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지분 확보 빨간불
하이브도 안심할 상황 아니야
31일 주총 위임장 대결 혼전

#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주식회사는 프랑스 남서부 도시 툴루즈에서 1372년 만들어진 ‘오노르 델 바자클’이다. 이 회사는 1709년 홍수 피해로 청산 위기에 처했다. ‘오노르 델 바자클’ 주주들은 제분소를 재건할 기술을 갖고 있던 기술자에게 신주를 발행해 그를 주요주주로 영입한 것을 발판으로 위기를 넘겼다. 

# 윌리엄 괴츠만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저서 「금융의 역사」에서 “제분소 건물과 댐은 여러번 쓸려나갔지만, 결국 살아남은 건 여러 세기 동안 버텨 올 만큼 튼튼함을 증명한 금융기술, 이를테면 회사의 기본 설립구조인 주식회사 형태”라고 말했다.

# 주식회사의 기본은 주주들의 유한책임이다. 유한책임은 자신이 납입한 자본금만큼의 책임과 그 이상의 책임이 요구될 경우 지분을 정리하고 나갈 수 있는 권리다. 3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주주들의 선택은 ‘기업 가치의 상승’이다.

# 그럼 경영권 다툼 중인 SM엔터테인먼트의 70%가량의 지분을 소유한 개인투자자들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PD)-하이브’ ‘SM엔터-카카오’ 중 누구를 지지할까. 오늘은 이런 관점에서 SM엔터 경영권 다툼의 상황을 풀이해 봤다.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은 3월 31일 주주총회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뉴시스]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은 3월 31일 주주총회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뉴시스]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엔터) 경영권의 향방이 31일 주주총회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는 지난 2월 9일 이수만 SM엔터 전 총괄 프로듀서(PD)의 지분 14.8%를 인수하고, 잔여 지분 3.65%를 1년 후 취득할 수 있는 풋옵션을 부여받았다. 지난 2월 28일에는 효성그룹 계열사 갤럭시아에스엠으로부터 SM엔터 주식 23만3813주(약 1%)를 230억5756만원에 양도받았다. 하이브는 15.8%의 지분율로 SM엔터의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카카오는 SM엔터 인수 의지를 내세우고 있지만, 다음 단계를 어떻게 밟을지는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법원이 5일 이수만 전 PD가 SM엔터를 상대로 제기했던 신주·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기 때문에 카카오는 지분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하이브의 공개매수 기간이던 지난 16일과 28일 SM엔터 지분을 각각 2.9%, 4.56% 매집한 기타법인이 카카오의 우호 세력이라고 해도 이는 의결권 지분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서울동부지법 민사합의21부는 SM과 카카오의 계약이 “경영권 귀속과 관련하여 분쟁 가능성이 임박한 상태에서 이를 현실화한 행위”라면서 “(이수만 전 PD의) 지배력을 약화하려는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판결했다.

SM엔터와 카카오는 해당 계약이 전략적 제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수만 전 PD와 하이브의 지분이 희석되는 점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SM엔터는 지난 2월 해당 계약이 카카오와의 전략적 제휴였다고 공시했기 때문에 허위 공시 논란도 발생할 수 있다. 

■ 변수➊ 카카오 딜레마=지난해 SM엔터 인수에 상당히 근접했던 카카오로선 현재 상황이 만족스럽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10월 CJ그룹은 SM엔터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목적은 CJ ENM과의 음악 콘텐츠 사업 강화 등이었다. 당시에도 이수만 전 PD의 지분이 대상이었다. 하지만 CJ와 SM엔터는 인수가격 등 거래 조건을 두고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그다음 등장했던 게 카카오였다. 지난해 3~4월에는 카카오와 이수만 전 PD가 인수가격에서는 어느 정도 합의했다고 전해지기도 했다. 이런 경영권 매각 이슈가 1년 이어졌고, SM엔터 주가는 2021년 4월 2일 2만9700원에서 2022년 4월 4일 8만2200원으로 급등했다.

그러자 카카오는 이수만 전 PD의 지분 인수를 사실상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았다. 그 과정에서 SM엔터 경영진과 이수만 전 PD 사이에 균열이 생겼고, 결국 이수만 전 PD의 지분은 주당 12만원을 낸 하이브의 몫이 됐다.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향방은 25일 후인 31일 주주총회에서 결정된다. 하이브는 공개매수 기간 SM엔터 주가가 급등하면서 지분을 거의 확보하지 못했고, 카카오도 법원이 이수만 전 PD의 SM엔터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했다.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 [사진=뉴시스]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 [사진=뉴시스]

■ 변수➋ 혼전 속 표대결=무엇보다 양측이 어떤 식으로 지분을 확보해도 주총에서 의결권을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표대결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 이번 주총의 주주명부 폐쇄일은 지난해 12월 31일이다. 다만, 하이브에 자신의 의결권을 위임한 이수만 전 PD의 18.5%의 의결권 지분은 인정된다. 

이번 주총으로 최종 결정이 나기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SM엔터는 개인주주의 비중이 70%에 달하기 때문이다. 만약 한쪽에서 8.96% 지분을 소유한 국민연금공단, 각각 4.2%, 3.83% 보유한 컴투스와 KB자산운용의 의결권을 모두 위임받는다고 해도 주총 표대결에서 확실하게 이길 수 없다. 

결국 주총 표대결에서 승리하려면 SM엔터라는 회사의 가치를 올리고, 주가를 우상향시킬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개인주주의 관심은 기업의 가치 상승, 그리고 주가 상승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는 당연한 일이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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