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얼굴로 불리는 사업계획서
투자유치, 자금신청, 입찰제안 등
강점과 약점, 기회와 리스크 파악
보스텅 컨설팅 그룹 ‘열가지 원칙’
하향식 목표 및 분석·예측력 필요

“사업계획서는 기업의 얼굴이다.” 이 말은 시대를 막론하고 경영계를 관통하며 일련의 지침으로 자리해왔다. 기업에 사업계획서는 그들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나 마찬가지다. 사업의 강점과 약점을 재인식할 수 있게 해주고, 사업이 갖는 기회와 리스크를 파악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해서다. 그렇다면 사업계획서는 어떻게 해야 ‘잘’ 만들 수 있을까. ‘직장인 용덕씨 창업하기’ 열번째 편에서 그 비결을 살펴보자.

사업계획서는 기업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가치를 가다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업계획서는 기업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가치를 가다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올해도 어느덧 세달이 흘렀다.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을 택한 김용덕씨는 기능성 골프웨어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의 어엿한 대표가 됐다. 그런 그에게 최근 또다른 고민이 생겼다. 사업계획서를 새로 작성하는 일이다. 새해 정책자금 신청을 위해선 좀 더 체계적인 사업계획서가 필요하다. 용덕씨는 이번 기회에 사업계획서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아보기로 했다. 

여러 가지 자료를 종합한 용덕씨는 사업계획서부터 새롭게 정의했다. ‘사업목적 달성을 위한 지속적인 활동에 필요한 방법과 절차, 활동범위 등을 담은 문서’가 사업계획서인데, ▲투자유치용 ▲자금신청용 ▲회사소개용 ▲기업평가용 ▲인허가용 ▲중요인증용 ▲입찰제안용 등의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각 유형에 따라 사업계획서의 핵심도 달라진다. 가령, 정부기관
금융기관엔젤투자자에게 제출하는 사업계획서는 회사를 정확히 알리고, 회사가 영위하고자 하는 사업의 비전과 가능성을 입증하는 데 중점을 둔다. 

사업타당성을 분석하기 위한 사업계획서는 비즈니스 설계도를 그리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게 좋다. ▲비즈니스 여건 ▲소요 자금 ▲필요 인력 ▲생산 구조 ▲유통 경로 ▲마케팅 관리 ▲재무관리 ▲운영전략 ▲경쟁관계 ▲수익성 등 좀 더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기준들을 중심으로 작성한다. 

이를 두고 혹자는 사업계획서를 짜는 데 너무 많은 힘을 쏟는 게 아니냐고 반문한다. 이는 잘못된 의견이다. 창업에 성공하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어렵다. 한가지 통계를 보자. 

2021년 기준 창업을 한 국내 자영업자 수는 17만1718명이다. 이들 중 창업 초기를 지나고 있는 기업에 연간 매출액이 (시작점에 비해) 어떻게 변했는지 묻자, 79.4%가 ‘변동이 없거나 오히려 줄었다’고 밝혔다. 월평균 소득의 변화에서도 86.2%의 기업이 같은 대답을 했다.  

이 통계가 말하는 건 명확하다. 창업할 때 성공할 확률만큼 실패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거다. 이런 측면에서 자영업자는 창업 초기 ‘실패의 고비’에 빠지지 않도록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단 한번의 실패로도 회사의 존립이 흔들리는 지경까지 갈 수 있어서다. 

사업계획서가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기업이 창업 초기 실패의 덫에 걸리지 않으려면 과학적 관점에서 성장 전략을 조망해야 한다. 쉽게 말해, 창업 초기일수록 기업은 불필요한 비용과 자원을 소모하지 않아야 하는데, 그 출발점이 사업계획서를 체계적으로 작성하는 것이다. 

자, 이제 관건은 사업계획서를 어떻게 작성하느냐다. 용덕씨는 세계 3대 전략컨설팅 기업인 보스턴 컨설팅 그룹이 제시한 ‘계획의 기술(The art of plan)’을 참고하기로 했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은 기업이 사업계획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어떤 경우에 적용해도 어긋나지 않는 열가지 핵심 원칙을 세웠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세가지 원칙을 소개해 보겠다.   

■ 원칙❶ 하향식 목표 설정 = 본격적으로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기에 앞서 창업자는 회사의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이를 조직 구성원들과 공유해야 한다. 이런 하향식 접근은 기업의 목표를 조직 내 모든 인력에 전달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다. 이때 사업목표는 각 사업부문에 관한 전략적 평가를 거쳐 수립해야 한다. 

아울러 창업자는 공세적이면서도 달성 가능한 목표를 제시해서 조직 구성원들에게 적당한 긴장감과 의욕을 부여해야 한다. 직원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는 목표라면, 실제로도 어렵지 않게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 

■ 원칙❷ 분석가의 관점 = 사업계획서 작성에 돌입하면 재무 항목과 같은 절대적 가치만큼 ‘동인적 가치(Value-Drivers)’를 강조해야 한다. 동인적 가치는 기업의 제품
서비스자산 등의 품질을 높이고 시장에서 차별화를 이룰 수 있는 요인으로 작동한다. 규모의 경제 여부, 숙련된 직원의 유무, 충성도 높은 고객의 존재 등이 동인적 가치를 끌어올리는 기반이다. 

예측 및 리포트 시스템의 중요성도 간과해선 안 된다. 분석가의 관점에서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조직은 ▲시장 성장률 분석 ▲점유율 제고 ▲가격경쟁력 확보 ▲원자재 가격 지수 등 세부적인 지표를 적극 활용한다. 지표의 변화에 따라 대응 시나리오를 바꿔나가면서 기업은 위기에도 쓰러지지 않는 내구성과 유연성을 키울 수 있다.

예측
리포트 시스템은 끊임없이 주어지는 외부적 과제를 해결하는 기업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 원칙❸ 예측과 야망의 균형 = 사업계획서의 내용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사업의 실현가능성을 측정해야 한다. 창업가는 그 결괏값을 다시 사업계획서상 목표와 대조하며 둘 사이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절차는 간단하다. 먼저 분기별 계획-중장기 계획-연간 계획을 세운다. 그다음 각 단계에서의 리스크를 점검하고, 현금 및 단기유동성 같은 자원의 배치를 최적화한다.    

각각의 항목이 당초 예상을 벗어나는 추세를 보일 것이란 가정하에 비상 계획도 만들어 둬야 한다. 이를테면 과소 혹은 과대 물량을 조정할 때를 대비해 생산
물류 프로세스의 변경 방안을 마련해서 계획과 예측의 편차를 줄인다. 계획보다 부진한 실적이 감지될 수 있으므로 판매 활성화, 유동적 가격 변동에 관한 대책도 사업계획서에 포함해야 한다.

사업계획서는 기업이 걸어온 길과 나아갈 길을 담은 한편의 역사서와 같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업계획서는 기업이 걸어온 길과 나아갈 길을 담은 한편의 역사서와 같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창업가들이 처음부터 사업계획서를 완벽하게 작성할 순 없다. 더구나 대외 변수와 영업 환경의 변화에 따라 사업계획서의 내용도 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처음부터 ‘이상적인’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려고 하기보단, 연 단위로 업그레이드를 해나간다는 관점으로 사업계획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사업이 성숙할수록 사업계획서도 발전해야 한다. 사업계획서를 시기
용도별로 잘 작성해서 모아두는 것만으로 기업은 한편의 역사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김내영 경영지도사
kimnaeyoung@naver.com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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