이는 부유층이 남들보다 돋보이고 싶은 심리에서 고가의 명품을 소비하는 것을 뜻하는데, 불황기에 더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다. 
 
불황기에 명품 매장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갑 등 소품을 사거나 최고가 브랜드보다 하나 아래 등급의 브랜드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이들도 있다. 영국 매체 더타임스는 2008년 이들을 불황(recession)과 패셔니스타(fashionista)를 합친 ‘리세셔니스타’라고 칭했다. 

[자료 | 더스쿠프, 사진 | 뉴시스]
[자료 | 더스쿠프, 사진 | 뉴시스]

■ 불황 가늠할 지표=그럼 불황은 얼마나 오래가고, 바닥에서 정점으로 이어지는 움직임은 어떻게 포착할 수 있을까. 불황의 기간은 ‘순환기’를 통해 추정할 수 있다. 경기가 정점을 지나 저점을 찍고 다시 회복하기까지의 기간을 순환기라 부른다.

한국의 가장 최근 경기순환주기는 2017년까지 진행된 제10순환기로 49개월이 걸렸다. 지금은 2017년 9월을 정점으로 시작한 11순환기가 진행 중이다. 경기 회복이 오래 걸렸던 외환위기 당시엔 순환주기가 67개월을 기록하기도 했다.

경기의 움직임은 ‘지표’로 추정할 수 있다. 경기 지표 중에선 경기종합지수를 가장 많이 참조한다. 이는 실질 국내총생산(GDP)에 영향을 주는 개별 경제지표의 전월 대비 증감률로 작성한 지표다. 이중 선행종합지수는 향후 경기동향을 예측하는 지표다. 동행종합지수는 현재의 상태를 보여준다. 


이런 선행지수와 동행지수는 2022년 1월 이후 엇갈리고 있다. 동행지수가 광공업생산지수·소매판매액지수 등 현재 상태를 알려주는 실물지표를 종합한 데 반해 선행지수는 장단기금리차·주가지수·건설수주액·재고순환지표를 비롯한 시장 리스크가 빨리 반영되는 지표 9개를 종합해 작성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선행지수가 3개월 연속 하락하면 경기침체의 신호로 여겨진다. 미국의 선행지수를 발표하는 콘퍼런스보드에 따르면, 1959년 통계 발표 이후 총 11번의 경기 침체기 중 8번이 선행지수가 3개월 연속 하락한 후 발생했다. 한국의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2021년 6월 이후 2022년 12월까지 19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선행지수에서 추세변동분을 제거한 지표다. 향후 경기 국면 및 전환점 단기 예측에 이용한다.  

한정연 더스크푸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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