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terview | 소셜벤처 가치가
서울대 소셜벤처 가치가의 함의
청년이 직접 해결하는 청년 문제
부동산 계약 낯선 청년층 위해
매물 확인 동행서비스 론칭
부동산 서비스에 솔루션 넣어
집 찾는 청년-일 찾는 경단녀 매칭

# 지방이 고향인 학생들은 대학에 가는 순간 혼자서 살 수밖에 없다. 보호자가 지방에 있으니 살 집을 구할 때도 혼자 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럴 때 ‘어른’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 이 문제를 해결해보겠다고 나선 이들이 있다. 흥미롭게도 청년들이 만든 서울대 소셜벤처 ‘가치가’다. 청년이 만들었지만 청년 문제만 생각한 건 아니다. ‘가치가’가 제시한 방안은 경력단절여성까지 아우른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그들을 만나 방법을 물어봤다.

서울대학교 소셜 벤처 가치가는 청년들과 경력단절여성의 문제를 함께 엮어 해결책을 마련했다.[사진=천막사진관]
서울대학교 소셜 벤처 가치가는 청년들과 경력단절여성의 문제를 함께 엮어 해결책을 마련했다.[사진=천막사진관]

봄이 겨울의 문턱을 넘어서는 2월. 대학 입학과 동시에 살 집을 구해야 하는 신입생들이 있다. 지방에서 상경한 학생들이다. 난생 처음 집을 떠나 살아야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은 도움을 받을 곳이 거의 없다.

일가 친척이 모두 지방에 거주한다면, 집을 구하고 계약을 하는 일을 홀로 해야 한다. 현실도 녹록지 않은데, 소문도 좋지 않다. 여기저기서 전세보증금을 잃었다는 등 집을 잘못 골라 계약 기간 내내 소음ㆍ수도 문제 등으로 골머리를 앓았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공인중개사에게 확인하고 싶어도 선뜻 그럴 수 없다. ‘모르면 당한다’는 심리적 위축 때문이다. 

이처럼 홀로서기를 시작하는 청년들에게 ‘집 찾기’는 중요하면서도 두려운 문제다. 이런 마음을 잘 아는 또다른 청년들이 ‘집 찾기’를 돕겠다고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울대 학생들이 만든 소셜벤처 ‘가치가’가 그들이다. 더스쿠프가 서울 관악구에서 가치가 팀원들을 만났다.

가치가 팀원은 총 7명(류민영, 박현제, 이경준, 임지은, 장예나, 조태현, 하지원)이지만 현장 인터뷰는 3명과 진행했다.

✚ ‘가치가’의 탄생 배경이 궁금합니다. 
하지원 학생(이하 지원) :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학생들이 집을 찾을 땐 ‘누군가 같이 돌아다녀줬으면…’이란 마음이 들 거예요. 정보가 많지만, 어떤 게 좋은 정보인지 구별할 수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 문제를 청년과 경력단절여성의 일자리 문제로 연결하면 해결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죠.”

✚ 경단녀 문제는 조금 후에 물어볼게요. 학생들은 왜 ‘같이’ 다니는 걸 원할까요.
장예나 학생(이하 예나) : “크게 두가지예요. 집을 구하러 갔을 때 공인중개사를 대하기 어렵다는 점, 집을 어떻게 확인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점이죠.” 

✚ 집을 확인하는 방법을 모른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네요. 무슨 뜻인가요.
예나 : “가령, 수압은 어떻게 확인해야 하는 것인지, 집을 구할 때 주변 환경은 뭘 봐야 하는지 등 생각보다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들이 많아요. 공부만 하던 학생들이 사실 얼마나 잘 알겠어요. 부모님이 여력이 되면 함께 가주시겠지만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은 그런 기회를 갖기도 어렵죠.”

✚ ‘가치가’는 그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주나요. 
예나 : “집 보는 걸 도와주는 매니저와 ‘같이’ 가거나 시간이 없는 청년들 대신 매니저가 ‘먼저’ 가서 집을 봐주는 거예요. 총 4곳까지 매물을 함께 확인합니다.”

‘가치가’의 서비스는 매니저가 ‘같이’ 집을 보러 가주는 ‘가치가’와 집을 보러 갈 시간이 없는 매니저가 고객 대신 매물을 살펴보고 조건에 맞는지 확인하는 ‘먼저가’ 두가지다. 매물 확인이 끝난 뒤엔 고객에게 서비스 내용을 문서 형태로 제공하는데, 가치가에선 이를 ‘가치가 보고서’라고 부른다. 

✚ 매니저마다 집을 보는 기준이 다를 텐데요.
지원 : “그래서 체크리스트를 꼼꼼하게 만들었어요. ‘가치가’ 서비스를 선택한 고객에겐 그 기준에 따라 집을 설명해 드리죠. ‘먼저가’ 서비스 역시 체크리스트에 맞춰서 집을 확인한 다음 ‘리포트’를 제공하고 있고요.” 

✚ 체크리스트의 내용이 궁금하네요. 
예나 :  “2022년 3월부터 기획해서 7월 처음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까지 팀원들이 집을 구하는 입장에서 부동산 20곳, 매물 80곳 이상을 둘러보며 만들었습니다. 체크리스트를 어떤 순서로 짜야 가장 빨리 효율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지 항목 배치도 바꿔가면서 최적의 항목을 만들었죠.”

집을 찾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이 많다.[사진=뉴시스]
집을 찾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이 많다.[사진=뉴시스]

✚ ‘먼저가 서비스’는 매물 리포트를 작성해 고객에게 전달하는 방식인데, 어떤 내용이 담겨 있나요. 
지원 :  “현행법상 매물을 직접적으로 추천할 순 없어요. 그래서 사진, 위치 등 고객이 집을 선택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실질적 정보를 많이 담고 있어요. 가령, 위치를 중요하게 보는 고객에겐 위치가 좋은 매물이 어떤 건지 별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 거죠.”

