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쉬코리아 최대주주 되는 hy
종합유통회사로 변신 위한 작업
결이 다른 두 업체 두 서비스
hy, 메쉬코리아 빅픽처 통할까

hy(전 한국야쿠르트)가 배달대행 플랫폼 ‘부릉’으로 잘 알려진 메쉬코리아의 새 주인 자리를 예약했다. hy는 총 800억원을 투자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메쉬코리아의 최대주주로 올라설 전망이다. 관건은 hy가 메쉬코리아를 통해 어떤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느냐다. 

한국야쿠르트는 지난 2021년 사명을 hy로 변경하고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한국야쿠르트는 지난 2021년 사명을 hy로 변경하고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사진=뉴시스]

hy(전 한국야쿠르트)가 진흙탕 싸움에 발을 담갔다. 경영난으로 기업절차 회생을 앞두고 있던 메쉬코리아를 위한 구원투수를 자처하면서다. 배달대행 플랫폼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2013년 설립)는 코로나19 국면에서 배달 수요가 증가하면서 급성장했다. 2018년 731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액은 2021년 3038억원으로 4.2배가 됐다.

여세를 몰아 메쉬코리아는 새벽배송·식자재 유통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그 배경엔 네이버·GS리테일·현대차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 투자가 있었다. 시리즈E(2021년) 투자까지 유치하면서 누적 투자액은 1500억원대로 늘어났다.

메쉬코리아의 최대주주는 18.48%(이하 2021년 기준)의 지분을 보유한 네이버다. 주요 주주는 GS리테일(18.46%), 유정범 전 대표(14.82%), 현대차(8.88%), 솔본인베스트먼트(7.51%), 김형설 현 대표(6.18%) 등이다.

잘나가던 메쉬코리아의 행보에 제동이 걸린 건 지난해부터다. 금리인상, 경기침체, 엔데믹(endemic·풍토병화) 전환 등 시장 상황이 급변하면서 메쉬코리아는 위기에 내몰렸다. 특히 물류센터 확장 등 신사업 투자가 나쁜 변수로 변했다.

무엇보다 적자가 2018년 140억원에서 2021년 367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11월 만기가 돌아온 제2금융권의 주식담보대출(OK캐피탈)을 상환하지 못하면서 더 큰 위기의 늪에 빠졌다.

늘 그렇듯, 재무적 위기의 불똥은 경영권 다툼으로 튀었다. 창업자 유정범 전 대표와 김형설 현 대표(전 부사장)의 생각이 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법원에 자율구조조정지원(ARS) 프로그램을 신청한 유정범 전 대표는 신규 투자를 유치해 사업을 정상화할 계획을 세웠다. ARS는 채권자와 채무자가 자율협의를 통해 구조조정을 꾀할 수 있도록 최대 3개월간 회생절차를 미뤄주는 제도다.

반면 김형설 현 대표는 hy를 구원투수로 끌어들였다. hy에 회사를 매각해 사업을 정상화하겠다는 거였다. 먼저 움직인 쪽은 김 대표였다. 그와 일부 경영진은 지난 1월 25일 열린 메쉬코리아 이사회에서 의결을 통해 유정범 대표를 해임하고, 부사장이던 김 대표를 그 자리에 선임했다. hy에 회사를 매각하기 위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안건도 통과했다. 이후 hy가 긴급자금 600억원을 지원해 메쉬코리아의 채무를 상환했다.

유 전 대표는 즉시 반발했다. hy 본사 앞에서 피켓시위를 하며 “적대적 인수”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유 전 대표의 목소리엔 힘이 실리지 않았다. 법원에 경영진 직무집행 정지 가처분, 이사회 효력정지 가처분 등을 신청했지만 모두 자진 철회하거나 기각됐다. 

[사진 | 뉴시스, 자료 | 업계 종합] 
[사진 | 뉴시스, 자료 | 업계 종합] 

 

그로부터 한달여 후인 2월 23일 열린 메쉬코리아 임시 주주총회에서 유상증자를 위해 발행 주식 총수(2000만주→3000만주)를 늘리는 정관 개정안이 통과됐다. hy로선 3월 말까지 200억원을 추가 투자하면 메쉬코리아의 지분 66.7%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심사까지 마치면 hy가 메쉬코리아의 키를 잡는 셈이다. 

하루아침에 회사에서 밀려난 유 전 대표는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놓은 상태지만 법원이 이를 인용할지는 알 수 없다. 그렇다면 hy는 왜 전·현직 경영진 간 분쟁으로 시끄러운 메쉬코리아를 인수하려는 걸까.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hy는 정체 중인 발효유 시장을 넘어 종합유통회사를 꿈꾸고 있다. 2020년 온라인몰 ‘프레딧’을 론칭하고, 2021년 사명을 한국야쿠르트에서 hy로 바꾼 건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성과가 신통치 않다. hy가 야심차게 선보인 온라인몰 프레딧의 회원 수는 100만명에 머물러 있다.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컬리’의 회원수가 1000만명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hy의 갈 길은 멀기만 하다.

신사업에서 드라마틱한 성과가 나지 않으면서 실적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hy의 매출액은 수년째 1조3000억원대에 머물고 있다. 2021년엔 영업적자 311억원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이런 상황에서 hy가 메쉬코리아를 인수하겠다고 나선 건 야쿠르트로 대표되는 발효유 식품과 온라인몰에 메쉬코리아의 물류 IT 기능(배달·배송)을 엮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hy 관계자는 “아직 메쉬코리아를 실사하는 단계여서 구체적인 사업 계획은 추후에 나올 것”이라면서도 “다만 hy의 부족한 IT 경쟁력을 (메쉬코리아를 통해) 강화해 온라인몰 프레딧의 이용 편의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건은 hy의 기대가 현실화할 수 있느냐다. 메쉬코리아가 물류 분야에서 축적된 기술력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기술력을 hy가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익명을 원한 물류업계 전문가는 “메쉬코리아는 AI 기술을 기반으로 차량을 배차해주는 TMS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면서 “문제는 이 기술을 hy의 사업모델에 어떻게 접목하느냐가 될 것이다”고 꼬집었다.

hy가 보유한 물류망 ‘프레시 매니저(전 야쿠르트 아줌마)’와 메쉬코리아의 주력 사업인 ‘배달대행(이륜차 배송)’의 결이 다르다는 점도 풀어야 할 숙제다. 현재 hy는 소비자가 프레딧에서 제품을 구매할 경우 택배 또는 프레시 매니저를 통해 배송하고 있다. 

이른바 ‘야쿠르트 아줌마’로 알려진 프레시 매니저는 일정 지역에서 활동하며 친근한 유대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특한 채널이다. 안승호 숭실대(경영학) 교수는 “지금 기대할 수 있는 시너지는 프레딧 제품을 이륜차로 배송해주는 정도인데, 프레시 매니저를 앞세워온 hy의 경쟁력이 흐릿해질 수 있다”면서 “누가 배송하느냐보다 무엇을 배송할 것인가라는 차별화한 포인트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메쉬코리아의 기업가치는 한때 1조원까지 치솟았다. 이런 맥락에서 hy로선 800억원을 투자해 메쉬코리아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게 좋은 선택일 수 있다. 문제는 메쉬코리아가 현재 ‘적자 기업’이란 점이다. 새벽배송·식자재 유통 등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철수했다. 메쉬코리아와 손잡은 hy는 기대하는 성과물을 얻어낼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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