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본사 예상 매출액 제공 의무
허위 · 과장 광고 막기 위해 도입
예비 점주 위한 최소한의 정보
예상 매출액 폐지론 타당한가

공정위는 2014년 가맹본사의 예상 매출액 제공을 제도화하고, 가맹본사의 책임을 강화했다.[사진=뉴시스]
공정위는 2014년 가맹본사의 예상 매출액 제공을 제도화하고, 가맹본사의 책임을 강화했다.[사진=뉴시스]

가맹사업법상 가맹본사는 예비 가맹점주에게 ‘예상 매출액’을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2014년 과장·허위 정보가 지나치게 많다는 점을 바로잡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그로부터 햇수로 10년이 흐른 2023년, ‘예상 매출액’ 제공 의무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새어 나온다. 어차피 맞지 않으니 없애는 게 낫다는 건데 합당한 논리일까. 더스쿠프가 ‘예상 매출액’ 제도에 다시 한번 펜을 집어넣었다.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예상 매출액’은 중요한 정보다. 창업 비용과 월수입의 ‘균형점’을 사전에 분석할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가맹본부가 예비 창업자에게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할 ‘예상 매출액’은 창업 실패를 막는 방파제 역할도 한다. 

그런데 최근 프랜차이즈 업계 안팎에서 ‘예상 매출액 제도’ 폐지론이 흘러나온다. 지난 2월 22일 국회에서 ‘K-프랜차이즈 선진화 정책 토론회’가 열렸는데, 이 자리에선 2014년 도입된 ‘예상 매출액 산정서’ 제공 의무를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이 주요 주제로 다뤄졌다. 

권영호 국민의힘 의원실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는 정현식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회장, 최영홍 한국유통법학회 회장, 한석준 하이데이터 대표 등이 참석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예상 매출액 제공 의무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매출을 예상하는 게 쉽지 않아 본사와 가맹점주 모두에게 실익이 없다” “미래의 예상 매출액을 예측하는 것은 신의 영역이다” 등의 취지에서다.  

가맹점의 예상 매출액은 정말 신의 영역에 있을까.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상권은 시시때때로 변화하고, 어디에 경쟁업체가 들어설지, 언제 코로나19와 같은 변수가 터질지 알 수 없다”면서 “그만큼 예상 매출액을 맞추기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렇다면 프랜차이즈 업계의 주장처럼 예상 매출액 제도를 폐지하는 게 상책일까. 대부분의 전문가는 “폐지가 아닌 보완을 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예상 매출액이 맞지 않으면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좀 더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한다는 거다. 

■ 예외적 산정 방식 = 가맹사업법상 가맹점이 100개 이상인 가맹본부는 영업 개시일부터 향후 1년간 예상되는 매출액을 제공해야 한다. 예비 가맹점주가 매장을 열 곳과 비슷한 상권의 가맹점 매출액을 고려해 예측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예상 매출액의 최고액과 최저액의 편차는 1.7배까지 허용된다. 예컨대 A점포의 예상 매출액 범위를 1억원부터 1억7000만원까지 넓게 책정할 수 있다는 거다. 

여기엔 나름의 근거도 있다. 공정위는 제도 도입에 앞서 6개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대상으로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같은 상권에 위치한 동일한 브랜드 간 매출 격차를 조사했는데, 가장 큰 격차가 1.65배였다. 이를 반영해 예상 매출액 최고액과 최저액 편차를 1.7배까지 허용했던 거다. 

그런데 대부분 가맹본사는 매출액을 예측해 제공하는 것 대신 ‘대체 방식’을 택하고 있다. 공정위가 또다른 방식을 허용해주고 있다는 건데,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가맹점이 들어설 예정지와 인접한 가맹점 5곳 중 매출액이 가장 높은 곳과 가장 낮은 곳을 제외한 3곳의 매출액 범위를 예상 매출액으로 정할 수 있다는 거다. 이 경우 실제 매출 데이터를 제공하는 만큼 최고액과 최저액 격차 1.7배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예상 매출액 최고액과 최저액 차이가 커도 허용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가맹점주들은 가맹본사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보단 자신들에게 유리한 예상 매출액을 제공한다고 지적한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A씨는 “가맹본사는 유리한 예상 매출액을 취사 선택해 예비 점주에게 제공하면서도 그에 따른 책임은 지지 않으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비슷하다. 

이성훈 세종대(경영학) 교수는 “가맹점 100개 이상을 운영하는 가맹본사는 상권이나 매출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면서 “더 정확한 예상 매출액을 산출할 수 있도록 기술력을 고도화하는 한편, 충분한 매출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엔 출점을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불친절한 산정서 = 예상 매출액 산정서를 폐지할 게 아니라 예상 매출액 제공 과정에서 가맹본사가 꼼수를 부리지 못하도록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맹점주가 예상 매출액 산정서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맹점을 악용해 가맹본사가 구두로 다른 예상 매출액을 제공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점주 A씨는 “정보가 부족한 가맹점주로선 이 정도 예상 매출액이면 실제 수익이 날 수 있는지 알기가 어렵다”면서 “결국 가맹본사가 구두로 제공하는 예상 매출액을 믿고 출점했다 피해를 보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 때문인지 가맹본사의 허위·과장 정보 제공으로 분쟁조정을 신청하는 경우도 숱하다. 편의점 업종의 경우 지난해 152건(한국공정거래조정원)의 분쟁조정 신청이 접수됐는데, 그중 ‘허위·과장정보 제공’ 관련 사안이 16.4%(25건)를 차지했다. ‘불공정거래행위(50.0%·76건) 다음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사진 | 뉴시스, 자료 | 업계 종합] 
[사진 | 뉴시스, 자료 | 업계 종합] 

가맹본사의 주장대로라면 이렇게 분쟁만 키우는 예상 매출액 산정 제도는 없애는 게 맞다. 하지만 이를 달리 해석하면, 예상 매출액을 객관적으로 산정해 전달하면 분쟁 소지가 사라질 수 있다. ‘분쟁’이 많다고 폐지하기보단 ‘분쟁’을 줄이는 쪽을 선택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어쨌거나 프랜차이즈 업계의 주장에 공정위는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업계의 목소리를 이해했다”고만 밝혔다. 올해 도입 10년차 맞은 예상 매출액 제도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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