매물 확인을 하려면 평일, 주말 등 고객이 원하는 시간을 가리지 않고 함께 갈 수 있는 매니저가 있어야 한다. 유동적으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고정된 노동 시간을 원하는 사람들이 맡기는 어려운 일이다. 가치가는 이를 관악구에 거주하는 ‘경력단절여성’에게 맡기고 있다.

✚ 매니저는 어떤 분들인가요. 
지원 : “서비스를 기획할 때부터 ‘경단녀’를 염두에 뒀어요.”

✚ 아이디어는 좋지만, 부동산을 잘 아는 ‘경단녀’를 뽑아야 한다는 제약점도 있을 텐데요. 
지원 : “공인중개사무소의 개업을 준비 중이거나, 부동산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지원해 주셔서 전문성은 걱정하지 않았어요. 별도의 교육 시간을 통해 매니저로 일할 수 있는 ‘준비 시간’도 드리고 있고요.” 

✚ 교육이라면 어떤 내용인가요.
지원 : “서비스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교육은 기본입니다. 그것과 별개로 위반건축물 구분법이나 건축물대장 확인 방법 등도 상세하게 알려드립니다. 실습 교육도 합니다. 팀원을 고객이라고 가정하고 매물 확인, 체크리스트 작성, 사진 촬영까지 해보는 거죠. 아울러 중개 보조원 자격을 얻을 수 있는 직무교육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 필수인가요? 
지원 :  “네, 교육비용 4만원을 지원해 필수 이수하도록 규정을 만들어 놨습니다.” 

✚ 집을 구하는 청년 등 고객에겐 좋은 시스템이네요. 다만, 공인중개사는 불편하게 생각할 수도 있을 듯해요. 공인중개사들이 ‘계약 과정을 감시당한다’는 느낌을 가질 수도 있고요. 
지원 : “맞습니다. 그게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었어요. 그래서 서비스를 준비하는 기간에 설문조사도 진행했어요.”

✚ 어떻게요?
“공인중개사무소 10곳가량을 직접 찾아가 서비스 내용을 설명하고 불편한 부분을 말해 달라고 요청했죠.” 

✚ 반응은 어땠나요.
지원 : “약간 뜻밖이었어요. 공인중개사에게 중요한 건 ‘계약의 성사’더라고요.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누가 함께 있든 별 상관 없다는 말씀도 많이 하셨죠.” 

가치가는 공인중개사란 큰 산을 넘었다. 하지만 풀어야 할 과제는 또 있었다. 2022년 7월 론칭한 서울시의 서비스다. 서울시는 혼자 집보기 불안한 1인가구와 동행해 매물 내외부를 함께 보고 현장에서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주거안심동행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서울시도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류민영 학생(이하 민영) : “네, 맞아요.” 

✚ 차별점이 있어야 할 텐데요. 
민영 : “일단 정부 서비스는 시간 제한(1시간)이 있어요. 신청하는 과정도 다소 까다롭고요. 고객 입장에선 집을 보러가는 시간을 맞춰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더라고요. ‘가치가’와 달리 정리된 리포트를 제공하지도 않습니다. 동행과 조언이 서비스의 전부죠.” 

✚ 고객 입장에선 시간을 조정해야 한다는 게 부담스러울 듯하네요. 
민영 : “실제로 공인중개사로 일하시는 분들이 남는 시간을 활용하다보니 시간을 조정하는 게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처럼 가치가의 서비스는 친절하고 구체적이다. 다만, 가치가 스스로 조심해야 할 것도 있다. 현행법상 공인중개사 자격증 없는 중개 행위는 불법이다. 매물을 평가하는 행위는 자칫 중개 행위에 개입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 가치가 팀원들도 이를 “가장 조심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소셜벤처 가치가 팀원들. 왼쪽부터 박현제, 장예나, 임지은, 류민영, 이경준, 조태현 학생. [사진=천막사진관]
소셜벤처 가치가 팀원들. 왼쪽부터 박현제, 장예나, 임지은, 류민영, 이경준, 조태현 학생. [사진=천막사진관]

✚ 부동산을 중개하고 계약하는 과정에서 매물을 추천하는 행위로 비치면 불법이 될 수도 있을 텐데요. 
지원 : “네, 맞습니다.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은 법률 파트너를 맺은 법률사무소와 함께 처리하고 있어요. ‘가치가 리포트’도 매물 임대인의 입장을 고려해 유포되지 않도록 워터마크를 찍어서 내보내고 있고요. 앞서 설명한 것처럼 우리는 계약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아요. 추천이 아닌 단순 사실을 알려드리는 게 ‘가치가’의 초점입니다.” 

✚ 계약서 검토를 해달라는 요청도 있을 텐데요.
민영 : “계약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1부터 100까지 나열해 달라고 요청하는 학생이 적지 않긴 해요. 그럴 땐 계약에 도움을 줄 만한 자료집과 자취할 때 필요한 아이템 리스트를 추려서 드리고 있어요.”

✚ 지금은 서울대 학생들 위주로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 같은데요. 좀 더 확대할 계획은 없나요.
지원 : “고객에게 도움을 드릴 만한 자료를 제공하는 덴 한계가 있어요. 더 많은 임차인에게 ‘가치가 서비스’를 소개하려면 지자체, 특히 구청의 도움이 필요해요. 그래서 관악구나 광진구처럼 청년 임차인이 많은 구청 관계자분과 미팅을 하고 협업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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