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하반기 부진했던 한‧중‧일
말聯, 지난해 22년 만에 최고 성장
확장적 재정과 부유층 과세로 차별화
소상공인‧중기엔 법인세 유예 납부책
매출 큰 기업엔 특별법인세 부과

한국의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줄었다. 지난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970년대 이후 최저인 3%에 머물렀고, 같은 기간 일본의 1인당 GDP는 전년보다 6000달러 감소했다. 아시아 경제를 대표하는 한·중·일 3국이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쉽게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눈부신 성장세를 기록 중인 나라가 있다. 말레이시아다. 

말레이시아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취임한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 [사진=뉴시스]
말레이시아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취임한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 [사진=뉴시스]

지난해 한국의 연간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0.1%를 기록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역성장했다. 같은 기간 한국의 1인당 GNI는 3만2661달러에 머물러, 3만3565달러를 기록한 대만에 밀렸다. 한국이 1인당 GNI에서 대만에 뒤처진 건 2002년 이후 20년 만이다. 

7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보다 0.4% 줄었다. 이는 아시아 주요국 사이에서도 좋지 못한 기록이다. 일본의 지난해 4분기 GDP는 전 분기보다 0.2% 늘어났다. 중국의 4분기 GDP 성장률은 직전 분기 대비 2.9%를 기록했다.

■ 말련의 놀라운 성장세=이처럼 아시아 주요국의 경제가 큰 폭으로 반등하지 못하고 있지만 말레이시아는 다르다. 말레이시아의 지난해 GDP는 전년보다 8.7% 증가해 22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8.7%는 아시아 주요국 중 가장 뛰어난 증가율이다.

특히 지난해 3·4분기 말레이시아 GDP 증가율은 전분기 대비 각각 14.2%, 7.0%를 기록했다. 한·중·일 3국이 팬데믹 이후에도 시장의 예상과는 달리 저성장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중국은 지난 4일 개막한 연례정치행사 ‘전국인민대표대회(양회)’에서 올해 GDP 성장률 목표를 5%로 낮춰잡았다. 5% 성장은 지난해에 기록한 3% 성장에 이어 1970년대 이후 두번째로 낮은 숫자다. 

말레이시아는 아시아에서 탄탄한 경제를 자랑해오던 나라다. 경제성장률은 지난 5년 동안 견고한 성장세를 보였다. 이 나라의 GDP 성장률은 2017년 5.8%, 2018년과 2019년 각각 4.8%, 4.4%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2020년엔 -5.6%로 꺾였지만, 2021년 3.1%로 반등하는 데 성공했다. 

시장의 예상치도 꾸준히 상회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분기별 GDP는 최근 5분기 연속으로 시장 예측치를 웃도는 모습을 보였다. 전 분기 대비 14.2% 성장했던 지난해 3분기의 GDP 증가율 전망치는 11.7%였고, 7.0% 성장했던 지난해 4분기에도 시장 전망치는 6.6%였다.  

■ 말련의 남다른 세금정책=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계 각국이 스태그플레이션(물가는 오르고 성장은 멈추는 것) 상황에 놓인 건 인플레이션을 우려한 미국이 2021년 하반기부터 금리인상에 나섰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달러 강세를 걱정하느냐는 현지 기자의 질문에 “걱정하지 않는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다른 나라들”이라며 “미국 경제는 엄청나게 강하다”고 답했다.

바이든의 말처럼 미국의 금리인상 여파는 다른 나라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미국을 따라 기준금리를 연속 인상하던 한국은 지난 2월 1년 만에 금리를 동결했다. 경기침체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중국이 지난해 1970년대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인 3% 성장을 기록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풀이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금리인상기엔 대출이 줄어 소비가 함께 위축하는 모습을 보인다. 소비 축소는 경제성장률의 하락을 불러온다. 바로 이 지점에서 말레이시아의 차별점을 발견할 수 있다.

말레이시아는 2021년 11월 국가예산안을 발표했는데, 팬데믹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향해 법인세 분할 납부를 6개월 동안 유예할 수 있도록 했다. 포브스는 6일 “지난해 말레이시아의 놀라운 경제 성장은 정부가 세금 납부를 유예해 그만큼 소비 여력을 끌어올린 영향도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팬데믹 기간 높은 매출을 기록한 법인에는 일회성의 특별세를 부과했다. 말레이시아는 과세표준이 1억 말레이시아링깃 이상인 기업에 특별 법인세율인 33%를 적용해 과세했다. 이 나라 최고구간 법인세율은 24%다. 

말레이시아가 지난해 11월 정권 교체 이후에도 확장적 재정정책을 유지한 것도 성장률 상승에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75세 나이로 처음 총리에 오른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경제부총리를 겸직하고 있다. 안와르 총리는 취임 직후 기존 재정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지난 2월 24일 “말레이시아가 저소득층 보조금은 유지하되 고가품과 자본소득에는 이익이 아닌 매출 기반으로 폭넓게 과세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안와르 총리는 올해 재정적자 규모를 지난해보다 줄이면서, 그 차액을 고가품과 부유층에 과세해 충당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한편에선 “말레이시아의 성장세 이면엔 산유국이란 특수성이 존재한다”면서 “우리나라와 환경 자체가 달라 직접적으로 비교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말레이시아는 세계에서 5번째로 석유 매장량이 많은 나라다. 천연가스 매장량도 세계에서 4번째로 많다.

다만, 사우디아라비아·이란 등이 1000억 배럴 이상의 매장량을 자랑하는 데 비하면 이 나라 석유매장량은 36억 배럴(2019년 기준)로 그리 많지 않다. 말레이시아의 눈부신 성장세를 주목할 필요가 충분하단 거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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